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좌담회/4차 산업혁명, 한국해운이 나아갈 방향

2017-09-28     한국해운신문

▲ 한국해운신문 창사특집 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좌로부터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 김대헌 한국선급 연구소장, 이철원 국장, 이권희 해기사협회 회장, 이택규 폴라리스쉬핑 부사장, 이용숙 나파코리아 사장
데이터 부족으로 기술개발 100% 불가
자율운항선박 상용화까지 시간 필요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 사회는 혁신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핵심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해운업계에게 4차 산업혁명은 너무 먼 이야기다. 해운장기 불황으로 한진해운을 비롯한 수많은 국적선사들이 문을 닫았고 지금도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4차 산업혁명이라니? 

한국 해운업계가 여전히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이에 유럽,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 에코쉽, 스마트쉽, 무인선박 등 소위 해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개발하고 표준화를 선점하기 위해 저멀리 앞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간 정보공유가 잘안되고 데이터도 많이 부족한 상태여서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은 100% 완성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아직 한국해운업계에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해운신문은 창사 28주년을 맞아 연속 좌담회의 마지막 순서로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 해운업계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는지를 점검해봤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세계 각국이 스마트쉽, 무인선박 등 차세대 선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 이것이 앞으로 필연적으로 해운산업이 나갈 수 밖에 없는 트렌드라고 한다면 우리 해운업계도 뒤쳐져 따라가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선도적으로 참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면 한국해운이 어떻게 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차세대 해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우리 해운업계는 관련업계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고 의견 취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주요 해운국에 비해 R&D 투자도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조선업과 우수한 해기인력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업계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선박 운항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R&D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한국해운신문 창사 28주년 특집 좌담회 개요>

-일시 : 2017년 9월 15일 금요일 오후 4시 30분
-장소 : 한국해기사협회 회장실
-참석자 : (성명 가나다순)
             김대헌 한국선급 연구소장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사안전연구실장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이용숙 나파코리아 사장
             이택규 폴라리스쉬핑 부사장
-사회 : 이철원 한국해운신문 편집국장
-주제 : 4차 산업혁명, 한국해운이 나아갈 방향

◆사회 : 한국해운신문이 창사 28주년 기념 연속 좌담회 마지막 순서로 ‘4차 산업혁명, 한국해운이 나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님과 업계를 대표하시는 여러 전문가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좌담회를 통해 과연 4차 산업혁명이 한국 해운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 해운업계가 어떻게 대비를 해 나가야 하는지 토론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정의를 내려보고 본격적인 토론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한선 실장님께서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력이 고도화된 사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사안전연구실 박한선 실장(이하 박한선 실장) :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국내에서만 사용하고 해외에서는 다른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클라우드 슈밥(Klaus Schwab)과 독일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신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표현하는 인더스트리 4.0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간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도록 도움을 주는, 고도화된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상황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고, 사물인터넷은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인간에게도  환경적, 문화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 4차 산업혁명의 사전적 의미는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합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빠르게 산업을 변화시키고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파코리아 이용숙 사장님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보시는 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파코리아 이용숙 사장(이하 이용숙 사장) : 저는 혁명보다는 진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3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인터넷이었고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AI, IoT, 무인자동차, 무인항공 등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어 생활의 편의성이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레볼루션(혁명)이 아닌 에볼루션(진화)라고 표현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로봇,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신기술이 산업과 결합되면서 기존과 다른 네트워크가 형성·진화된다고 하니 굉장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4차 산업혁명이 해운산업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고 과연 우리 해운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운산업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스마트쉽이 있을 텐데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4차 산업혁명이 해운산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고  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국선급 김대헌 소장님께서 해운산업과 4차 산업혁명이 어떤 관계가 있는 지 정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선급 김대헌 연구소장(이하 김대헌 소장) : 선박에 적용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선박 기술의 발전과정을 보면 과거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 때는 어떻게 하면 연료를 절감하고 효과적으로 화물을 운송할 것인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3차 산업혁명 때는 통신이나 인터넷을 어떻게 선박에 잘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선박과 육상의 소통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가 기술의 핵심입니다. 선박과 육상의 소통을 발전시키려면 통신이 원활해야하고 이를 토대로 육상에서 선박의 관제가 가능해 지게 됩니다. 육상에서 관제가 가능해진다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지고 해상에서 발생되는 인적 에러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선박을 우리는 보통 스마트쉽이라고 부르는데 IMO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오토노머스쉽(Autonomous ship), 언맨드쉽(Unmanned ship)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최근 조선산업에서 연구하는 스마트 기술은 선박과 육상관제는 물론 선급의 승인·검사하는 것까지 모든 해사산업 인프라를 디지털화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한 스마트 기술이 적용이 확대되 종국에는 자율운항 기능까지 포함되게 될 것입니다. 

