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좌담회/한국 원양정기해운이 나갈 방향

2017-09-14     곽용신

▲ 왼쪽부터 한종길 교수, 윤민현 박사, 이철원 국장, 김영무 부회장, 이동해 센터장

한진해운 파산요인 : 시황·정책 부재·경영진 무능
국가필수선박 개선·해운-화주-조선-금융 협력해야

1949년 11월 출범한 한국 최초의 원양정기선사인 대한해운공사의 법통을 이어받은 한진해운이 정책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지난해 파산해 버렸다. 2015년말부터 원양정기선 해운이 어렵다고들 했지만 한국최대선사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선였던 한진해운이 어처구니 없이 파산해 버리자 국내는 물론 해외 컨테이너 정기선업계가 충격에 빠졌었다.

한진해운이 파산한지 벌써 1년이 지나버린 지금 왜 한진해운이 파산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진단해보는 세미나가 최근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한국해운신문도 창사 28주년을 맞아 해운업계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한진해운의 파산 원인을 반성해보고 앞으로 정기선해운이 나갈 방향에 대해 점검해보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도 3대 얼라이언스 체제에 정식으로 가입하지 못하면서 한국원양정기선해운은 60여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다.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일부를 인수해 SM상선이 출범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한국원양정기선해운의 미래는 현대상선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정기선시황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최근에도 여전히 턴어라운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한국 원양정기선해운을 유지하려면 내셔널 캐리어가 반드시 필요하며 현대상선이 내셔널 캐리어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임시 조치라도 국영공사체제로 전환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사체제로 전환해 현대상선을 안정화시킨 이후 민영화하는 로드맵을 만들어 원양정기선해운을 재건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기선해운 정상화를 위해 국가필수선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해운-화주-조선-금융으로 이어지는 협력체제를 조속히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해운신문 창사 28주년 특집 좌담회 개요>

-일 시 : 2017년 9월 8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장 소 : 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참석자 : (성명 가나다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윤민현 박사(중앙대학교 전객원교수)
이동해 해양금융종합센터장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사 회 : 李哲源 한국해운신문 편집국장
-주 제 : 한진해운 사태 1주년, 한국 원양정기선해운이 나갈 방향

◆ 사회 :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발생한지 8월 31일로 1주년이 됐습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회고해 보고 이를 귀감으로 삼아서 ‘한국해운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특히 한국 정기선 해운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가’를 점검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조금이라도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해운신문은 창사 28주년을 맞아 한국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한진해운 사태 1주년을 진단해보는 좌담회를 오늘 개최하게 됐습니다. 오늘 패널로 참여하신 4분의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시고,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오신분들이라고 판단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시게 됐습니다.

우선 한진해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회고를 해보고 지금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점검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님께서 지난 1년의 한진해운 사태를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진해운 사태 정부 대응 아쉬워

▲ 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이하 김영무 부회장) : 원양정기선사의 위기사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2016년 초로 기억합니다. 2015년말까지만 해도 국적선사들이 나름 여유도 있었고 회생의 기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초부터 정기선시황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국적선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책의 실패 속에서도 외부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태로 2016년까지 잘 버텨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들어 시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위기가 고조됐고 점점 급박한 상황으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양정기선해운의 위기가 최초로 들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초 얼라이언스 재편 논의부터입니다. 당시 2017년 4월 재편되는 얼라이언스에서 탈락하면 여러 가지 위기가 올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한진해운은 얼라이언스 편입이 가능하지만 현대상선은 어렵다고 해서 갑자기 위기가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론이 커지면서 그해 4월 25일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해운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려 8년만에 해운위기와 관련돼 정부 주재로 열린 첫 번째 회의였습니다.

당시 제가 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세종시 해양수산부 청사로 큰 기대를 안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 사라져 버렸습니다. 회의에 참석해 보니 해운전문가라고는 저 혼자였고 대부분 항만공사 사장들이 참석해 있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안건도 국적원양정기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국적원양정기선사가 재편되는 얼라이언스에 편입되지 못하면 우리 항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럼 이날 회의에서 우리 항만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나왔느냐, 그렇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항만을 살리려면 당연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논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냥 체크만 하는데 그쳤습니다. 우리나라 원양정기선해운이 무너지는 위기 속에서 주무당국인 해수부는 해운과 항만중 항만을 먼저 걱정했고 금융당국은 해운과 조선중 조선만 걱정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원양정기선해운은 이처럼 정부의 관심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원양정기선해운이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논의되기는 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첫 번째 용선료를 인하하고, 두 번째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을 완료하고, 세 번째 얼라이언스에 가입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용선료 인하는 말이 안되는 조건이었습니다. 용선계약은 국제간의 약속인데 용선료 인하를 요구한 것은 우리정부가 국제 상거래 계약을 깨라고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요구가 국적선사들이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잃어버리는 발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찌됐건 그 이후 현대상선은 금융당국이 요구한 3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켰고 한진해운은 거의 다 충족을 시켰지만 자금부족문제가 대두됐습니다. 당시 회계법인이 2016년말부터 2017년까지 한진해운이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1조 2천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한진해운은 채무재조정과 용선료 인하 등을 통해 9천억원을 마련했고 부족한 3천억원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채권단은 자구노력을 제대로 못했다며 지원을 거절했고 결국 2016년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입니다. 해운업계와 언론에서 3천억원 때문에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보내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강한 질책이 쏟아지자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필요자금이 1조 2천억원이 아니라 1조 5천억원이라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요인은 3천억원 때문인데 보다 근본적인 것은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을 국가자산이 아니라 단지 개인자산으로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진해운이 국가적인 자산이므로 어떻게든 살려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을 도와주는 것은 결국 한진그룹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불가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정부가 재벌을 도와준다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한진해운 지원을 결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사회 : 김영무 부회장님께서 한진해운 사태 경과를 회고해 주셨고 망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결국 파산에 이르고 한진해운이 사라져 버리면 최소 17조원에서 최대 20조원 정도로 피해가 날 것이라고 추정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당시 추정했던 것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느냐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화주들의 피해, 한국해운의 이미지 추락에 따른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20조원 이상의 피해가 났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 김영무 부회장 : 선주협회에서 두 번에 걸쳐 나름대로 계량화를 통해 한진해운 사태 피해액을 추산해 봤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채권단이나 정부에서도 당연히 피해액을 추산해 보고 정책을 세웠여야 하나 그러하질 못했습니다.

