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中 ‘일대일로’에 4개 항만 내주나?

G7 국가 중 중국과 첫 일대일로 MOU
이태리 주요 4개 항만 투자 유치예정

2019-03-25     최홍석
▲ 3월 23일 로마에서 열린 중국과 이탈리아간 일대일로 양해각서 서명식에서 이탈리아의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 부장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명했다.

이탈리아가 G7 국가 중에는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관련한 MOU를 맺으면서 향후 중국의 투자가 예상되는 이탈리아 4개 항만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복수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로마에서 이탈리아의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 부장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는 21일부터 24일까지 이탈리아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 기간에 맞춰 이루어진 것으로 중국과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진핑 주석 방문 이전부터 주를 이룬바 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을 도는 해외 순방을 진행 중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번 MOU를 통해 ‘차이나 머니’를 끌어들임으로서 이를 돌파구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이탈리아는 GDP의 대략 1.3배에 해당하는 채무를 안고 있으며 OECD에서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에서도 G7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로이터 통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양국이 체결한 일대일로 양해각서에는 에너지, 항만, 통신, 무역, 금융, 농업, 문화재 등 총 29개의 협정(경제적 협력 10개, 제도적 협력 19개)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약 200억유로(226억4000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제노바(Genoa) 항만을 비롯, 트리에스테(Trieste) 항만과 등 2개 항만 관리 협약도 포함됐다.

이탈리아는 이번 MOU를 통해 여기에 포함된 2개의 항만 외에도 라벤나(Ravenna), 팔레르모(Palermo) 등 총 4개의 항만이 중국의 투자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외신들은 이탈리아와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력 중 항만 분야에서 이 4개의 항만이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 국영기업이 이탈리아 항만에 대한 지분을 관리하거나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수출 확대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중 트리에스터 항만의 경우 지중해와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세르비아와 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4개의 항만 중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있어서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이번 MOU를 통해 중국의 투자가 예상되는 이탈리아의 주요 항만 (출처:SCMP)

중국의 국영기업인 CMPH(China Merchants Port Holdings)가 트리에스터터미널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탈리아 최대 항만인 제노바항 역시 이미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허가를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미 상당 부분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이번 MOU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팔레르모항의 경우 시진핑 주석이 이번 순방때 직접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해운사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와 관련해 EU와 미국을 비롯해 일부 이탈리아 내부에서조차 중국과의 협력이 이탈리아 경제 침투를 위한 ‘트로이 목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의 약탈적 투자 접근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 ‘체제경쟁의 라이벌’로 분류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이라는 명목 아래 이미 유럽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항만을 집어삼켜왔다. 최근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벨기에의 제브뤼헤(Zeebrugge)항을 비롯, 스페인 노아툼(Noatum)항, 그리스의 피레우스(Piraeus)항 등 유럽을 넘어 미얀마의 차우크퓨(Kyaukpyu)항, 스리랑카의 함반토타(Hambantota)항,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칼리파(Khalifa)항, 브라질의 파라나구아(Paranaguá)항을 운영하고 있는 터미널 운영업체인 TCP 파르티시파소이스(Participações SA)의 지분 등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항만인수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까지 보유하게된 유럽 항만의 캐퍼는 전체 유럽항만의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주세페 콘테 총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경제와 무역 네트워크를 중국과 연결하려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이탈리아에 필수적이며, 중국과의 협력은 이탈리아 자체에 큰 기회”라며 “제노바 및 트리에스터 등 이탈리아 항만은 향후 새로운 실크로드 상에서 유럽의 대표 터미널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