해운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쉬핑 4.0'이라는 표현도 자주쓰는데 인더스트리 4.0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회 : 쉬핑 4.0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대헌 소장 : 쉬핑 4.0은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자율운항선박에 탑재할 기자재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그기자재를 선박에 탑재시켜 육상과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도록 관제시스템을 점차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해운업계가 해기사 외에는 노동력을 감소시키는 추세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최종적으로 2030년 이후에는 언맨드쉽을 만들고 육상에 새로운 선장을 도입하겠다는 상상과도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 : 쉬핑 4.0이 단순히 스마트 선박 기술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해운이나 물류 산업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이처럼 해운산업 전반에 있어서 쉬핑 4.0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대헌 소장 : 우선 유럽은 화물이 전혀 실리지 않은 자율운항선박을 건조해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물이 실리지 않은 선박을 어떻게 화물선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최근 100teu급 피더컨테이너선을 건조해 일정한 시험해역에 선원 없이 운항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물론 화물선은 아니지만 이러한 가시적인 계획은 유럽을 중심으로 특히 노르웨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험해역이라 함은 결국 시설 인프라까지 실증해 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술들이 조금씩 개발되고 있는데 그렇게  늦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선 운항을 통한 실증이나 인프라 구축, 물류까지 연계된 실증은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세계는 지금 자율운항선박을 건조하고 실험하는 단계까지 와 있기  때문에 향후 이와 관련한 항만 인프라, 관련 법규 등에 관한 관심을 실제 개발 노력으로 연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MO는 이미 본격적인 관련 법규 마련  논의를 시작한 상황입니다.

인간 중심의 사회인지 고민해야

◆박한선 실장 :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국해운이 어떤 키워드를 쉬핑 4.0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4차 산업혁명시대 즉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선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 또 이를 통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합니다.

현재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자율운항선박이 2030년 정도에 상용화된다고 했을 때 기존 인력을 어떻게 전환시키고 기존의 교육이나 패러다임은 또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입니다. 저는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라도 사람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원 20~30명씩 타던 선박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로봇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해상 일자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을 인간 중심으로 진행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인력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옮겨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선박에 선원이 타지 않는다면 조선소는 기존의 선박 디자인을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기 때문에 갑자기 이러한 선박이 출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추세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율운항선박을 실현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굉장히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2025년에 자율운항선박을 실제로 만들어 내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국내에서도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산업부와 해수부에서 R&D 형태의 계획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앞으로는 선사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조선소에서 실현시킬 수 있고 두 업계가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의 정책이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키워드는 선박 연료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나 IMO가 2020년 부터 벙커C유에 포함된 황함유량이 0.5% 이하인 선박연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황함유량이 0.5% 이상인 벙커C유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인데 문제는 다른 연료를 사용하면 벙커C유를 사용하는 것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 LNG입니다. IMO 분석리포터에 따르면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선박이 2020년이면 120척 정도 만들어 질것이라고 합니다. 연료가 바뀌면 선박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앞으로 LNG를 연료로 한 선박이 건조되겠지만 2030년 이후 LNG로도 연료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오면 태양이나 바람, 또는 바이오연료와 같은 새로운 연료가 개발돼야만 합니다. 우리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머스크나 주요 해운국은 이미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을 건조하고 관련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로봇 개발로 물동량 감소 우려

◆이용숙 사장 : 4차 산업혁명이 한국 해운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조사를 해봤습니다.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물동량이 10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물동량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물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산업구조를 보면 선진국이 기술을 개발하고 집적화된 부품을 만들어 내면 그 부품을 중국,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다시 선진국에 되팔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굳이 노동력이 싼 외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다시 수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로봇 등의 개발로 굳이 다른 곳에서 물건을 만들어 올 필요가 없어져 결국에는 물동량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입니다.  최근 아마존은 컨테이너선단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은 물류업체에게 운송 요청을 하면 물류업체가 소비자에게 배달했지만 앞으로는 아마존이 직접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면서 고객에게 주문받는 동시에 배송을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머스크와 아마존이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를 해둬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 : 박한선 실장님과 이용숙 대표님께서 현재 정책적인 문제와 앞으로 해운산업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짧은 소견입니다만, 저는 최근 3D프린팅 개발로 물류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염려를 많이 했습니다. 3D프린팅이 실제 생활에 사용되고 산업화에 성공한다면 수송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입니다. 수송이 불필요해지면 물류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선박운송도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D프린팅이 상용화될 경우 프린팅에 필요한 소재를 운송하기 위한 또 다른 물류 이동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면 선원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이 등장하면 과연 선원들의 일자리가 어떠한 영향을 받게되고 어떤 대응해야 나가야 하는지 고민을 해봐야할 것입니다.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님께서 이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시장 주도·선점해야

