인터뷰 / 건국에이스 정석근 감독
“선배님 뜻 이어 마라톤 꿈나무 후원할 것”

“역시 서울마라톤 서브3 2회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라톤 경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석근 감독은 명승부를 펼쳤던 서울마라톤 서브3 2회 대회를 꼽는다. 브룬디 출신의 마라토너 김창원(귀화전 이름 버징고 도나티엔) 선수와 결승전 3m 앞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그 대회다.

“김창원 선수는 국내 마스터즈의 최고봉 중 한명입니다. 김창원 선수와 함께 출전한 2회 대회에서 마지막 5km를 남겨두고 800m 차이를 따라잡았습니다. 100m 지점에서 40m까지 줄였고, 골인지점 3m 앞에서 김창원 선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었습니다. 후쿠오카 국제 마라톤대회에서 한번 이긴적 있었지만, 워낙 잘하는 선수라 넘기가 쉽지 않은데, 골인 3m 앞에서 이기면서 우승을 차지한 서울마라톤 서브3 2회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입니다.

건국에이스의 감독이자, 스포츠 브랜드인 뉴턴런닝코리아(Newton running Korea) 이사를 맡고 있는 정석근 감독은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마라톤 지존, 마라톤 전도사로 불린다. 뛰었다 하면 포디엄에 오르기에 지존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같은 마라토너에게 내어주기 때문에 전도사라는 것. 이번 19회 바다의날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마라톤 지존·마라톤 전도사를 만나서 마라톤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라톤은 인생의 보약”

인터뷰 / 건국에이스 정석근 감독
“선배님 뜻 이어 마라톤 꿈나무 후원할 것”

국내 마스터즈 클래스의 한 축인 정 감독은 다른 탑랭커들과는 다르게 학창시설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마라톤과 인연이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었다고 말한다.

“제가 달리기를 정말 못했습니다. 학창시절에 반에서 제일 못달리는 부류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런데 고3에 취업을 나가서 운동을 위해 달리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형님과 누님이 달리기를 잘했는데, 아마 그런 유전자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계속 운동을 하다가 결국 선수 등록까지 하게 된 것이죠.”

“선수로 뛰던 시기가 국내 마라톤의 황금시대입니다. 당시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눈에 뛰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던 선수와의 격차도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하드웨어를 타고난 사람들과의 경쟁은 참 힘들었습니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해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정 감독은 힘든 시기였다고 말한다. 힘든 시기에 힘들게 운동을 했고, 이는 결국 부상을 불렀다. 부상 때문에 선수로서 마라톤은 그만두게 된다.

“마스터즈로 오니까 마음이 편했습니다. 순수하게 운동을 좋아했고, 마음이 편하니 운동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스터즈로 전향하고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도 그런 부분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터즈로 전향한 뒤 정 감독의 황금시대가 열린다. 뛰었다 하면 포디엄에 올랐다. 서브3는 당연한 결과였다.

“최근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서브3를 못한 대회가 2번 밖에 없었습니다. 감기몸살이 걸려 아픈 상태에서 뛰어도 서브3에 들었고, 완주의 60%이상이 239(2시간 39분 이내)를 달성했었습니다.”

정 감독은 최근 풀코스 100회 완주를 달성했다. 아홉수에 걸려 힘들었다고 말한다.

“지난 7월에 열린 대회에서 100회 완주를 했습니다. 부상 때문에 힘든 것도 있었지만, 말로만 듣던 아홉수 때문인지, 100회 완주를 6번이나 실패했습니다. 잠실에서 열렸던 대회에는 팀원들이 플래카드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32km 지점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죄송한지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7번째 도전에는 팀원들 모르게 도전했습니다.”

“옥천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사실 하프 지점까지만 해도 안되는 기록이었고, 안되는 날씨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정말 이번에도 실패하면 앞으로도 못할 것 같아서 물을 뒤집어 쓰고 뛰었더니 다시 페이스가 올라왔고, 2시간 57분에 들어오면서 100회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것이, 100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101회는 그 다음주에 바로 쉽게 했습니다.”

마라톤 전도사 정 감독은 마라톤을 배우러 오는 모두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한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본인이 하겠다는 생각이다.

“선진국의 경우 마라톤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서 아직 미흡합니다. 심지어 제가 운동할때는 제대로 된 책 한권이 없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기에, 관련 정보를 얻고, 제대로 된 운동을 하려면 도서관 가서 번역을 하면서 정보를 얻어야 했습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누군가 고생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정없이 훈련없이 운동하게 되면 내가 가진 역량을 100% 끌어내지 못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목표에 다다르지 못한다면 무언가 잘못된 자세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5단 기어를 넣어야 하는데, 2단, 3단으로 달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올바른 기어늘 넣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죠. 자세를 바로 잡아줍니다.”

“지금까지 저에게 배워서 서브3를 달성한 인원이 약 350여명 가량 됩니다. 국내에 뛰고 있는 239 주자 중 과반수는 제가 키워낸 주자입니다. 훈련을 적게 하면서도 잘못된 것을 한두가지만 잡으면 목표에 편하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걸 도와주는 것입니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주자들에게 조언해줄 것을 요청하자 정 감독은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필수적입니다. 단순한 체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발 전 10분, 도착 후 10분동안 스트레칭을 꼭 해줘야 합니다.”

정 감독의 목표는 마라톤의 저변확대이다. 이를 위해 마라톤 발전에 기여한 선배들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상에 힘들어하기도 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라톤을 하면서 실보다 득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마라톤은 인생의 보약이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지킴이입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중에 특히 마라톤의 저번확대에 힘써오시고, 지금의 마라톤 문화를 만드신 박영석 회장님과 박성배 회장님의 뜻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분들처럼 마라톤의 저변을 계속 확대하고 꿈나무를 육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단순하게 대회 상금을 기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꿈나무를 후원할 계획입니다.”

이번 바다마라톤에서 정 감독은 좋은 성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기가 좋습니다. 달리기 좋은 계절이고, 기록도 잘나오는 시기입니다. 아직 부상이 회복중이긴 하지만 인연이 있는 대회라 자신감도 있고, 좋은 기록,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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