한진해운이 2016년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9월초 국회의원 주재로 금융위원장, 채권단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선주협회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17조원에서 20조원의 피해를 추정했는데 채권단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고 채권단 관계자는 피해액이 과장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사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회사를 파산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피해 규모 조차 추산해보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추산한 피해규모가 물론 과장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한해 매출만 8조원에 달했다는 사실만 상기해 봐도 피해액이 많이 과장됐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파산에 이른 가장 근본요인은 시황 악화

◆ 사회 : 그러면 이제부터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성결대학교 한종길 교수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성결대학교 한종길 교수(이하 한종길 교수) :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을 정리해보면 우선 근본적으로 시황이 문제였습니다. 한진해운이 파산에 이르게 된 외부요인으로서 해운시황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논의를 해봐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시황은 선박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역사적인 최저운임이 이어지고 있었고 여기에 연료유가 마저 상승하는 악재가 지속됐습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외부요인으로 국적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정부가 제대로된 정책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정부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적선사에게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요구했던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외국선사에 유리한 금융환경을 만들어 놓고 반대로 국적선사는 규제하는 왜곡된 시장을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문제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왜곡된 시장 속에서 머스크라인 등 해외선사들이 혜택을 봤습니다. 실제로 머스크라인이 2009~2010년 수익성이 급격히 반전된 것을 한번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기간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특히 해운산업을 기간산업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008년부터 정부가 추진했던 PCBO, 선박펀드, 해양보증 등의 정책들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들이 내재돼 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무조건 대주주에게 무한책임을 강요한 정책을 펼친 것도 잘못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끊임없는 자구노력을 해왔음에도 ‘재벌, 네가 다 책임져라, 왜 책임지지 않냐’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기를 하니 마지막에는 대주주도 포기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또 하나 한진해운 사태와 1984년 해운산업 합리화 정책과 비교하면 공통점이 주무부서인 해수부가 제대로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기상황에서 해수부가 도대체 무슨 정책을 추진했는지 알 수 없고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부총리조차 해운에 대한 혜안이 없었으며 더욱이 대통령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을 지적하기 전에 당연히 기업 내부문제, 경영에 대한 문제도 얘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진해운 사태는 결국 해운시황, 정부정책, 기업경영 등 내외부 요인들이 서로 엇박자가 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 사회 : 한교수님이 한진해운이 파산할 수 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을 잘정리해주셨습니다. 윤민현 박사님은 한진해운의 파산원인이 어디에 있었다고 보십니까?

정책당국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 문제

▲ 윤민현 박사
◆ 중앙대학교 윤민현 전교수(이하 윤민현 박사) :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에 대해 여러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정리를 해보면 먼저 근본 원인은 우리 기업과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은 전세계 무역의 L/C 거래량이 90% 다운될 정도로 무역량이 급감하면서 해운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초래하였습니다.

컨테이너 정기선 업계의 가장 치명적인 것은 운임 전쟁과 마켓쉐어 전쟁입니다. 이것들을 억제하는 버팀목이 운임동맹이었으나 운임동맹이 2008년 EU의 경쟁법 적용유예 대상에서 배제돼면서 운임 전쟁과 마켓쉐어 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자 그데로 적자생존의 체력전에 돌입한것입니다.

또 해수부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2008년에 해수부가 해체됐습니다. 2008년이 어떤 면에서 보면 컨테이너 정기선 업계에 3대 악재, 즉 금융위기, 운임동맹의 와해, 해수부 해체 등이 터진 해입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으로부터 위기 신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2~2013년 시중은행이 선박금융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이미 3~4년 전부터 위기 신호가 나왔지만 정부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양대 원양정기선사가 없어진다는 것은 기업경영의 리스크(risk) 차원을 넘어 정부가 관리해야할 위기(crisis)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관리하지도 못했습니다.

좀 더 시각을 좁혀서 한진해운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가 한교수님이 지적한것처럼 시장의 장기침체입니다. 시황은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모든 선사가 함께 겪는 것임에도 불황이 한진해운 파산의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컨테이너 정기선해운의 위기를 채권채무 정산에 근거한 금융정책적 시각에서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한진해운의 대주주, 즉 오너가 회사의 위기를 관리함에 있어 프로답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오너가 프로답지 못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얘기입니다.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자체만 보면 현대상선을 훨씬 능가했습니다. 자구노력으로만 2조 2천억원을 조달했는데 단지 타이밍이 문제였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집중적으로 분산 투입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조금씩 조금씩 투입하다가 법정관리 이후에야 사회적 지탄을 받고 마지못해 오너가 쫏기듯이 돈을 내놓는 것처럼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정부가 현행법상 주주의 유한책임을 무시하고, 법정관리가 결정된 회사를 두고 대주주를 상대로 법치주의를 뛰어넘는 강요를 한 것도 온당치 못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원인을 정리하면 시황이 40%, 채권채무차원에서 봤던 정부의 정책부재가 30%, 프로답지 못한 오너의 대응이 3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해운 최고 경영자들이 한진해운이 정말 꼭 필요한 사업이고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의지만 가졌다면 아마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진해운 경영진들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

◆ 한종길 교수 : 한진해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경영진에 있었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진해운 오너의 경영 능력과 자세에 문제가 있었고 오너가 전문경영인이라고 영입했던 사람조차 실질적으로 해운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이 영입했던 김영민 사장은 금융권 출신으로 금융의 논리로 접근해 선복량을 필요 이상으로 늘리는 등 결정적인 경영판단 미스를 했음에도 몇십억원의 성과금과 퇴직금을 받고 퇴직했습니다.

