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국제운송로 선점해야”

북방경제협력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성원용 교수, “한·러 전략적 이해 공유가능”

2017-09-27     최홍석
▲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성원용 교수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이 치열한 유라시아 국제운송회랑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개최된 ‘대한민국 차기 성장 동력, 북방경제협력에 달려있다’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성원용 교수는 이같이 밝히고 교통물류 분야에 있어 러시아와 한국이 충분히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비롯, 러시아의 트랜스 유라시안 벨트(Trans-Eurasian Belt RAZVITIE), 몽골의 Steppe Road Initiative 등 주변국들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공간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3년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통해 이 같은 경쟁대열에 참여하는 듯 했으나 북핵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박근혜 전 정부 4년여의 임기 동안 특별한 성과 없이 지나왔다.

성원용 교수는 국가마다 각기 명칭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유라시아를 관통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운송로를 만들어 그 주도권을 스스로 갖겠다는 것이며 이러한 국제운송로가 단순한 도로나 철도의 개념이 아닌 벨트, 즉 가스파이프라인, 광통신케이블, 전력송배전망 등이 지나가는 다양한 교통로를 하나의 지역에 집적시켜 국제운송로가 통과되는 주변지역을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제운송로는 국제정치경제의 횡단선과 같기 때문에 국제운송로가 지나가는 공간을 누가 컨트롤하고 지배하느냐에 따라 세력권이 재편되기도 하고 문명이 교체되기도 하며, 국제운송로를 지배하는 국가가 교체된 문명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이 성 교수의 주장.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각축전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에 대한 방안으로 러시아와의 전략적 이해관계 공유를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의 경우 기존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고 서측으로는 동유럽, 동측으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사업들을 통해 자신들의 유라시아 국제운송로를 확장시켜나가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우리나라와의 전략적인 접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는 굉장히 많은 내륙수운 네트워크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내륙을 관통해서 짧은 거리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내륙수운루트를 개발할 경우 한국의 조선산업이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가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자원개발을 본격화하게 된다면 지금의 몽골 및 중국과 연결되는 접경지역이 아닌 내륙지역까지 이용한 철도망을 확장하려고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연해주 지역의 개발을 본격화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한국과 러시아가 각각 구상하고 있는 북방정책이 공유될 수 있는 접점은 환동해권이고 향후 환동해경제협력이 보다 가속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성 교수는 예상했다.

성 교수는 그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거의 모든 국제물류의 중심은 97%가 해운루트이고 대륙철도 등의 내륙을 이용한 물동량 분담률은 3~4%에 지나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발달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분담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유라시아로 진출하는 대륙루트가 상당 부분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해운수송루트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한국무역협회, 먹고사는 문제해결을 위한 의원 연구모임에서 공동 주최하나 동 정책토론회는 27일 오후 2시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으며 한국무역협회 김인호 회장,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국회의원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토론회는 성원용 교수의 발표를 포함, 총 5개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