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연착륙, 가능할 것인가

중소 운송사 도산 위기 직면 주장
“보다 정교하게 정책 기획 했어야”

2020-01-22     최홍석
▲ 지난 8일 개최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설명회에서 전국 컨테이너 운송사협의회 회원들이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화물 자동차 안전운임제가 극심한 진통 끝에 1월 1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법안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고시된 안전운임요금을 비롯하여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계도기간만을 둔 점, 중소 운송사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 벌써부터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어 과연 성공적인 연착륙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7일 국토부가 개최한 ‘안전운임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 앞서 전국컨테이너운송사협의회 회원사 200여 명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대형 운송업체와 화물차주를 연결하는 중소 운송사들의 이윤이 줄어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다음 달 말까지 현실에 맞는 개선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면 배차 중단을 촉구하는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저운임으로 인해 과로·과적·과속의 위험으로 내몰리는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자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한마디로 육상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이다.

컨테이너의 경우 기존의 운송체계는 1군 운송사라고 불리는 대형 운송사들이 화주 및 선사와의 운송요율 협상에서 물량을 낙찰 받아 2군, 3군 및 개인 등 중소 운송사에 배분하는 ‘다단계 구조’였다.

1군 운송사의 경우 입찰을 통해 물량을 낙찰받다보니 저가 경쟁으로 인해 운송요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2군, 3군 운송사를 거치게 되면 중개수수료가 발생해 운송의 끝단에 있는 화물차주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열악한 운임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안전운임제은 크게 화주가 운송사 또는 차주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과 운수송가 차주에게 지급하는 안전위탁운임의 두 가지로 나누어 고시함으로써, 운송사가 실제 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임의 하한선뿐만 아니라 화주가 운송사에게 지급해야 할 운임의 하한선 역시 동시에 정해 화물차주와 운송사의 수익을 모두 보장하려고 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에 따라 운송사에 최소한의 이윤이 고정적으로 보장됨에 따라 운송사-운송사 및 운송사-차주 간 거래 관계가 좀 더 투명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토부의 바람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운송사와 차주 사이에 끼여 있는 중소 운송사들의 경우 마진이 줄어 자칫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주가 운송사에게 지급하는 운임의 하한선인 안전운송운임 덕에 운송사에 돌아갈 몫도 커질 것이라 일견 예상되지만 운송사가 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임 역시 같이 높아졌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운송사가 중간에서 취할 수 있는 몫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안전운임제에서는 화주와 운송사, 운송사와 차주간 운임만이 정해져 있을 뿐, 대형 운송사와 중소형 운송사, 즉 운송사간의 운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중소형 운송사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1군 대형 운송사가 결정하는 마진율대로 따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중소형 운송사는 마진 자체가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중소 운송사 관계자는 “운송사 간의 운임 현실화 방안은 물론, 효율적 배차 및 운송을 위해 운송사가 부담하고 있는 운영비용을 반영한 합리적인 운임 책정이 선행돼야 대형 운송사 뿐 아니라 중소형 운송사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고시된 안전운임으로는 2군 운송사 뿐 아니라 1군 운송사도 이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안전운임제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 및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매기도록 강제했지만 운송사 입장에서는 ‘슈퍼갑’인 화주가 안전운송운임 이하의 운임을 요구했을 때 이를 거부하고 고발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지적하기도 했다. 일몰제 특성상 3년 뒤에도 제도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폐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화주를 고발할 수 있는 운송사가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화물차주의 열악한 운임을 보전하자는 제도의 취지와 난립한 운송사 정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아니지만 이번 안전운임제는 너무 준비없이 급하게 진행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현재 시행되는 안전운임제 대로면 중소형 운송사들의 절반 이상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2월말 정도에는 중소 운송사 절반 이상이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고 걱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