또한 윤박사님께서 오너가 프로답지 못했다고 지적하셨는데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면서 유수홀딩스를 만들어 수익이 좋은 사업부문만 물적 분할하기도 했습니다.

한진해운 경영진이 얼마나 전문성이 떨어졌느냐 하면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2016년 6월 30일 임원 현황을 보면 등기임원 7명중 선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임원이 단 1명도 없었고 미등기 임원 31명중에서는 단 4명만이 해양대학 출신이었습니다. 심지어 해운과 선박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야하는 해사본부장 조차 서울대학교 항공공항과 출신이 담당할 정도였습니다.

한진해운 오너와 경영진의 비전문성이 결정적으로 드러났던 것이 용선료 협상팀이었습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을 위해 본사 담당부서가 선제적으로 선주를 설득한 게 아니라 외국의 변호사에게 맡겨 놨다가 한참 뒤인 4월이 돼서야 협상팀을 꾸려서 외국변호사와 함께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영진의 대응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실 한진해운 경영진의 문제는 기사회생한 현대상선도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해운을 다시 일으키려면, 특히 대형 원양정기선사를 육성하려고 한다면 오너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우리나라 해운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영무 부회장 : 저도 한진해운의 경영진 문제점에 대해 조금 덧붙이고 싶습니다. 한진해운을 파산 지경으로 몰아넣은 경영진은 최은영 회장 체제를 1기, 조양호 회장 체제를 2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진해운 경영진 1기에 해당하는 2009년의 일입니다. 당시 국적선사들은 2008년말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대한해운, SK해운, STX팬오션 등 원양 5대 선사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 선사당 5천억원씩 약 3조원 규모의 구제 금융을 요청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에 선주협회와 해수부가 1년 내내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금융당국을 설득해 2010년초 금융위원회 주재로 첫 회의를 열 수 있었습니다. 이날 회의에 금융위원회 담당국장,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관, 정책금융기관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해운정책관이 유동성 공급이 안되면 우리나라 원양 5대 선사가 다 죽는다고 강조했으나 정책금융기관둘운 선사들이 긴급 자금이 필요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거냐고 반문해 당황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확인해봤더니 2010년 시황이 반짝 좋아지면서 재무상황이 좋아지니 선사들이 긴급 자금이 필요없다고 말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일로 해운업계는 금융당국에 양치기 소년으로 찍혀 버렸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국적선사 경영진에 전문가가 얼마나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시황이 잠시 좋아졌던 2010년은 좀 더 유동성을 준비하고 불황에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착시현상에 속아 선박투자를 하고 장기용선을 하면서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한진해운 경영진 2기 당시인 2016년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고 4~5월에 제가 한진해운 대표이사를 만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심지어 법정관리 신청 이틀전에도 찾아갔지만 상황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한진해운측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진해운의 전문경영인을 평가하면 1기는 금융전문가여서 해운시황 인식을 잘못했고 2기는 항공쪽에서 갑자기 넘어오다 보니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단, 한진·현대 문제 해수부로 넘겼어야

◆ 윤민현 박사 : 한진해운 파산직전 경영진을 1기, 2기로 구분하셨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한진해운의 주식분포상 경영권은 원래부터 조양호 회장이 갖고 있었으나 그 경영권을 동생 조수호 회장에게 일시 맡겼던 것이고 조수호 회장의 타계로 미망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을 일시 맡았지만 조양호 회장에게 다시 넘어가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경영악화가 지속되면서 그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입니다. 한진해운이 도산한것과 관련 당시의 경영진도 책임을 면할수 없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등기 임원 7명중 서박을 아는 사람이 없다거나 비등기임원 31명중 특정학교 출신이 소수라는 지적은 관점에 따라 다를수 있다는 점을 차고하였으면 합니다. 동시에 경영진의 실패를 거론하자면 현대상선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올해 상반기 상위 12개 컨테이너선사들은 대부분 영업흑자를 냈지만 현대상선과 MOL만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현대상선은 상반기까지 259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MOL은 약 244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MOL은 그나마 2분기에 116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현대상선은 2분기에 여전히 115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현대상선에 적자 않은 자금을 수혈해줬음에도 여전히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현대상선이 영업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으냐 하면 그렇지도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의 영업적자 기조가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운사의 경영 문제를 볼 때 오너 리스크와 전문경영진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한진해운, 현대상선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그룹의 지배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한진해운 경영진의 시황 오판을 지적하셨는데 한가지 코멘트를 하자면 2010년 잠시 호황일 때 전세계 선박발주 현황을 보면 2011~2012년에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당시에 한국 선주들만 착시했던 것이 아니라 현대상선을 포함, 전세계 선사들이 대부분 착시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시황 오판을 한진해운 경영진만의 문제로 보는 것도 조금은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왜 전문경영인이 오너에게 치부상소(致賻上訴)하지 못했느냐? 직을 걸고라도 지금 배를 사야할 시점이 아니라고 오너에게 간언했어야하는 것 아니냐 라고 지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지배구조상 한진해운만의 고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너의 판단이든, 선박금융 조달문제이든 한국해운업계는 그동안 호황에 배를 사고, 불황때 배를 팔아왔습니다. 호황일시에는 선가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선박확보 허가를 득하기 용이하지만 불황으로 선가가 바닥임을 알지만 회복기에 대비해서 선박을 매입하겠다고 선뜻 나설 비오너 사장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선주협회에서 국부 유출이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여하튼 고선가에 매입하고 저선가에 매각해왔던 것이 지금까지 우리 해운계의 현실입니다.