▲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이하 이권희 회장) : 3D프린팅에 관해 먼저 말씀드리면 이로 인해 물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 운송되는 물량에는 제품도 있지만 원자재도 있습니다. 3D프린팅이 발전된다고 해도 석유까지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3D프린팅도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물류운송은 또 다시 발생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해운업계는 향후 선진국 주도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표준화를 만들어 기자재를 개발하고 선원을 교육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물론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해운·조선업계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해야 합니다. 기술, 고용문제 등 시대에 흐름에 맞춰 어떻게 변화하고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것은 한국조선소가 전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도 기술개발을 하고 있지만 한·중·일에서 전 세계 80%의 선박이 만들어지고 그 중 고부가가치 선박들은 거의 한국에서 만들어 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먼저 스마트쉽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이권희 회장님께서 정리를 해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해운산업이 나갈 방향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이제는 해운업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토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용숙 사장님께서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누구도 표준 선점하지 못해

◆이용숙 사장 : 이권희 회장님께서 지적하신 것이 정확합니다. 현재 업계의 문제점은 어느 누구도 자율운운항선박의 표준을 선점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해운 선진국과 해운조선업계는 현재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 육상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한 자율운항선박,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파악하는 등의 경쟁력이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표준기술을 개발하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을 통해 화주, 오퍼레이터, 업체 등에 정보를 공유한다면 누구도 우리가 플랫폼을 선점한 것에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오토노머스쉽, 스마트쉽 등 해운조선업계가 앞 다투어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로부터 가치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료가 비쌀 때에는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선박에 대한 요구가 많아집니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서 육상과 해상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물류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려 합니다.

또 한 가지 기술개발의 목표는 안전입니다. 해상에서 발생되는 사고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휴먼에러(Human error)입니다. 안전한 선박으로 운항을 해도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판단이 빠른 기계가 운항을 한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피해가 적을 것입니다.

중국조선소는 2015년부터 스마트쉽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일본은 2012년부터 산업 컨소시엄을 통해 SSAP(Smart Ship Application Platform)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2035년에 완전한 무인선박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 조선 3사는 자체적으로 스마트쉽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기술개발을 하는 것은  기술유출 우려 때문인데 결국 이것으로 인해 표준을 선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조선 3사는 경쟁관계에 있어 산업을 리드하고 전 세계 조선업계에서 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지만 기술유출 우려로 서로 협력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하나의 표준을 만들고 선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소가 유리한 이유는 아까 이권희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전 세계 대부분의 선박이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 선주도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만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 3사가 연합해 기술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정보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쉽 1.0을 개발해 200여척에 탑재했고 재작년부터는 스마트쉽 2.0을 개발연구 중입니다. 미국의 다국적 경영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와 커넥티드 스마트쉽 시스템을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부족으로 미래 예측 어려워

◆이권희 회장 : 현재 해운업계의 문제점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운업은 기복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수요공급,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모든 물류의 움직임과 생산량까지 예측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류의 흐름과 수요공급에 대한 정보가 업계에 공유되면 산업의 위험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헌 실장 : 최근 우연히 조선업계 관계자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항해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기술개발이 80% 정도 진행됐으나 데이터가 부족해 100%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분의 말씀에 따르면 조선사는 해운사와 협력해 개발한 장치를 실선에 탑재하고 또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굉장히 느리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조선소가 아니라 해운사가 기술개발을 주도합니다. 일본의 NYK와 같은 대형 해운사는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해 플랫폼을 만들어 선박에 장착하고 또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용숙 사장 :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데이터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데이터 주인이 누구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곤 합니다. 데이터의 주인이 해운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현재도 선사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니 국내 조선소에게는 분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 해운ㆍ조선업계가 급속도록 진전될 4차 산업혁명을 수용하는 자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쉽도 실제 적용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걸음마 단계라고 정리를 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처가 미비한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선원의 일자리 감소와 데이터가 부족한 부분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여년전부터 주장됐던 해운중개센터가 현재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정보 수집에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업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권희 회장님께서 좀 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권희 회장님 : 우리 해운업계가 4차 산업혁명이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 조선업계가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없어도 바른 길로는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형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각자 주도해서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해운업계는 관심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사회 : 저도 우리 해운업계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을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해운신문이 처음 이런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권희 회장님 : 해운업과 조선업은 각 산업별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산업이 해양수산부나 정부의 주관 등으로 통합된 논의를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유럽이나 선진국이 항상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내는 것처럼 한국 해운도 산업전반을 리드해 노하우를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앞으로 일본이나 경쟁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다보면 불이익을 보는 집단이 생길 것입니다. 특히 무인선박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예를 들면 선원이 감소하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육상과 달리 해상은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변화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스마트쉽이 아무리 발전된다고 해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데 육상에 있는 자동차처럼 언제든 수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안전상의 이유로 선박에 탑재되는 엔진에 대한 기술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선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 이 문제점에 대해 박한선 실장님께서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박한선 실장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서 해운산업이 어떻게 비즈니스 전략을 짜고 대응할 것인가 그 측면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일단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규모를 키워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컨테이너 선사의 주력 선형은 1만2000teu에서 1만4000teu입니다. 최근에는 2만2000teu 컨테이너선이 건조된다고 하는데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에는 최신의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절감 효과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2만teu 정도 되는 대형 선박들을 몇 척 발주해야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됐을 때도 대응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물론 대형 선박들이 발주되기 위해서는 선급 인증이나 표준이 적용된 선박이 건조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해운산업에서는 규모를 키우는 정책들에 대해 수용과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해운산업을 이해하고 잘 경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들이 해운산업을 경영하고 보다 잘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체제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운사, 자체적 맞춤형 선박 주문 필요

