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Drewry사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1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총 196척, 253만 8천teu가 운항하고 있다. 2014~2016년간 신조 인도 예정량을 보면 1만teu 이상 선박은 총 158척, 219만 8천teu에 달한다. 따라서 2016년 말에는 1만 teu 이상 초대형선이 총 354척, 473만 6천teu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는 유럽항로에서 두드러져, 2014년 1월 아시아-유럽항로의 컨테이너선 평균선형은 1만 923teu로 증가해 평균 선박이 1만 1000teu급이 되었다. 세계 1~3위 선사인 머스크, MSC, CMA CGM의 평균선형은 2012년 1만 1580teu에서 2014년 1만 3032teu로 증가해 1만 3천teu를 상회하고 있다.

1만 8천teu급 이상 극초대형선은 머스크, UASC, CSCL, MSC, CMA CGM 등이 발주한 규모가 총 42척까지 증가했다. 또한 모나코 선주인 스콜피오는 세계 최대 선형인 1만 9200teu 컨테이너선 3척을 삼성중공업에 건조하기로 했다. OSC의 Andrew Penfold는 2만 2천~2만 4천teu 선박이 2016년까지 발주되고 2018년부터는 유럽항로에 운항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때가 되면 북미항로에 1만 2천~1만 4천teu 선박이 전배될 것으로 전망했다.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가 이렇게 보편화 되면서 그동안 학자들이 예상했던 항만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내기 위해 더 큰 선박으로 1주 당 서비스 횟수를 줄여나가는 일, 그리고 대형 공동운항(얼라이언스)을 통해 중복 기항서비스 및 기항항만을 줄여나가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초대형선 기항에 따른 항만체선도 예상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예상과 다른 것도 나타나고 있다. 초대형선화가 되면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현상이 두드려져 메가 허브(mega-hub) 항만에 기항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들을 했었는데, 서비스 당 실제 기항 항만 수는 줄어들지 않고, 과거처럼 여러 항만 기항(multi-port calling)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점이다.

초대형선이 보편화 되면서 항만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선박 기항빈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항빈도가 줄어드는 첫째 이유는 컨테이너 선박수가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2014년 컨테이너 선박은 선박량으로 약 6% 증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척수기준으로 줄 곳 증가하던 컨테이너선이 금년에 늘지 않거나 혹은 줄어들 수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컨테이너선의 신조 인도 척수가 230여 척인데 비해 해체선박은 220척이 예상되며, 2015년 컨테이너선의 신조 인도척수가 180여척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30척의 금년 신조인도 선박은 거의 대부분이 5천teu 이상 선박이지만, 해체는 거의 대부분 5천teu 미만 선박이 차지하고 있다. 즉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에 따라 선박량은 증가하지만, 척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의 숫자가 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기항빈도가 줄어드는 두 번째 이유는 선사 간 공동운항 서비스 항로(loops)의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초대형 얼라이언스 형성에 의해 중복 서비스 항로를 줄이거나 중복 기항을 줄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는 초대형선의 적재율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빈도를 축약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Drewry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유럽항로에 취항하는 서비스 항로(loops)의 수가 2009년에 42개에서 2014년에는 24개로 줄어들어 1주 당 유럽항로에 기항하는 총 기항 횟수도 159회에서 101회로 크게 줄었다. 즉 지난 5년간 선박의 크기가 50% 이상 커져 평균 1만 1천teu에 달했지만, 전체 서비스 빈도는 줄었다. Drewry사는 이러한 주당 서비스 빈도수의 감소현상이 2~3년 내에 아시아, 북미지역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본격 취항하면 메가 허브 항만에 기항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대형 선박으로 기항하던 방식인 여러 항만에 기항하는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Drewry사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유럽항로에 기항하는 선박의 크기가 두 배 이상 대형화되었지만 기항 항만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항로(loops) 당 북유럽 항만기항수가 2004년에 4.0회 이었지만, 2014년에 4.2회로 오히려 다소 증가됐다.

이런 현상은 모선이 화물의 최초 출발지 혹은 최종목적지에 가능한 가까운 곳까지 가야 한다는 해운의 오래된 격언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또한 초대형선이라도 여러 항만에 직기항하는 해상물류는 화주의 요구일수도 있다. 화주들은 초대형 모선이 직기항을 하지 않고 메가 허브항만에만 기항한다면 그곳에서 피더운송으로 연계시켜야 하는데 따른 리스크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2014년 7~8월 중에 북미 일부 항만과 북유럽 항만에 동시에 나타난 현상은 항만체선이다. 항만체선 현상은 2004년에 발생한 미 남부서안(PSW) 항만과 이후 일부 북유럽 항만에서 있었던 과거의 현상이었다. 그러던 항만체선이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벤쿠버항,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독일 함부르크항은 모두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에 따른 하역물동량 피크에 의해 체선이 생기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1만teu 이상 선박의 기항이 2014년 상반기에 총 244척이 기항했는데, 이는 2013년 상반기 보다 27%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벤쿠버항과 함부르크항은 트럭운송이나 철도운송의 지연도 항만체선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항만체선의 원인을 장기 실적 침체에 허덕이는 정기 선사들이 비용절감을 계속해 오면서,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인 경영 체질을 추구했지만, 샤시 등 자산 투자에서 화물처리량의 증가에 대비하는 여유 능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초대형선에 대비한 항만의 생산성, 처리능력에 한계를 가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안벽 크레인과 야드 장치장의 부족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보편화에 따라,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과 기항빈도는 줄어들고 대신, 양적하 물동량 피크가 큰 초대형선의 기항이 늘어나게 된다. 항만, 터미널의 수익성은 줄어드는 반면, 항만체선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규모의 비경제 효과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수년 내에 등장할 2만 2천~2만 4천teu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항만, 터미널도 극초대형선의 처리능력과 요구 생산성에 맞추기 위해, 대형 선사와 함께 투자하고,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급변하는 항만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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