또 구조조정 3대 요건으로 용선료 인하가 있었지만 양대 해운사의 재정난이 심화된 원인중의 하나가 고요율의 장기용선계약인 것은 사실입니다. 한진해운의 경우 1만 3천teu 컨테이너선을 1억 6900만 달러에 건조했는데 현재 2만 2천teu급 컨테이너선이 1억 3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머스크라인의 경우 그 당시 단기용선이나 길어야 1~2년짜리 기간용선으로 선박을 확보했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상투를 잡아 배를 짓거나 10년 장기계약으로 선박을 확보했습니다. 사실은 여기서부터 회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산업은행에게 조금 아쉬운 점은 구조조정이 어느 수준에 달했을 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문제를 해수부에게 넘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진, 현대에게는 안타깝지만 채권채무 정산차원에서 접근하면 양사는 최악의 상황에 부딛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금융정책보다 과연 한진, 현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한지 여부에 관한 정책적인 판단입니다. 즉 해수부가 한진, 현대를 살릴지 말지 정책적인 판단을 했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정책적인 판단을 했어야할 시점은 2016년이 아니라 2014년이어야 했습니다. 이미 2015년 하반기부터 한진, 현대 위기설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실기를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거래 채권, 소위 미지급 운항비는 계속해서 누적이 되기 때문에 한계를 초과할 경우 수습불가 상태로 내몰리기 마련입니다.

일각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조양호 회장을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한진그룹의 총수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 이르게 되면 한진해운에 돈을 쏟아 부어 그룹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한진해운을 버리고 그룹을 살린 것인가, 이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투자자의 생각도 조양호 회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가 급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면 한진그룹만 그런 것이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5년 11월경에 삼성중공업을 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정리하려면 가능한 빨리 정리하는 게 그룹에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현대그룹도 현대상선이 그룹 주력사업이 아니었다면 한진보다 훨씬 더 빨리 현대상선을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룹의 리더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전후관계를 살피지 않고 비도적이었다라고 만 비난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 해운에 대한 이해·소통 부족

▲ 한종길 교수
◆ 한종길 교수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은 회사 오너와 전문경영자, 임원구성에 대한 것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돈을 빌려줬어야 합니다. 제대로 살피고 견제하지 않은 채 돈만 빌려주니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김영민 사장이 경영할 때 한진해운 선복이 거의 2배로 증가했고 단기차입금도 급증했습니다. 그런데도 2013년말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받고 나갔습니다. 주채권 은행이 경영을 제대로 못한 경영인을 견제하고 경고했어야 하는 것 아닌 가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해운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정부가 한 역할에 대해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도 개별기업만의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을 경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해준 예가 있습니다. 2008~2010년 머스크라인이나 CMA CGM, 하파그로이드 등은 선제적으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빨리 지원을 받은 선사일수록 위기에서 빨리 탈출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글로벌 정기선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와 개별기업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국가와 같이 정책적인 공조를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운산업이 정말 국가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합니다.

일본의 경우 2014년 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는 주장이 몇 년전부터 해운전문지 등을 통해 제기됐고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위기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했었지만 과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제대로된 정책적인 대응을 했느냐하면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파산 원인은 시황 문제와 오너의 잘못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사회 : 한진해운 사태에서 왜 해수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 저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 김영무 부회장 :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주무당국인 해양수산부와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 모두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한진해운이 정기선사이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망한다고 수차례 경고를 했습니다만 해수부와 금융위는 법정관리를 통해 성공적으로 재기한 대한해운, 팬오션, 삼선로직스 등 부정기선사의 예를 들며 한진해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한진해운은 정기선사이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화주가 떠나고 선박은 압류당하고 네트워크가 무너져 망한다고 경고해도 정부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소통 부족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8년 동안 금융당국은 우리와 단 한번의 협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금융당국과 접촉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나서 10월에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금융위 구조조정팀장이 ‘이렇게 급박했으면서 왜 찾아오지 않았느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가면 망한다는 경고를 왜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해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결국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부족, 소통부족이 한진해운 사태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 마지막 해결책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끝내 실현돼지 못했습니다. 저는 당시 양사의 합병을 주장했지만 해운업계 대부분은 양사 합병에 실익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선주협회 마저도 양사를 모두 살려야지 합병은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결국 양사 합병론이 정책적인 동력을 얻지 못했다고 봅니다.

◆ 윤민현 박사 :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포기한 것이 한진보다 조금 빨랐습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2016년 4월 자율협약서를 제출할 당시 산업은행의 요구에 의해서입니다. 과거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당시 산업은행은 대외적으로 양사 합병이 시기 상조라고 밝혔지만 내부 분위기는 양사 합병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장도 TV에 나와 양사의 합병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며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최대한 자금지원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 합병을 위한 카드였다고 판단됩니다. 당시 분위기도 그렇고 해외에서 조차 결국은 양사 합병으로 가지 않겠냐는 예측이 우세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구조조정 3대 원칙의 진척도는 시기상의 차이는 있지만 양사가 대동소이했고 그중 핵심인 얼라이언스 가입조건은 한진해운은 이미 확정되었지만 현대상선은 가입처를 물색하는 초기단계였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 적어도 저는 금융위와 산업은행이 2016년 4월초까지는 양사 합병 카드를 쥐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후 합병카드를 버렸는데 왜 버렸는지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았고 있어 평창 올림픽 연관설, 최순실 개입설 등 여러 루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언젠가는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 지금까지 한진해운 사태 회고와 발생 원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원인에 따라 책임 소재가 가려지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시황이 어려워서 그렇게 됐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지만 주무당국이나 금융당국이 정책적인 미스를 했다고 하면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물론 무엇보다 해당기업의 책임이 가장 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해운업계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 우리 해운업계가 과연 무엇을 배워야하는 지, 앞으로 해운정책을 세운다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원양해운 위기, 제조업 위기로 번져