그리고 해운회사가 R&D에 많이 투자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해운사와 비교해보면 머스크라인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기술개발해서 조선소에게 가져가 선박에 장착해달라고 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선박운항을 하면서 발견됐던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이나 해기사들의 안전 및 환경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아이템들을 기자재업체들과 같이 R&D를 하면 좋을 텐데 현재는 조선소가 만들어 놓으면 해운사에 가져가라는 식의 비즈니스 형태가 되어 있습니다. 해운회사 비즈니스에 맞는 화물량이나 맞춤형 선박을 조선소에 주문해야 하는데 해운·조선업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처럼 과거 우리 해운·조선업의 공동협약이 부족했지만 앞으로 20~30년 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운업계가 R&D를 통해 자체적으로 필요한 맞춤형 선박을 주문하는 기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해운선사 전문경영인이 친환경선박인 에코쉽이나 스마트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비용을 절감, 에너지절감 효과를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세월호라던지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 선박들은 대형사고가 잘 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경영마인드에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친환경 선박뿐 아니라 친안전선박을 가지고 있고 선박을 운항하는 선원들에게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친안전선박을 못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물론 경영환경이 다를 수 있지만 안전도 결국 비용문제이니 친안전선박에 대해 투자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유럽이나 다른 국가는 연구기관이나 정부의 소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허브역할을 하는 센터를 만들고 데이터를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A, B, C 해운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A 해운사가 센터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 데이터와 함께 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B 해운사에 제공합니다. 만약 C 해운사가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C 해운사도 제공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B 해운사와 C 해운사의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B 해운사가 훨씬 더 비즈니스 전략에 맞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정보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유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빅데이터 허브를 만들어 객관적인 전략 연구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빅데이터를 데이터를 제공한 회사에만 공유한다면 전문경영인이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데 굉장히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전문 경영인들이 역할도 중요합니다. 최근에 IMO 사무총장님과 조찬을 하면서 그리스 선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부 장관급과 그리스 해운회사 사장 12명이 모인 자리에서 만난 전문 경영인의 수준이 놀랍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 전 IMO 회의에서 논의된 국제표준, 환경표준, 안전규제에 대해 회의에 참석했던 전문가 수준으로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CEO 체제로 비즈니스 전략을 짜고 그 이후의 업무는 직원들에게 권한이 넘겨집니다. 직원들이 알아서 일하니 경영인들에게는 결정권이 없어지고 막상 안전이나 환경 측면에서 결정이 필요 할 때도 결정권을 위임해 놨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사회 : 4차 산업 혁명과 해운산업의 대응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우리 해운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현실적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방향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폴라리스쉬핑 이택규 부사장님께서 4차 산업혁명이 해운산업에 적용될 때 고려해야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스크라인, 경제성 있는 선대로 대체해 업계 리드

▲ 이택규 폴라리스쉬핑 부사장

◆ 폴라리스쉬핑 이택규 부사장 : 우선 그리스 선주나 머스크라인 등 해운경영을 잘하는 해외 해운업계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선주는 다들 아시겠지만 해운력에 비하여 화주 영업활동은 미비합니다. 직접 화물을 집하, 운송하는 사업이 주가 아니라 선박을 확보하여 해상운송사업자인 해운선사에게 빌려주는 선주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선사가 원하는 선박을 확보하여 대선영업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설비, 운항효율성, 법규정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뛰어난 해사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운선사의 고객만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리스 선주들은 선박을 확보해 선사들에게 용선해주다가 선가가 오르면 매각하는 어셋 플레이를 병행하므로 중장기적인 선박의 경쟁력 즉, 운항 효율성 등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는 선박관리, 선원관리 역량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쉽이나 무인선이 상업화됐을 때, 즉 선사들이 스마트쉽이나 무인선을 필요로 할 때 시장의 요구가 가시화되면 그러한 경쟁력있는 선박을 확보하여 대선영업을 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이자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나간다는 머스크라인의 경우 점진적으로 에너지효율성을 기반으로 경제성 있는 선대로 빠르게 대체하면서 업계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과거 오덴사 조선소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했던 머스크는 새로운 선형의 선박을 건조해 직접 운항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막강한 R&D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R&D·트레이닝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연구와 트레이닝은 따로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해사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규제와 기술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트레이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R&D와 트레이닝 인프라입니다. R&D와 트레이닝 인프라는 사실 오늘 당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문제를 미리 예측해서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트레이닝은 한참 뒤를 내다보고 미래에 감당해야 할 능력들을 훈련하는 것이고 R&D는 여러 가지 규제를 선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R&D와 트레이닝을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합니다. 그리스 선주나 머스크 등 유럽선주들도 대부분 상업적 논리로 R&D를 진행하지만 이들이 우리와 다른 것은 철저하게 상업적이지만 기술적인 기반 위해서 R&D를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R&D를 진행할 때 기술적 기반과 상업적 기반이 다른 것인양 접근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발전하는데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웰빙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사실 웰빙이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고 잘살아 보자는 것입니다. 웰빙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되게 살아보자는 뜻도 있고 재밌게 편안하게 살아보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아보자라는 뜻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해운인으로서 정말 가치있게 웰빙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혼자서는 할 수가 없고 연계해야만 가능합니다. 특히 후세대들과 연계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보니 잘 안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우리 업계가 상호 연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최근에 해사 클러스터를 만든다고 돈 써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좀 더 멀리 보지 못하고 서로 연계하는데 소극적이다 보니 아쉽게 결말을 내지 못했습니다.

