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해선사 통합? 정답은 아니다”

박정석 회장 “항로별 경쟁력 제고 대책 찾아야”
“터미널통합 제고, 선박펀드 세제혜택 부활시켜야”

2019-11-22     곽용신
▲ 박정석 회장

“한국 컨테이너정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때 반드시 통폐합 얘기가 나온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원양정기선사들은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해선사의 경우는 통합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려해운 박정석 회장은 11월 2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개최한 2019 해운CEO 초청 세미나에서 근해정기선사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박정석 회장의 이와 같은 주장은 KMI 윤희성 박사의 국적근해선사들의 문제점 지적에 대한 하나의 의견으로 제시됐다.

윤희성 박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 아시아 역내선사들이 선대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고 원양선사들이 역내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적근해선사들은 연평균매출이 4620억원 규모로 소규모이고 경제선형 대체 투자도 미흡하며 통합 노력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박정석 사장은 “중국의 경우 원양선사는 통폐합했지만 근해선사에 대해서는 통폐합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근해정기선시장은 원양에 비해 진입 장벽 낮고 얼라이언스도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어 통폐합이 정답이 될 수 없다. 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형항공사들은 통폐합이나 M&A가 많이 이루어지지만 지역항공사는 통폐합 보다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지적했다.

박정석 사장은 근해정기선사의 경우 통폐합보다는 한일, 한중, 동남아 등 각 항로별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박정석 사장은 해운뿐만 아니라 항만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통폐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터미널운영사 통폐합으로 서비스가 좋아지고 하역료가 인하돼야 의미가 있다. 제조업이 떠나가고 있는 한국의 컨테이너터미널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결국은 서비스 질 제고와 가격경쟁력 제고 밖에는 없다. 로컬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체선, 체화를 줄여 하역 서비스 질을 높이고 저렴한 하역료로 선사들을 유인해야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 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터미널 통폐합으로 운영사가 소수화돼고 있는 데 이것이 한국 컨테이너 터미널의 서비스 질과 가격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가? 이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KMI가 면밀히 연구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한국해운의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윤희성 박사가 제안한 일본과 같은 선박 소유주와 운항선사의 분리보다는 선박펀드의 세제 혜택을 부활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일본에 시코쿠 선주와 같은 선주회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주사가 많다고)일본 선사들이 잘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일본의 체제를 따라가기 보다는 지난 수년간 한국 선사들의 선박을 확보하는 큰 도움이 됐던 선박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활시켜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해운으로 끌어들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