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항만, 신중한 계획·관리 필요”

맥킨지, ‘자동화된 항만의 미래’ 보고서 발표
“자동화, 아직까지는 생산성 기대에 못미쳐”

2019-01-07     최홍석

컨테이너 터미널 자동화가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는 있지만 기대만큼의 생산성을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한 계획과 관리를 통해 이를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명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최근 발표한 ‘The future of automated ports(자동화된 항만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맥킨지는 항만 분야에 있어 자동화는 채광이나 창고업 등에 비해 뒤늦게 채택됐지만 적용 속도는 이들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재래식 항만에 비해 자동화 항만의 장점으로는 안전성, 예측 가능성 등이 꼽혔으며 반면 높은 투자비용, 기능 및 데이터 부족, 예외처리 어려움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자동화로 인해 항만을 운영하는 비용은 감소하지만 생산성도 함께 감소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업계 표준보다 낮은 현실을 꼬집었다.

최근 맥킨지가 중국, 유럽, 중동, 싱가포르 및 미국 등 주요 자동화 항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동화 항만의 실제 생산성은 예상만큼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자동화가 항만의 운영비용을 25~55%까지 줄이고 생산성은 10~35%까지 향상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설문결과 자동화 항만의 실제 생산성은 기존의 재래식 항만에 비해 최대 7~15%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산성의 주요 지표인 부두 크레인의 시간당 평균 총 운행횟수는 대부분의 재래식 터미널이 시간당 30회 초반을 기록한 반면 자동화 항만은 약 20회 초반에 불과했다. 때문에 일부 자동화된 항만의 경우 투자 대비 수익률이 업계 표준인 8%대보다 약 1% 가량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맥킨지는 이처럼 자동화 항만이 기존 재래식 항만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원인을 크게 ▲자동화 항만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 부족 ▲품질 낮은 데이터 및 데이터 표준화 부재 ▲ 자동화에 맞지 않는 기존 운영체제 고수 ▲예외적 상황 발생 시 처리 문제 등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자동화 항만의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반 원칙으로 ▲자동화 항만에 걸맞은 운영 모델의 재설계 ▲활발한 의사소통 및 의견수렴이 가능한 강력한 규율 및 충분한 테스트 시간 ▲ 성공적인 자동화 도입을 위한 단계적 접근의 로드맵 설정 ▲업데이트된 최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 ▲외부 데이터를 자동화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즉, 항만 자동화는 단순히 새롭게 도입된 자동화 장비로 기존의 운영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항만 운영 모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설계해야 하며, 자동화 항만에서는 터미널 운영사 뿐 아니라 기술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심지어는 선사, 노조, 외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이 필수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의견수렴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동화된 항만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까지 적어도 3000~5000건의 사고 기록 및 수개월간의 안정화 노력 및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사전에 계획해야 하며 터미널 운영사는 상세한 타임라인을 설정하여 단계별로 성과를 모니터링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밖에도 항만 자동화와 관련된 최신 기술, 그리고 선박의 입출항 시간 등 여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외부 데이터를 자동화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또한 갖추어야 자동화 항만의 잠재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만 자동화는 향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설문 조사 결과 맥킨지는 밝혔다. 응답자의 80%는 향후 5년 내 개발이 예상되는 항만의 적어도 절반 이상이 부분 자동화 또는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 개발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응답자의 35%는 전체 항만 중 자동화 항만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전 세계 상위 50개의 항만의 최소 50%가 향후 5년 내에 기존의 항만을 완전 자동화나 부분 자동화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