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사 몸집 불리기, 능사 아니다”

드류리 팀 파워 “지금은 효율성 집중할 때”
“향후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대비” 강조

2019-11-12     최홍석
▲ 드류리(Drewry)의 팀 파워(Tim Power) 대표이사가 7일 개최된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주요 선사들이 메가 컨테이너선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선사들이 단순히 몸집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11월 7일 부산에서 개최된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에서 ‘글로벌 해운트렌드 분석 및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영국의 해사관련 조사기관 드류리(Drewry)의 팀 파워(Tim Power) 대표이사는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메가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등 선복량을 늘리는 것을 당분간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팀 파워 이사는 “현 시점에서 해운 선사라면 용량을 늘리는데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만약 내가 선사 오너라면 2만teu급 선박에 투자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툴과 관리 능력을 향상 시키는데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불확실한 해운·항만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다고 팀 파워 이사는 설명했다. 팀 파워 이사는 글로벌 해운트렌드를 분석·전망하며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의 저성장 기조, IMO의 황산화물 규제와 같은 환경적 이슈,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최첨단 기술 개발 등의 이유로 향후 해운·항만 시장은 그 누구도 미래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환경 이슈의 경우 내년부터 황산화물 규제가 본격 시행되지만 IMO는 향후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라는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기준만을 충족하는 LNG 추진 선박 등을 건조할 경우 향후 큰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향후 제조기업의 리쇼어링 현상이 두드러질 경우 원양 무역이 축소되고 역내 무역이 활성화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메가 컨선보다는 규모가 작은 선박이 더 높은 수요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지금은 메가 컨선을 도입하는 등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보다는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 및 운영 관리 툴과 같은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팀 파워 이사의 생각. 그는 “사실 지난 10년간 해운산업에서 규모는 굉장히 중요했으며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규모를 키우려고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에 업계는 이러한 상황들을 예측해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씨인텔리전스의 앨런 머피(Alan Murphy) 컨설팅 CEO 역시 팀 파워 이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앨런 머피 CEO는 “해운이나 항만이나 대규모의 용량 투자를 하는 시점은 이제 지났다고 생각한다. IMO의 환경규제와 관련된 많은 이슈가 있지만 향후 2050년이 되면 지금보다 더 큰 전쟁이 펼쳐질 것이다. 선사들이 지금 용량을 추가하게 되면 향후에는 비효율적인 선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지금은 용량에 투자하는 것은 한 박자 쉬어갈 필요가 있으며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더 개발하고 추가할 지라던가 전체적인 공급망 관리에 대한 투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박 배출가스 감축과 관련해 감속운항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팀 파워 이사의 발언에 감속운항을 하려면 선복량이 충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청중의 질문이 나왔다. 이에 팀 파워 이사는 “현재처럼 원양 무역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용량 추가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제기되고 있는 우려들은 향후에는 현재만큼의 수요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기존의 많은 항로에 분명 존재하는 유휴 용량으로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해야 되는 지이며 그러한 부분에서 이제는 수요 충족이나 규모의 경제 실현이 아니라 효율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