◆ 김영무 부회장 : 그전에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1년이 지난 현재 우리 해운업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진해운은 파산전 전세계 64개국, 168개 항로, 109개 서비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현대상선 서비스 네트워크까지 더해서 거의 전세계를 커버했습니다. 한진, 현대가 직접 운항하지 못하는 칠레, 남미, 아프리카 등은 얼라이언스를 이용해 커버했습니다.

그런데 한진해운이 파산하다보니 현대상선의 위상도 약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직접 운항하는 것은 미주서안노선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얼라이언스 멤버였기 때문에 전세계를 커버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얼라이언스 멤버도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 물류 네트워크는 완전히 붕괴됐고 해외선사에 기생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우리나라 원양정기선의 위기가 해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까지 전가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최근 제조업 자체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적선사의 해외물류네트워크 붕괴로 물류경쟁력 마저 약화되고 있어 위기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1600만teu, 해상물동량 16만톤, 무역규모 1조원에 달하는데 과연 누가 이러한 엄청난 물량을 소화할 것이냐는 문제도 대두됩니다. 수출입 컨테이너 1600만teu중 800만teu가 원양화물인데 이것을 그대로 해외선사에게 맡겨야만 합니까? 이것은 결국 한국 제조업의 큰 위기로 다가올 것입니다.

최근 해외선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유럽은 머스크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은 COSCO를 중심으로 점점 대형화되고 있고 일본은 3개 선사도 ONE으로 합병하는 등 앞으로 3개 지역에 수퍼메가 캐리어가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글로벌 메가 캐리어 양성은 점점 어려운 요원해 질 것입니다.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회복하지 못하고 변방국가로 남게 될 것입니다.

◆ 사회 : 한진해운 파산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진해운이 망하면서 일시적으로 운임이 뛰었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국적선사가 철수한 구주항로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한국 화주는 이웃의 일본, 중국 화주들보다 구주항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운임을 내고 있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컨테이너 리징 컴퍼니 얘기를 들어보면 한진해운 컨테이너 박스의 경우 많이 정리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리안된 컨테이너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한진해운 사태는 명확하게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서 무엇을 반성해야하는지 정리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한종길 교수님부터 한진해운 사태에서 우리가 반성해야할 점을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한진 사태로 반성할 점 많아

◆ 한종길 교수 : 한진해운 사태로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우선 정부당국의 반성이 필요합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계속 위기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당국이 제대로 된 대응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상선과 2M과의 전략적 제휴가 끝나는 2019년 또 다시 위기가 올 수도 있는데 과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대응은 제대로 하고 있는 지 반성해야 합니다.

해수부를 비롯한 정부당국이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과거의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것도 반성해야 합니다. STX그룹이 도산할 때 조선은 고용이 많지만 해운은 그렇지 못하니 해운을 도산 처리하자고 결정했던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또 조양상선 사태의 경험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록을 남기지 못했던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조양성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하루아침에 사라졌던 사실은 논외로 하고 부정기선사인 팬오션, 대한해운, 삼선로직스 등의 법정관리 사례만 가지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정당화시킨 정부의 논리도 정말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또 정기선 해운이 멈춰 글로벌 공급사슬이 중단됐을 때 각자 어떤 대응을 해야하는지 컨틴전시 플랜을 과연 갖고 있었는지도 반성해야할 점입니다. 우리 정책당국은 해운산업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처방으로만 대응하려 합니다. 또한 우리정책당국이 해운업과 관련해 종단적인 정책만 추진해 왔지 해운과 관련된 조선, 금융 등 관련 분야를 횡단하는 정책적인 접근이 없었다는 것도 반성해야합니다.

앞서 지적된 오너 리스크 문제는 현대상선의 경우 깔끔하게 해소된 상태입니다. 정부가 현대상선의 사실상 오너가 됐기 때문에 오너리스크가 사라졌고 이제는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합니다. 다만 이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된 경영인인지 제대로된 검증과 전폭적인 지원이 동시에 필요할 것입니다.

내셔널 캐리어 필요한지 우선 판단 필요

◆ 윤민현 박사 : 어찌됐든 한진해운은 문을 닫았고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현대상선뿐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우리나라에 글로벌 원양컨테이너선사, 소위 내셔널 캐리어가 필요한 가입니다. 만약 내셔널 캐리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이유가 상사적 차원인지 아니면 글로벌 물류와 안보에 근거한 운수정책인지를 명확히함과 동시에 해당기업의 적자가 누적될 경우 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적자가 누적돼도 유지할 것이냐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원양정기선사가 무역이나 화주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논거를 제시합니다. 싱가포르 NOL이나 독일 함부르크수드가 매각될 때 거론됐던 것도 비슷한 논지였습니다. 싱가포르나 독일에 과연 내셔널 캐리어가 필요하냐고 화주들에게 물었더니 있는게 바람직하지만 없더라도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화주들은 기본적으로 선사의 수가 다다익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내셔널 캐리어가 자국 무역에 필수요건은 아니라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기에 매각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이들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내셔널 캐리어가 필요한지, 아닌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느데 이것이 제대로 안되니 채권단이 이의 제기할 때 방폐막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국민세금으로 누적적자를 충당해가면서까지 유지해야할 만큼 내셔널 캐리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리한다면 채권단 문제는 국가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이제는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돈이 부족해서 한진해운이 파산했습니까, 한진해운이 배가 없어서 파산했습니까? 아닙니다. 경쟁력이 없었고 기업이나 정부차원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내셔널 캐리어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면 경영차원을 떠나서 확실하게 내셔널 캐리어를 육성할 수는 방안을 만들고 시행해야합니다.