4차 산업도 마찬가지로 우리 해운업계는 아직 냉정하게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다 보니 서로 연계해서 추진해보겠다는 동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사회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우리 해운업계가 생각해 봐야할 것이 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을 받는 기술들이 과연 해운업계에 어떻게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돼 해운업계에 무인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면 결과적으로 선원은 아예 필요 없게 되고 육상 인력도 줄어들게 되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해운업계는 4차 산업혁명은 고사하고 당장 IMO의 환경규제 강화대책에 대응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적선사들이 이러한 환경규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점검을 해봤으면 합니다. 이용숙 사장님부터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력없어 국적선사 기술개발 미뤄와

▲이용숙 나파코리아 사장

◆ 이용숙 사장 : 이택규 부사장님과 박한선 실장님께서 지적해주신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해운업계는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4차 산업혁명으로 스마트쉽이나 무인선박으로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졌을 때 1차적인 혜택은 선사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해운업계는 기술적으로 리딩하는 포지션에 있을 것인지, 아니면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난 이후에 빨리 따라가는 포지션에 있을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국적선사들이 대응하는 것을 보면 후자에 가깝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는 스마트쉽이나 무인선박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치더라도 무인선박에 비해 한참 앞서 있고 기술적으로도 거의 완성이 되어 가고 있는 선박 연료절감기술에 대해 브리핑을 해도 국적선사들의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처럼 국적선사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이택규 부사장님의 지적이 정확하신 것 같습니다. 해운사업을 하는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것인데 과연 우리는 그러한가 하면 그렇지도 못합니다.

머스크라인이 10%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우리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계속해서 영업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머스크라인은 오래전부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지만 우리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들에 대해 지금 당장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세계 7위 해운국이라고 하지만 세계 1~2위 해운국들에 비해 규모의 경계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적선사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는 해운·조선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ICT 조선해양 융합 인더스트리 4.0S라는 사업에 착수했는데 5년간 배정된 예산이 1천억원 규모입니다. 큰 돈일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이정도의 자금은 사실상 지원을 안한다고 봐도 됩니다. 지원 규모가 낮은 것은 결국 그만큼 관심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정책결정을 해주신 분들도 과연 산업계 의견을 수용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방향을 설정해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 사회 : 선박에 대한 환경이나 안전 문제에 대해 IMO 규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국적선사들은 이 규제들에 대한 대비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BWMS와 SOx 규제 실행이 당장 눈앞에 다가와 있고 BWMS는 그나마 어느 정도 대응하고 있지만 SOx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적선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택규 부사장 : BWMS, SOx 등 환경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적선사들도  대응관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각 선사별로 얼마나 충실히 준비를 하고 있는지 수준의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BWMS의 경우는 기간이 연장됐지만 대부분의 선사들은 마스터 플랜을 짜고 선박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BWMS를 장착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선박별로 BWMS를 장착할 것인지, 아니면 장착 부담으로 더 이상 운항을 포기할지의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BWMS 외에도 조만간 SOx에 대비한 스크러버, 아직 발효가 안됐지만 사이버 보안 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선령이 높고 경쟁이 떨어지는 선박이라면 스크랩을 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적선사의 R&D 활동은 시작한지가 불과 6~7년 전으로 판단됩니다. 그즈음부터 R&D센터, 기술연구소를 부설로 만들어 연료절감, 대기오염 등 환경규제대응에 관하여 해사기술 분야 연구활동을 시작했는데 일본 NYK나 MOL은 이미 90년 전부터 연구소를 두어 해사기술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선사의 연구소들은 처음에는 기술 연구기능에 선원교육을 겸하여 왔으나 점차 R&D업무 확대로 그룹화되고 특화되어 직접 선박용기자재를 제조생산하기도 합니다.

