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나, 한중일 카페리시장 사실상 철수

스테나 에게리아호 용선처 못찾고 유럽으로 회항

2017-08-02     곽용신

▲ 스테나가 유럽으로 회항 결정을 내린 2만 4418톤급 스테나 에게리아호.
지난 2012년 당시 국내 여객선업계 최강자로 평가받던 대아그룹과 손잡고 한중일 카페리시장에 진출했던 세계 최대 페리운영사인 스웨덴의 스테나(Stena)가 사실상 한중일 시장에서 철수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테나가 평택-연태 카페리선사인 연태훼리에 3년간 정기용선해줬던 2만 4418톤급 스테나 에게리아호(2001년 건조)를 지난 7월 4일 반선 받았으나 다른 용선처를 구하지 못해 유럽으로 회항시켰다.

스테나는 대산-영성 카페리사업자인 한성카페리와 스테나 에게리아호에 대한 정기용선 협상을 벌였으나 한성카페리가 사드사태로 한중합작법인 설립이 늦어지면서 용선협상이 결렬됐다. 동남아 등 다른 용선처를 모색하던 스테나 에게리아호는 결국 지난 7월 14일 중국 연태항을 출항해 현재 인도양을 지나고 있으며 8월 9일께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예정이다. .

스테나 에게리아호가 이번에 유럽으로 회항함에 따라 스테나가 사실상 한중일 카페리 시장에서 손을 뗐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스테나는 2012년 6월 대아그룹과 MOU를 체결하고 스테나대아리인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2013년 3월 속초-자루비노·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북방항로를 개설하면서 의욕적으로 한중일 카페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스테나는 지난 5년간 비싼 수업료만 내고 한중일 카페리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됐다. 스테나가 대아그룹과 합작으로 설립한 스테나대아라인은 1만 6485톤급 카페리선 뉴블루오션(New Blue Ocean)호를 2013년 3월 북방항로에 투입했으나 1년 3개월만인 2014년 6월경영악화로 운항을 중단했다. 결국 스테나대아라인은 500만 달러(약 56억원)의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120억원의 누적 적자까지 기록한 끝에 폐업했다.

이후 스테나는 한국현지법인인 스테나코리아를 통해 평택-영성 카페리선사인 대룡해운을 인수하는 방안, 인천-제주 카페리항로를 개설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사업을 검토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스테나코리아도 문을 닫았다.

스테나가 한국 법인들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중일 카페리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새로 시작한 것이 카페리 용대선 사업이었다. 스테나는 베트남국영선사인 비나신(VINASHIN OCEAN SHIPPING)이 보유하고 있던 2만 4418톤급 Ro-Ro 카페리선 호아센호를 2014년에 매입해 선명을 스테나 에게리아호로 바꾸고 연태훼리에 용선을 줬다.

스테나 에게리아호를 한중항로에 투입하면서 사업기회를 엿보던 스테나는 반선된 스테나 에게리아호를 동북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항로까지 가능한 아시아 시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사정의 여의치 않자 유럽으로 전격 회항을 결정했다. 스테나는 연태훼리에 BBC로 용선됐던 스테나 에게리아호를 유럽으로 회항시키기 위해 선원비, 벙커비, 운하통과비 등으로 수십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아시아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적지 않은 수업료만 낸 셈이다.

그러나 스테나가 동북아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스테나는 지난해 중국 상해에 위치한 중항국제선박(AVIC)과 대형로팍스(ROPAX)급 카페리선 4척을 2009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인도받는 조건으로 신조 계약을 체결했다. 스테나는 동형선 4척에 대한 옵션도 보유하고 있어 중국에서 최대 8척까지 카페리선을 건조하게 된다. 중국에서 건조되는 카페리선 중 일부를 아시아 시장에 투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테나가 아시아 시장에 다시 진출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