또한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잘잘못 얘기가 나오는데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문책하기 위함보다는 한진해운을 청산에 이르게 한 원인들과 처방, 그리고 그로인한 국가차원의 손익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자료로 정리를 해놔야지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정부 약속한 구조조정 원칙 지켰어야

◆ 김영무 부회장 : 윤민현 박사님 의견에 동의하지만 책임을 묻기 위한 분석이나 평가는 지양돼야합니다.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기록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셔널 캐리어 문제는 의견이 많이 다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과연 내셔널 캐리어가 적자를 내고 있어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 입니다. 저는 적자를 내도 내셔널 캐리어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셔널 캐리어가 적자를 냈다면 그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부담해야할 비용입니다.

내셔널 캐리어가 적자를 낸다고 없애버린다고 그 비용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화주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그 비용은 국가가 다른 형태로 부담하기 때문에 결국 내셔널 캐리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사실 정기선사가 필요 없습니다. 미국은 워낙 산업이 튼튼하고 고용구조도 좋기 때문에 내셔널 캐리어가 없어도 온갖 배들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 규모도 작고 고용상태도 나쁘기 때문에 우리 배가 없다면 외국 배들이 지정학적으로 우리를 스킵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외국 대형선사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홍콩에 기항했지 부산항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우리가 한일항로 등 근해항로가 발전한 이유도 부산항에 외국 대형선사들이 기항하지 않다보니 수출입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부산항에서 일본이나 홍콩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성장하면서 부산항이 허브포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1600만teu의 화물이 갖고 있어도 얼라이언스에 가입된 국적선사가 없고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면 외국선사들은 다시 부산항을 스킵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 당국이 원칙을 내놨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원칙을 제시하고 자구노력을 충분히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사실 이 약속도 어패가 있습니다. 자구노력을 다하면 정부가 지원해줄 것이 없어야 마땅하고 만약 자구노력을 다하고 난 후에 여력이 없다면 지원을 해줘야합니다.

정부는 해운업계에만 구조조정원칙을 제시하고 자구노력을 계속하라며 제시한 원칙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선업에는 그렇게 하질 않았습니다. 한 국회의원도 금융당국에 ‘해운업에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조선업에는 왜 원칙을 지키지 않는가?’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선업은 고용인원이 많아서 원칙을 고수할 수 없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스스로 만든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게 무슨 원칙입니까? 예외를 두어 조선은 지원하면서 정작 조선에 일감을 주는 해운을 망가뜨는 원칙 고수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이철원 국장

◆ 사회 :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서 살아남은 선사들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하며 발전시켜 나가려면 어떤 해운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점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토론중에도 지적됐지만 저는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들이 정기선과 부정기선을 잘 구분하지 못할 정도 해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가장 심각한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진해운사태 1년이 지나면서 과연 우리나라에 정기선 해운정책이 제대로 있었는가, 제대로 안되있었면 앞으로 부정기선과는 다른 정기선 정책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상선 살리려면 국영공사화 해야

◆ 윤민현 박사 : 앞으로 한국 원양정기선해운의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살아남은 불씨중 제일 큰 현대상선을 살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한국해운을 살리기 위해 해수부 산하에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양진흥공사는 선박확보, 화물확보, 기업경영안정 지원이라고 하는 이른바 쓰리트랙을 통해 한국해운을 재건하겠다는 것이 설립목적이라고 발표되고 있읍니다만 이는 달리 보면 해양진흥공사가 선박을 직접 보유하고, 화물도 확보하고, 기업경영도 지원하는, 한마디로 해운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해수부 산하의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투트랙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러한 투트랙 형태의 재건방안이 최선인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이 내셔널 컨테이너 캐리어 육성인데 투트랙 시스템보다는 어차피 재원이 국가재정일 바에야 통합해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이 너무 앞서 갈수도 있는데 차라리 현대상선과 해양진흥공사와 합병시켜 제3의 국영공사를 만드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우리 해운계의 현실로 봤을 때 국영공사체제로 정부가 주도해 내셔널 컨테이너 캐리어의 재건을 추진하는 방안이외에 선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내셔널 캐리어를 만들고 경영의 성패와 관계없이 내셔널 캐리어의 가치를 보전해 나가겠다는 확실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다만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구조와 우리의 정서에 비춰볼 때 장기적 측면에서 공사체제가 최선이 될 수 없는 만큼 재건을 촉진하기 위한 긴급조치로 우선 국영공사체제를 출범시켜 안정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민영화시킬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사회 : 합병대상에 SM상선도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윤민현 박사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현대상선을 공사화해서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근해선사를 포함 4~5개선사에 나머지 지분을 배정하여 안정화시킨 후에 후일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하는 방향으로 민영화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상선 살리겠다는 정부의지 보여줘야

◆ 한종길 교수 : 저는 우리나라 정기선해운 전체를 고려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과 중장기적인 처방을 구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현대상선을 반드시 살리겠다고 정부가 대외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로 한국해운업계가 입은 가장 큰 손실중 하나가 국내외 고객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지금 현대상선이 2년 뒤, 3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떤 화주가 믿고 짐을 맡기겠습니까? 잃어버린 국내외 고객의 신뢰를 회복시키려면 정부가 현대상선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정책적인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동시에 운영자금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합니다.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현대상선은 지금 당장 급하기 때문에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국책금융기관이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으나 캠코선박펀드 매입 규모를 좀 더 확대하고 매입 조건을 완화해서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양진흥공사가 톤이지 뱅크 역할을 수행할 것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양진흥공사 보다는 캠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협, 부산은행 등이 참여해서 해운업 구조조정 펀드나 기금을 만들어 톤이지 뱅크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금융기관들에게 수동적으로 투자하라고 주문하기 보다는 이들이 참여하는 펀드나 기금을 만들어 직접 투자하게 만들면 해운업계를 위해 좀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해운이 고질적으로 반복해왔던 호황기에 고가로 선박을 매입했다가 불황기에 저가로 매각하는 선박투자 패턴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국가필수선대 제도를 개선시켜야 합니다.

