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자동화, 일자리 감소 자명”

노동자 직무 재교육 등 관련 정책 시급
한국, 대구-인천-울산 등 자동화에 취약

2019-09-10     한국해운신문

로봇으로 인한 자동화로 글로벌 경제 생산성은 향상되겠지만 반면 일자리는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최근 ‘How robot change the worl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특히 저숙련 인력이 많은 제조와 물류 등 분야의 일자리 감소가 심각할 것이기 때문에 직무 재교육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20년 사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로봇 수는 3배 증가해 현재는 225만대에 이르며 향후에는 도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2011년~2016년 사이 산업용 로봇의 가격이 평균 11% 하락하는 등 가격 인하가 로봇 도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로봇 도입의 증가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산업 부문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2030년까지 로봇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전체의 약 8.5%인 최대 20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고용 시장에 커다란 파급 효과 또한 예상된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적했다.

또한 로봇이 저숙련 분야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이로 인해 일자리를 상실한 인력들은 다른 분야로 이동하겠지만 이들 분야 역시 자동화 추세에 따라 일자리가 안정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밝혔다.

▲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전망한 자동화 도입에 따른 향후 한국의 일자리 감소 추이

특히 저숙련 인력이 많은 제조와 물류·해상 운송·항만 운수 분야에서는 특화된 로봇과 자율주행차량이 인간보다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발휘하면서 기존 인력을 대체, 고용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됐다.

자율주행 트럭은 아직까지 대규모 실직의 원인은 아니지만 현재 업계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5년 내 사용이 증가하면서 실직자를 대거 양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전망했다.

선사와 항만의 경우는 소규모 자율운항 선박 시험을 통해 선원 규모를 줄이거나 선원을 다른 부문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해상과 항만 운송 분야에서 자동화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항만은 야드에 로봇을 도입 중으로, 기존 터미널의 경우 운영비의 50% 정도가 인건비인데 반해 자동화 터미널은 기존 터미널보다 노동력 요구량이 40~70% 적다는 점에서 로봇으로 인한 자동화는 터미널 운영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산정한 ‘The Robot Vulnerability Index(로봇 취약성 지수)’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로봇의 도입에 따른 각 국가별·지역별 취약성 정도를 지수화 한 것으로 한국의 경우 제조업과 항만 산업이 밀집한 지역이 상대적으로 취약성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가 0.38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인천(0.35), 울산(0.33), 경남(0.32), 부산(0.29) 순으로 자동화에 따른 취약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반대로 서울이 0.11로 취약성이 가장 낮았고, 전라남도(0.13), 강원도(0.19), 충청남도(0.21), 경북(0.23) 순이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로봇으로 인한 자동화는 새로운 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 제고를 통해 경제 성장 측면에서는 이득을 주겠지만, 특히 저숙련 인력이 많은 제조와 물류 등 분야와 낙후 지역의 기존 일자리를 대거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물류 노동자 직무 재교육에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자동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정책당국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상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 자동화 추세를 받아들이면서 그 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적했다. 

▲ 한국의 'The Robot Vulnerability Index(로봇 취약성 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