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크루즈 취항 실패, 누구의 잘못인가?

“전문성 부족·수요예측, 실패 예상된 결과였다”

2017-02-09     이정희

인천항을 동북아 크루즈 모항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7일 인천항을 모항으로 첫 출항하기로 했던 코스타크루즈사의 코스타세레나호가 운항이 출항 전날 중단된 것.

인천항 최초 크루즈선 출항은 왜 실패한 것일까? 한중일 3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크루즈산업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출항 하루 전 출항 취소, 모객실패가 원인
인천항만공사는 6일에 보도자료를 낸다.

당초 코스타크루즈가 인천항을 모항으로 출항하기로 했던 7일을 하루 앞둔 날, 코스타크루즈를 전세해 항로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던 투어컴크루즈로부터 운영취소를 통보 받았다는 것.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투어컴 크루즈에서 계약금 미지급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됐다”며, “크루즈부두 임시 개장을 25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코스타크루즈는 투어컴크루즈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코스타크루즈사의 코스타세레나호를 전세 운영하기로 했던 투어컴크루즈도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개제했다. 투어컴크루즈의 박배균 대표이사는 “투어컴 크루즈에서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를 최단기간 1만2000명의 모객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실패를 하면서 많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입금 금액에 대한 전액 반환, 타 여행상품으로 대체 등의 후속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투어컴크루즈가 손을 든 이날, 해양수산부는 올해 크루즈 관광객 2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2017년 크루즈 산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한다. 해양수산부는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 마케팅 행사 추진, 동북아 크루즈 모항으로 육성, 크루즈 기반시설 확충, 선용품 수출 확대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을 골자로 하는 올해 크루즈산업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해수부는 “우리나라는 동북아 주요 크루즈 항로의 중심 지점에 위치하여 크루즈 선박 모항이 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국내 항만을 동북아 크루즈 모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 항만에서 출항하는 외국 크루즈선사의 선박의 출항 횟수를 늘리고, 국내 여행사들과 함께 크루즈상품 개발에 노력할 계획”이라며, 올해 크루즈 국내 항만을 모항으로 출항하는 크루즈 항차를 10항차에서 42항차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국내 크루즈 여행사가 출시한 크루즈 여행상품 확대를 10항차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6일 새로 취임한 인천항만공사 남봉현 사장도 취임식 직후 코스타세레나호 입출항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처음 인천을 모항으로 출항하는 크루즈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양수산부와 원대한 계획은 시작부터 오물을 뒤집어 썼고, 인천항만공사의 준비는 투어컴크루즈의 공문 한 장에 헛수고가 되어 버린 것이다.

▲“코스타 넘어 로열캐리비언까지”
지난해 12월 8일 투어컴크루즈 박배균 회장은 탕펑룽 코스타크루즈 아시아 부시장과 전세선 계약 체결식을 연다.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까지 포함해서 열었다.

이날 체결식에서 박 회장은 코스타와 더불어 로열캐리비언 등 대형 크루즈 선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크루즈 관광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박 회장은 “가격적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며. “회원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베이스로 만들어 성수기와 비수기 차별도 두지 않는 1년 토탈 단가”라며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서비스에 대한 책임은 회사(투어컴크루즈)가 진다”며, “크루즈 상품에서 단 1원의 옵션도 없다. 후불제 여행사 투어컴에서 그랫듯이 내년에 투어컴크루즈도 컴플레인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 달여가 지난 2월 1일 투어컴크루즈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3월 출항지발 크루즈 운행 일정표를 발표한다. 코스타세레나호와 전세선 계약을 맺고, 7일(인천항), 14일(부산항), 17일(부산항), 23일(여수항) 4항차 운행을 발표했다.

박배균 대표는 “인천항만공사가 코스타세레나호의 입항에 맞춰 크루즈 전용부두를 선보이면서, 크루즈 전용 부두의 촤초 개장으로 수도권의 크루즈 여행객들의 접근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크루즈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밝혔다.

모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보였다. 투어컴크루즈 관계자는 “전국 700여개 지점과 상조회사 일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처음 세운 목표치를 달성하기 직전”이라고 밝힌바 있다.

▲크루즈는 상조업계 상품?
여행업계 관계자는 투어컴크루즈가 역량이 있었는지의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기존 국내 여행사가 기존의 계획된 크루즈 상품의 일부 객실을 재판매 하는 방식으로 크루즈 상품을 개발해왔는데, 후불제 여행상품이라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투어컴이 크루즈선 전세 상품을 출시한 것은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R여행사 출신 등 국내 주요 여행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투어컴이 아무런 계획 없이 크루즈 전세상품을 기획하지는 않았겠지만, 11만톤급 크루즈선을 전세한 것은 무리한 계획이었다고 지적한다. 모험이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기획되는 크루즈 상품의 경우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상조회사를 중심으로 사업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여행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투어컴크루즈도 1일 자사의 지점과 상조회사의 적극적 참여로 목표치를 달성하기 직전 이라고 밝힌바 있다.

크루즈 상품 도입은 몇 년 전부터 과열경쟁상태에 돌입한 상조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왜 상조업계에서 크루즈라는 연관성 없는 상품에 눈독을 들인 것일까? 업계에서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써 크루즈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할부제로 유지되는 상조회사의 경우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 크루즈상품을 병행한 상조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신규 회원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의 맹점을 이용해 크루즈상품을 ‘부수한 재화’에 포함시켜 공제조합에 예치하지 않는 편법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크루즈에 대한 전문 산업이나 업계가 전무하다는 것이 크루즈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쉽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 부족이 이번 사태의 원인
이 같은 전문성의 부족은 실제 범죄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4년, 유령업체를 설립하고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220만원을 내고 회원에 가입하면 크루즈 여행도 하고, 고수익도 올릴 수 있다”고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검거된바 있다. 피해액이 120억에 이르는 초대형 사기사건이었다. 2016년에도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크루즈여행을 할인한다며 57억원의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크루즈를 중심으로 하는 다단계나 사기범죄의 위험은 아직까지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불법 다단계 기업 W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됐다고 주장하는 W사는 세계 최초로 여행상품과 다단계 네트워크를 접목한 사업자 형식의 플래티넘 회원들이 향후 모집하는 회원 수에 따라 수당을 보상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업체의 방식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모객 실패에 또 다른 원인으로 크루즈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크루즈 수요에 대해 잘못 분석하고 있다는 것.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수요자의 니즈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 모객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천항을 모항으로 한다는 것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수요를 잡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유를 갖추고 다양한 여행 컨텐츠에 접근이 쉬운 수도권 여행객들이 이번 인천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크루즈 항로에 관심을 보였을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크루즈 상품은 크루즈선박의 고급스러움도 중요하지만 기항지와 기항지 관광상품도 중요하다. 국내 크루즈 수요자의 대부분이 지중해나 캐리비언 지역을 향하는 것이 그 이유”라며,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서라도 크루즈를 이용하던 기존 고객들이 11만톤급 선박이라는 이유만으로 코스타세레나호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모객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투어컴크루즈 측은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막바지에는 지사를 중심으로 땡처리에 가까운 비용을 제시함으로써 모객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