당초 국가필수선대 제도를 도입할 때는 국가전략물자를 우리 선박으로 실어 나름으로써 국적선 적취율을 높여 국적선대를 확충하는 한편 한국인 선원의 고용도 확대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국가필수선대가 한국 선원의 고용을 지키는 제도로 변질됐습니다.

국가필수선대에 대한 혜택도 인건비를 일부 보전해주는 것에 불과해 최근에는 목표인 88척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예산이 남아 불용 예산으로 반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국가필수선대 제도를 개선시켜 국적선사들이 경쟁력있는 선대를 확충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필수선대 제도 개선 필요

◆ 김영무 부회장 : 한교수님의 지적대로 국가필수선대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국제선박등록법에는 국가필수선박을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선박 중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 부분이 잘못돼 있습니다.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선박이 아니라 국가필수선박을 먼저 지정하고 이들 선박만 전략물자를 수송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합니다. 현재 이러한 방향으로 국가필수선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양진흥공사와 관련해서는 공사가 경기역행적 투자를 보완하기 위해 해운거래정보센터 기능이 있고, 선박펀드나 선박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투자금융기능도 있고, 기업경영을 지원하는 보증 기능도 있습니다. 큰 틀에서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을 보면 해운경기를 예측해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보증, 신용보증을 해주고 필요에 따라서 펀드에 투자도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이 내셔널 메가 캐리어가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선복량이 100만teu로는 부족하고 200만teu는 돼야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륙별로 정기선사 통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계인 머스크라인, MSC, CMA CGM, 하파그로이드가 결국에는 합병이 될 것으로 보는데 이들이 합병하면 선복량이 1천만teu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차이나COSCO, 에버그린 등 중국계 선사들이 합병하면 500만teu, 일본 3대 선사가 통합하면 150만teu에 달합니다. 이제 100만teu를 확보해서는 경쟁력있는 내셔널 메가 캐리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선복량이 200만teu는 돼야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니 선박 건조도 하고 M&A도 해서 조속히 선복량 200만teu를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트라아시아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원양선사와 인트라아시아 선사가 동시에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 와서 이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KSP를 통해서 원양선사의 역할과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지 국내선사간 과당경쟁을 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윤민현 박사 : 현대상선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정부의 코멘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령 정부가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한 공사체제를 가시화하는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액션이 필요합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예상과 달리 한국 정부와 채권단에 의해 한진해운이 일거에 도산되는 것을 목격한 해외의 시각에서는 한국정부가 현대상선을 지원하겠다고 공언을 하더라도 별로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 이동해 센터장
◆ 해양금융종합센터 이동해 센터장(이하 이동해 센터장) : 먼저 국가필수선박제도와 관련해서 최근 이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선박등록법에 기반한 국가필수선박제도가 좀 더 효율적으로 제도보완을 한다면 국적선 적취율 제고, 국적선 확충 등에 따른 상생 효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적컨테이너선대를 확충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하여 업계와 금융기관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의견을 수집하여 국적원양선사의 경쟁력 확충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용한 정책 방안이 제시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선사를 지원해왔던 정책금융기관들도 정부의 정책방안에 맞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리먼사태 이후 지금까지 오랜 해운경기의 부진으로 시장에서의 해운에 대한 기피현상이 지속되고는 있으나 가스공사 LNG 선박 등 현금흐름이 건실한 선박금융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금융 공급 측면에서 최근에 설립된 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 두 기관은 해운 불경기시에 위력을 발휘하는 소위 불경기형 선박금융기관으로서 앞으로 상시적인 선박금융 공급이 가능하게 되어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출범하는 해양진흥공사가 이 두 기관을 통합하여 기존 순경기 금융(호황기 신규 투자에 제공되는 금융)과 긴밀히 협력한다면 국적선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양질의 선박금융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신설 공사는 후순위 중심, 투자형, 톤이지 뱅크 기능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윤민현 박사 : 해양진흥공사도 있고 은행이 대출하는 금융도 있는데 이 두가지가 좀 더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 이동해 센터장 : 해양진흥공사가 불경기 금융기관의 특성을 가진다면 기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들이 설립한 선박펀드에 투자를 한다던지, 선박금융 신디케이션에 후순위금융을 제공한다던지 함으로써 선박금융을 더욱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해양진흥공사와 기존의 선박금융 플레이어들이 협업을 통해 역경기금융과 정책금융 및 순경기금융이 같이 어울어지는 형태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대상선 선복량 무작정 늘려선 안돼

