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자동화, 방향 못지 않게 속도도 중요”

장하용 교수, 부산해양컨퍼런스서 밝혀
“적응 시간·경쟁 항만 수준 같이 고려해야”

2019-06-04     최홍석
▲ 부산항만연수원 장하용 주임교수

국내 항만 자동화와 관련, 자동화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항만연수원 부산연수원 장하용 주임교수는 5월 30일 부산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2019 부산해양컨퍼런스’에서 ‘스마트 해양물류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갖고 현재 부산항을 비롯하여 자동화가 추진되고 있는 국내 항만의 경우 자동화의 방향은 어느 정도 설정되어 있지만 속도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히고 이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스마트 해양물류를 ‘자동화·지능화된 항만, 선박, 육상운송수단을 기반으로 운용 주체 간 물류정보·설비운용의 연계를 통해 최적화된 첨단해양물류체계’라고 정의하는 한편, 이러한 스마트 해양물류가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른 기존 대기 및 체선시간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스마트 항만화의 경우 이를 통한 세부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장단점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며 스마트 항만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 역시 스마트 항만의 기획방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를 추진 중인 우리나라 역시 이를 통한 효과 및 추진 방향을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경우 KMI 동향분석을 통해 항만 자동화를 도입한 중국의 경우 30~50% 가량 생산성이 향상됐으며 샤먼항은 약 37% 가량 운영비가 절감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항운노조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실시한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항만 자동화를 도입할 경우 투자비는 기존 대비 약 1.94배 가량 증가하고 일자리는 무려 81.3% 감소한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세계적인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전 세계 주요 자동화 항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동화가 항만의 운영비용을 25~55%까지 줄이고 생산성은 10~35%까지 향상시킬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재래식 항만에 비해 생산성이 오히려 최대 7~15%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운영비 절감 수준도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항만 자동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러 나라를 살펴보더라도 기획방향과 추진주체에 있어 우리나라와 그 궤를 달리하고 있어 신중한 정책결정이 요구된다고 장 교수는 밝혔다. 일례로 자동화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미국과 네덜란드는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중국의 경우 국가주도로 이를 진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활용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자동화를 추진하는 주체도 미국, 네덜란드, 중국의 경우 운영사가 주도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추진방향에 있어서도 단계형으로 갈 것인지, 절충형으로 갈 것인지, 만약 절충형으로 간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유형 중에 하나인 선자동화 후 지능화로 갈 것인지, 아니면 선지능화 후 자동화로 갈 것인지 또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 중 어느 유형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방법 뿐 아니라 자동화 도입의 속도 또한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스마트 해양물류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항만 자동화 도입으로 인한 항만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의 경우 신규자 및 직무전환을 위한 「스마트 해양물류종합교육센터」 구축이 제안됐으며, 미국 서부항만의 선진 항만인력공급체계를 반영한 「부산항 Pool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동화의 단계적 도입과 대체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부산항 노사정 항만하역노무인력 공급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해운항만산업이 스마트화 되기 위해서는 속도를 천천히 하여 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속도가 너무 느리게 되면 경쟁국가와 업체가 선점해버리는 결과가 된다”며 자동화의 방향 뿐만 아니라 속도를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할지를 신중히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