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 스크러버 장착비용 약 3조원”

김영무 부회장 "정부ㆍ화주 장착비용 지원해줘야"
"저유황유 공급 안정되도록 정유업계와 협의"

2018-07-16     곽용신

▲ 김영무 부회장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인 탈황장비(스크러버)를 국적선에 장착하려면 약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BBCHP를 비롯한 국적선 1016척 중 스크러버 설치 대상선박은 약 570척 규모이며 이들 선박에 스크러버를 정착하는 비용은 약 3조원(26억 2천만달러)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부회장은 또한 IMO 예측대로 고유황유와 저유황유간 가격차이가 1.2배일 경우 스크러버 설치비용 회수기간은 5.9년, 현재처럼 1.5배 차이일 경우 설치비용은 2.3년내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주협회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적선 1016척중 공간 부족으로 스크러버를 설치가 불가능한 1만dwt급 이하 소형선 304척, 선령 15년 이상으로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 보다 저유황유 사용이 유리한 선령 15년이상 노후선박 142척을 제외한 570척이 스크러버 설치 대상선박이다.

최근 선주협회가 국적선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전에 스크러버를 정착했거나 장착할 예정인 선박은 64척,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겠다는 선박은 133척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373척은 스크러버를 장착할지, 아니면 저유황유를 사용할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러버 장착비용이 200만 달러에서 800만 달러까지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데다가 향후 스크러버 부산물에 대한 추가 제제도 예상되고 2020년 이후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변동성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스크러버 장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373척을 비롯한 총 570척에 스크러버가 장착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선종별 단가를 고려하면 총 26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중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발전사 등 대형화주들과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돼 있는 93척은 화주들이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므로 나머지 477척의 스크러버 장착비용 20억 3200만 달러(약 2조 3천억원)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영무 부회장은 “대형화주들과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된 선박들은 스크러버 설치 비용을 조달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장기계약이 없는 선박들의 스크러버 설치 비용이 2조원이 넘어간다. 장기 불황으로 여전히 생전이 어려운 선사들이 이 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스크러버 설치비용을 이차보전해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선주협회는 2020년 이후 스크러버를 장착하게 되는 선박들과 아예 스크러버를 장착할 수 없는 노후선이나 소형선들이 2020년 소비하게 될 황함유량 0.5%이하의 저유황유가 연간 약 1121만톤 정도로 추정했다.

2017년말 기준으로 연간 1269만톤, 약 5조원 규모의 고유황유(HFO)를 사용하고 있는 국적선사는 2020년 스크러버 장착 불가 선박 446척과 스크러버를 미처 장착하지 못한 506척이 연간 약 1121만톤의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이중 국내에서 공급돼야할 저유황유는 전체공급량의 약 29%인 327만톤 규모다. 선주협회는 선종별로 운항패턴을 조사해 국적선이 평균 국내에서 약 29%, 해외에서 약 71% 정도 벙커링을 하고 있는 분석해 2020년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해야할 저유황유 규모를 327만톤으로 추정한 것이다.

김영무 부회장은 향후 스크러버 장착 선박들이 늘어나면서 저유황유 수요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스크러버 설치대상선박이 모두 스크러버를 장착하더라도 스크러버 설치불가 선박들이 연간 300만톤 정도의 저유황유를 소비해야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최소 79만톤의 저유황유를 공급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SOx 규제 발효이후에도 국내에서 국적선사들이 소비해야할 저유황유가 79만톤에서 327만톤 규모로 상당량에 달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선주협회는 국내 정유업계가 협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저유황유가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영무 부회장은 "SOx 규제가 2020년 발효되면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정확한 통계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주저했다. 이번에 우리협회가 대략적이지만 SOx 발효후 필요한 저유황유 규모를 산출해 냈는데 이를 토대로 정유업계를 접촉해 보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협회가 개런티를 해서라도 저렴하고 안정적인 저유황유가 국적선사에게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