◆ 사회 :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해운불황이 벌써 9년째 이어지다보니 국적선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어서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다 보니 각종 규제에 충분한 대비하지 못하고 있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
◆ 박한선 실장 : 우선 우리 국적선사들이 국가에서 진행하는 대형 R&D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 주도로 진행하는 R&D는 반드시 현장을 베이스로 해야 합니다. 현장의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진행되지 못한 R&D는 무용지물이 되는데 그 현장의 데이터들을 해운회사들이 다 가지고 있습니다.

국적선사들이 가지고 있는 현장의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연구소와 선사들이 공동으로 협력해서 R&D를 추진해야 정말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e-네비게이션 사업입니다. e-네비게이션 사업에 투자된 비용이 총 1300억원 규모인데 최근 3~4년간 해운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도 9월 8일자로 발효가 됐습니다. 9월 8일 이후 인도되는 신조선은 바로 적용되고 현존선은 검사주기에 따라 최장 5년 내에 장착해야 하니 2024년까지 연장됐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해운회사들은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BWMS를 장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착했거나 앞으로 장착할 BWMS가 제대로 작동해서 PSC검사나 미국항만 입항시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접입니다.

선박에 장착된 BW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의 데이터들을 공개해서 연구소와 기자재 업체들이 함께 R&D를 진행해야 합니다. 기자재 업체들은 사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의 데이터를 가지고 계속해서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 AS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자재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보니 전 세계적인 내트워크망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운-조선 선순환 구조 구축 중요

◆ 이용숙 사장 : IMO의 국제협약은 강제 규정이기 때문에 선사들이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NOx와 SOx 같은 환경규제들은 선사들이 반드시 대응해야만 합니다만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대응해야 할 규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해운업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무인자율운항선박까지 가게 될 터인데 과연 우리가 그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쫓아가야할 것인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4차 산업혁명은 규제에 기반한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가령 연료절감 시스템, 모니터링 시스템, 안전관리 시스템 등을 갖춘 대형 선대를 갖춘 머스크라인과 같은 선사와 그렇지 못한 선단을 가진 선사는 필연적으로 빈부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을 갖춘 선대를 가진 선사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R&D에 더 투자해 그만큼 앞서 나가게 되고 그렇지 못하고 쫓아가야하는 선사는 경쟁에서 점점 뒤쳐지게 됩니다. 결국은 경쟁력의 차이를 극복하려면 과감히 자본을 투입해 R&D에 나서야 하는데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해운은 조선에 비해 지원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해운을 통해 조선소를 지원하는 선순화 구조가 구축돼 점점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 결국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면 선원이라는 직업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무인선박 도입, 안전에 달려

◆ 이권희 회장 : 완전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는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초기에는 스마트쉽이 되면서 일반선원이든, 해기사든 승선자수가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선원이 전혀 타지 않는 언맨드쉽이 될 것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육상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원격으로 컨트롤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에는 원격 컨트롤 조차 필요 없는 인공지능이 탑재해 스스로 생각하고 운항하는 언맨드쉽이 나타날 것입니다.

선박 무인화는 이처럼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굉장히 느리게 갈 것입니다. 저는 어떤 직업이든지 계속 존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볼 때 사라지는 직업이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이냐, 사라지는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을 어떻게 다른 직업으로 전환시켜 놓을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선박 무인화가 굉장히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고 IMO 조차도 언제까지 무인화를 해야한다고 강제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용숙 사장님 지적처럼 이는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박 무인화 도입 시기는 결국 안전 문제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무인화가 되더라도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것이 선박안전이기 때문입니다.

선박이 무인화된다고 해도 어선이나 여객선까지 다 무인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IMO는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무인화 선박의 운항을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위험 화물이 적재되는 탱커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무인화 도입에 굉장히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상업적으로 무인선박의 운항이 가능해지더라도 무인선박을 채택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결국 선주들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아무리 연료가 절감되고 승선원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선박이 나와도 이것을 도입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선주입니다.

선주는 선박을 도입할 때 비용이 얼마이고, 운항할 때 얼마나 수익이 나오며 선박 관리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꼼꼼하게 따지기 마련입니다. 무인선박을 컨트롤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지만 엔진을 비롯한 기타 장비까지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비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장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이 더 많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이번에 유럽에서 시험운항을 준비 중인 무인선을 만들고 있는데 기존선에 비해 선가가 2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아직 안전 확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 비용이 기존선의 2배 이상이기 때문에 선주들이 선박 도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선원 대응대책 마련 시간 충분