◆ 한종길 교수 : 현대상선이 무작정 선대를 확충해 과거처럼 재무제표가 어지러워지는 그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톤이지 뱅크 같은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윤민현 박사 : 글로벌 캐리어가 되기위해 선복량을 무작정 100만teu, 200만teu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현대상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현대상선이 앞으로 5년내 100만teu 이상 선복량을 확대하려면 1만 8천teu급을 기준으로 30여척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배를 투입할 적절한 항로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대상선이 직접 운항하고 있는 미주서안서비스를 좀 더 키워서 선박을 더 투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미주동안서비스, 구주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열어나가야 합니다. 최근 발주한 1만 2천teu급 2척을 남미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정도 사이즈의 선박도 현재 취항중인 미서안 로선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지원의 신조자금을 동원하여 얼마 전에 매각한 VLCC를 다시 발주하는가 하면 항로여건이 성숙된 것도 아닌데 1만 2천teu급 2척도 계약하는 등 급하게 선박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상선이 선박을 확보하더라도 수요가 있는 항로를 찾아서 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영업을 확대하면서 서서히 선복을 확충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어 보이는데 5년안에 100만teu 이상의 선복을 확대한다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M&A를 통해 선복량을 확대하자는 제안도 있는데 그 실현 가능성 역시 높지 않아 보입니다. 현대상선이 타선사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흡수할만한 가치있는 선단이 거의 남아 있질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선사가 아프리카 항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PIL 정도입니다. 그럼 현대상선이 PIL을 흡수할 수 있을까요? 신조 발주와 M&A 등을 통해 선복량을 100만teu, 200만teu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실현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상생론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정부와 해운업계가 추진하는 해운-화주-조선 상생론의 근원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자주 거론되고 있는 상생론은 컨테이너 정기해운보다는 벌크선 분야에서는 선화주간 상호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화주들을 상대로 운임전쟁이 만연하고 있는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선화주 상생론을 실현시킬 방법이 있을까요?

이론상으로는 해운선사가 화주와 조선소의 투자를 받아 배를 짓고 장사해서 남은 돈을 화주와 조선소에 배당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금융권마저도 해운업을 대단히 리스키(risky)한 업종으로 분류하고 철수하는 마당에 세제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주와 조선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제안에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 사회 : 결론적으로 현대상선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회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

◆ 윤민현 박사 : 가능 불가능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할 것이 현대상선이 100만teu이든 200만teu이든 선복량을 확충해도 현 시장의 구도상 선박을 투입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려면 얼라이언스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이점에 관한 한 저는 적어도 향후 수년내에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에 편입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는 3대 얼라이언스에게 소속 선사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얼라이언스에 공동 연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선사들의 주요목표가 발주 억제와 신규시장진입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상선이 앞으로 얼라이언스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컨테이너 화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악재입니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간 1.5%에서 3% 정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5년간 선복량을 급격하게 확대해야 하는 현대상선으로서는 여건이 좋지 못합니다. 현재 한진사태로 한국해운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마당에 다른 선사의 물량을 빼앗아오는 것은 운임덤핑을 하지 않는 한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새롭게 늘어나는 물량을 확보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문제는 그런 화물이 많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주식공유로 해운-화주-조선-금융 협력 강화

◆ 이동해 센터장 : 저로서는 개별기업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아서 일반화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박금융 수요자 측면을 분석해보면 그간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견 해운사를 중심으로 선대를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운영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성공기업들은 고비용 용선보다는 자사선을 중심으로 선대를 확충하고 장기계약과 다양한 선박 포토폴리오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해운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일 선형에 비중을 지나치게 가져가기 보다는 선박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한 종합해운회사로의 발전이 사업의 안정화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사회 : 오늘 장시간 토론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해운정책당국에 주문해야할 사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기선 해운에 대한 확실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고 개별선사 입장에서 초점을 맞춰보면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정기선 해운정책을 마련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윤민현 박사 : 우리 정부가 해운구조와 글로벌 해운 시장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동시에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해운의 경영을 정부가 지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부와 개별 정기선사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봅니다. 어느 나라 정부도 정부가 나서서 신 시장을 개발하겠다거나, 화주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가 개발해 낼 수 있는 독창적인 해운 경영기법이 있는지, 누구도 열지 못한 새로운 항로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정부가 정기선 해운 경영을 지도할 수 있는 생각은 과도한 자신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동해 센터장 : 우리나라 정기선사가 해외선사들에 비해 우위를 가진 전략적인 장점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가진 풍부한 물동량과 항만설비, 지리적인 이점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비금융적인 측면에서의 전략적인 장점을 잘 살린다면 국적 정기선사가 다른 글로벌 정기선사와 경쟁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금융을 통한 선대확충과 원가절감이 중요한 만큼 선화주 상생에 의한 국적선 적취율 제고, 국가필수선박제도 활성화, 항만 인프라 확충 등 비금융적인 지원도 정기선사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비금융적인 지원 확충이야말로 한국해운의 장기적인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종길 교수 : 현대상선을 살리는 길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경영위험을 분산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일 선박 단위의 계약에 의존하는 부정기선 경영과는 달리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다양한 주체가 관여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요하는 정기선사 경영에서는 오너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기선 기업은 오너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그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에 견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너들의 독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인 오너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그리고 우리 정기선업체에서 두드러진 오너리스크는 선대에서 후대로 경영권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경영능력이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경영승계를 받고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못했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현대상선를 내셔널 캐리어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해운-화주-조선-금융으로 이어지는 협력체제를 주식공유를 통해 완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 : 한국해운신문 창사 28주년을 기념해 한진해운 사태 1주년 한국해운정책이 어떻게 변화돼야하나, 도대체 한국해운이 어디로 가야하느냐를 가지고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장시간 토론을 했습니다.

오늘 좌담회의 결론은 윤민현 박사님께서 잘 정리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진해운 사태에서 배워야할 교훈은 국가의 정기선 해운정책이 제대로 정립이 돼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근간으로 움직여야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돼 있질 않았고 결국 한진해운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

한진해운이 파산해 버린 마당에 현대상선이라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여기에 맞는 해운정책을 만들어 나가야할 것입니다. 윤민현 박사님께서 제한하신 현대상선을 국영공사화하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당국에서 이 문제를 적절하고 진지하게 검토해서 정책에 반영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