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항만, 환적화물 유치 전쟁중

기존 항만 외 말레이시아등도 잠재적 경쟁상대 부상

2017-09-05     최홍석
▲ 동남아시아 항만개발 현황(출처:straitstimes)

아시아 주요 컨테이너 항만들이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까지 세계 2대 환적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부산항도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적화물이란 일정이 맞지 않거나 항만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다른 항구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실어야 하는 화물을 뜻한다. 항만의 입장에서는 일반화물을 처리할 때보다 50% 이상 경제적 효과가 높고 부두에서 옮겨 실어 차량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특히 환적화물은 하역작업을 2번 하기 때문에 1번에 끝나는 수출입화물보다 부가가치가 크다. 따라서 각국 항만들이 각종 인센티브 등 경쟁적으로 환적화물 유치에 공을 들이다보니 선사들이 비용 등을 고려해 가장 유리한 항만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화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부동의 세계 1위 환적항은 싱가포르항만이다. 상해항에 이어 세계 2위 컨테이너 항만인 싱가포르항은 전 세계 컨테이너 환적 물동량의 1/5를 처리하고 있으며 싱가포르항 전체 물동량 중 환적화물이 9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과 같은 인근 국가들이 환적화물 유치경쟁에 뛰어 들면서 세계 1위 환적항인 싱가포르의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탄중팔레파스항의 용량 대폭 확장, 포트클랑항 인근 섬에 대형 항만건설 뿐 아니라 대체무역로로서 새로운 동해안철도(ECRL: East Coast Rail Link)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남서부에 위치한 포트클랑항 인근 캐리아일랜드(Carey Island)에 항만산업도시건설 프로젝트로 1000억링깃(약318억 상가포르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며 중국이 투자를 결정한 7.2억달러의 멜라카 게이트웨이(Melaka Gateway)항만도 개발 예정중이다.

또한 2024년에 완공예정인 550억링깃 규모의 ECRL공사는 말레이시아 반도를 가로질러 동부 및 서부 연안항만을 연결하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기존항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ECRL 루트는 중국의 또 다른 투자항만인 40억링깃 규모의 콴탄항도 경유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말레이시아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5300만톤의 물량을 우회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아이디어인 말레이시아 크라지협(Kra Isthmus) 운하(Kra Canal) 건설 역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싱가포르항의 잠재적인 위협으로 지목되고 있다.

싱가포르항 역시 이러한 주변국의 항만 투자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자국 내 컨테이너 항만 현대화 및 자동화로 이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의 차세대 항만 비전의 핵심으로 손꼽히고 있는 Tuas항은 총 65개의 선석에 완전무인자동화시스템이 적용되며 이에 따라 공사가 완료되는 2040년에는 연간 65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대형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수심확보 및 더 나은 생산성 향상 기술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앤드류 탄(Andrew Tan) 해양국장은 “우리는 현재 상황에 만족할 수 없으며 주변국의 발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입지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인프라, 기술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계 10위권 컨테이너 항만에 다수를 포진시키고 있는 중국 역시 환적화물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2월 세계 최대 완전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이 유력시되는 양산항 개장을 앞두고 이에 발맞춰 육해상 운송서비스를 강화해 현재 7%대인 환적 컨테이너 처리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정부주도로 항만요율 뿐 아니라 예도선 및 검수 서비스 관련 요율도 함께 인하하기로 결정함으로서 많은 선사와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