설사 무인선 상용화가 시작되더라도 하루 아침에 기존선박들을 모두 폐선시킬 수는 없습니다. 보통 폐선 선령이 30년 정도입니다. 요즘은 주기가 빨라져 에코선의 경우 15년 정도라고 하는데 이정도 기간이면 선원들 입장에서 대응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번 반대로 상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가령 지금 최첨단 선박이라고 할 수 있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아프리카 선원들은 아예 승선시키지 않습니다. 최첨단 선박에다가 인건비 줄이겠다고 능력이 떨어지는 선원들을 승선시켰다가 엄청난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세태를 봤을 때 저는 앞으로 더 높은 선가의 스마트쉽이 나올 경우 선주들이 인건비를 조금 더 쓰더라도 고급 선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발 빠르게 고급 선원을 양성해 나간다면 스마트쉽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쉽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현재 30명이 필요한 선박에 5명이면 충분하게 될 것입니다. 소수 정예화될수록 전체 선박운항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선주들은 선박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고급 선원들을 찾게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저는 스마트쉽, 무인선 등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계 1위인 조선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선도적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선주들이 스마트쉽을 확보해 운항하려면 스마트쉽을 잘 운용할 수 있는 인력과 교육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가령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다이나믹포지셔닝시스템(DP)을 교육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에 보내 교육을 시킨 일이 있습니다. 스마트쉽도 DP와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이를 운용하기 위한 전문요원과 전문요원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스마트쉽 표준을 만들고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면 우리나라 선원의 경쟁력을 높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현재 육상에서 일하는 해기사가 5천명 정도입니다.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선박검사원, 해운회사 선박담당 직원 등 육상에서도 승선근무 경험을 가진 해기사의 수요가 많이 있습니다. 해기사로 승선 중인 인력은 9600명 정도인데 이 중 7500명이 국적선에 승선하고 있고 나머지는 2000여명 정도가 해외 취업선에 승선중입니다. 해외 취업선에 승선 중인 해기사의 80%가 케미컬 탱커입니다. 케미컬탱커 해기사는 상당히 기술력을 요구하는 선종으로 여기에 승선중인 한국해기사는 대부분 고위직입니다. 다른 선종에서 승선한 경험이 있어도 케미컬탱커 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선종에는 곧바로 승선할 수가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스마트쉽으로 빨리 전환해 교육을 시켜나가면 해기전문인력 수급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육상에서 꼭 필요한 해기사 일자리가 약 5천개입니다. 향후 스마트쉽, 무인선 등이 도래하면서 선원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육상에서 해기경험을 가진 인력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해기전문인력 부족문제는 연착륙시킬 수 있습니다.

◆ 사회 : 이제 오늘 좌담회를 정리해야할 단계에 들어왔습니다. 미처 못하신 말씀이나 오늘 주제와 관련해 업계나 정부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제안 등을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

R&D 분야, 선사 참여·기술수요자 요구 필요한 시점

▲ 김대헌 한국선급 연구소장
◆ 김대헌 소장 : 이권희 회장님의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선급 내에서도  선박무인화가 기술적으로는 생각보다 빨리 될 수 있지만 보험문제 등 제도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굉징히 늦게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선급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함께 산업부에서 ‘스마트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이라는 연구 용역 과제를 수탁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초 이 용역은 통상적인 정부과제 기획처럼 추진하다가 스마트쉽의 산업 파급력 및 기술의 다양성 탓에 업계 중립적인 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한국선급이 공동으로 수행하게 됐습니다. 최근 자문의원 회의를 개최했는데 자문의원들이 스마트쉽 수요자는 결국 해운선사이고 기술개발을 하는데 왜 해운선사가 참여하지 않느냐고 지적해주셨습니다.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조선소들끼리 각자 스마트쉽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인데 선사들의 참여와 요구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사실 최근 정부가 진행하는 선박관련 R&D에 국적선사의 참여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3~4년까지만 하더라도 국적선사 참여가 비교적 활발했지만 시황 장기 침체로 국적선사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R&D에 참여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연구용역이 어떻게 보면 국적선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스마트쉽 기술개발을 위한 기획 단계이기 때문에 국적선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릴 내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결국 지금 준비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도 명확하게 개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권희 회장님께서 지적해주신 선도적인 교육시스템 개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은 법제도와 교육시스템이 같이 이루어져야지 한쪽만 진행되면  절름발이가 돼서 제대로 사업화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기술개발 초기단계이므로 국적선사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선주협회를 통해서 기술수요 조사가 나가면 좀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시길 이 자리를 빌어 부탁드립니다.

기술경영 평가 반드시 이뤄져야

◆ 박한선 실장 : 최근 KMI도 박사급 인력 몇 분을 영입했습니다. 경제학 연구자도 있고, 공학박사도 있고, 승선경험을 가진 해기사 출신 박사도 있습니다. 또한 e-네비게이션,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법학과 경제학을 연구하신 분들도 영입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운산업이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제일 중요한 것은 사전에 기술경영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에 앞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가? 문화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기술경영평가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기획연구와 R&D 등을 통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들을 세워야합니다. 사실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 여부는 해운선사 CEO가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해운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는 자율운항선박입니다. 자율운항선박에 대해 IMO도 논의를 시작했는데 저는 3단계에 걸쳐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일본이 자율운항선박을 건조하겠다고 공언한 2025년부터 2030년까지입니다. 이 시기는 자율운항선박과 기존선박이 공존하는 단계로 선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초급 사관들에 대한 전환 교육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선원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2단계는 2030년부터 2040년까지로 자율운항선박 운항을 위한 테크니컬 서비스센터, 즉 리모트 컨트롤센터가 육상에서 가동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육상에 리모트 컨트롤센터가 만들어져 테크니컬 엔지니어 1명이 자율운항선박을 10~20척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초기 테크니컬 엔지니어는 선박운항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기존 선원들에게 전환교육을 시켜서 투입해야할 것입니다. 나중에는 해양대학교에서 별도로 테크니컬 엔지니어 양성교육을 실시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3단계는 2040년부터 2050년까지로 100% 자율운항선박이 운항을 시작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3단계가 되도 선종에 따라 자율운항선박이 도입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여객선의 경우 승객을 태우는 선박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율운항이 가능하더라도 선원이 반드시 승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더라도 선원이라는 직업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상선에서도 곡물이나 철광석 등 드라이벌크화물을 싣는 벌크선들은 자율운항선박이 조금 빨리될 것이고 케미컬 탱커 같은 유조선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늦게 도입될 것입니다. 따라서 해운선사들은 그들이 가진 각자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자율운항선박 도입 전략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화주, 육상물류 등 연관산업 의견 취합 필요

◆ 이용숙 사장 : 다들 아시겠지만 해운산업은 혼자 독립된 산업이 아니고 조선, 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가 돼 있습니다. 해운산업의 4차 산업혁명, 결국에는 자율운항선박이 될 터인데 아쉬운 점은 앞서 김대헌 소장님께서 지적해주셨듯이 연관산업간 의견 취합이 제대로 안된다는 점입니다.

해운업계도 자율운항선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만 결국 스마트쉽이든 자율운항선박이든 제품을 만들어내는 곳은 조선소입니다. 조선소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사가 원하는 기능이 담겨야만 합니다. 선사들이 원하는 기능이 많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선박 유지비용, 편리성 등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한다고 하면 해운뿐만 아니라 화주, 육상물류 등이 적용돼 연관산업까지 모두 포함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각각의 산업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리딩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들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하는데 사실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요인까지 적용하면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비행기를 보면 과거에는 기장실에 8명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2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8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고 조만간 2명의 기장도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자율운항선박도 언제 도입된다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 이권희 회장 : 저는 앞서 결론을 이미 냈기 때문에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자율운항선박이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면 수동적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장 선주들은 관심이 없더라도 정부나 선박관리업계, 학계 등은 자율운항선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쟁력을 키워 선점함으로써 비즈니스인 측면에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을 시작했고 우리도 뒤쳐지지 않도록 빨리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기술 습득할 수 있는 선원 직무전환교육 중요

◆ 이택규 부사장 : 오래전부터 기관실 무인화, 스마트쉽 이어 무인선박은 단계적으로 진전되면서 거론되어온 내용입니다. 선박의 각 부분에서 자동화, 무인화가 이뤄지고, 이것이 통합 관리되고, 마지막에 현장인력이 제거되면 무인선박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무인화까지는 아직 상당 기간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선원들은 변화의 과정에서 꾸준히 잘 적응해왔고 앞으로 펼쳐질 무인선박 시대에도 적응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기관실 당직배치 없이 운영되는 체계가 보편화된 것도 오래된 것 같지만 사실 얼마 안됐습니다.

이용숙 사장님께서 지적하셨지만 오늘날 항공기 조정실에 2명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렇게 인력이 줄어들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물며 선박은 비행기와 달리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는 특성상 변화에 대단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자동화, 무인화에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앞으로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승무원들의 스마트쉽, 무인선박 운영을 위한 기술습득 등 전환교육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무인선 시대에 대비해 선원 전환교육 시스템이 마련되도록 정부나 관련 기관, 단체들이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다음 무인선을 상업적으로 확보해서 운항하는 것은 수요자인 해운선사들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인선 개발을 위한 R&D와 선원 전환교육 등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나 기관·단체에서 주도해야겠지만 실제 무인선 도입여부는 수요에 따라 경제성을 기반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박관리의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 안전입니다. 그리고 선박의 품질은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과 안전운항을 확보하는 능력, 우수한 선원을 확보하는 능력 등 3가지를 충실히 갖춰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해운선진국들은 이러한 분야의 관리능력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쟁력 있는 선원, 선박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철원 한국해운신문 국장
◆ 사회 : 이권희 회장님과 이택규 부사장님께서 결론을 잘 내주신 것 같습니다. 앞서 이권희 회장님께서 자율운항선박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기왕이면 빨리 적응해서 앞서 나가야지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대해 여러 가지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계획도 없고 논의 자체도 없는 같아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우리 해운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부터 확실하게 정립시켜 놓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 좌담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고 해운업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오늘 좌담회에서 나온 메시지가 우리 해운업계에 크게 영향을 미쳐서 선진 해운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