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2020, 스크러버 투자 고민되네"

VLSFO-HSFO 가격차, 톤당 1백불 붕괴

2020-03-17     곽용신
▲ 싱가포르 VLSFO-HSFO 가격 변화추이(자료 : Ship&Bunker)

2020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탈황설비인 스크러버 투자에 대한 해운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크러버는 IMO2020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싼 황 함유량 0.5% 이하인 저유황유(VLSFO)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3.5% 고유황유(HSFO)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IMO2020을 앞둔 지난해 해운업계로부터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러나 막상 IMO2020이 시행에 들어가자 스크러버의 강점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선사들의 고민이 커지기 시작했다. 먼저 스크러버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VLSFO와 HSFO의 가격 스프레드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스크러버 투자비용 회수가 기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스크러버 장착을 선택한 선사들은 VLSFO와 HSFO의 가격차이가 최소 톤당 200달러이상 유지돼 스크러버 장착비용을 3~4년내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1월초 VLSFO와 HSFO의 가격 차이는 톤당 300달러이상 벌어지면서 이 전망이 맞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양 유종의 가격 차이는 급격하게 좁혀지기 시작해 싱가포르 기준으로 3월 16일 현재 VLSFO는 톤당 304달러, HSFO는 208달러로 양유종의 가격 차이는 96달러에 불과하다.

VLSFO와 HSFO의 가격차이가 예상만큼 크게 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HSFO를 공급받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사태로 중국의 수리조선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스크러버 개조 공사가 지연되고 있고 이에 따라 HSFO보다 VLSFO 수요가 압도적으로 커져 싱가포르나 푸자이라 등 일부 벙커링 허브를 제외하고는 HSFO 재고가 없어 수급에 비상이 켜졌다.

해운업계가 스크러버 선택을 주저하는 또 하나는 개방형 스크러버 금지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업계는 폐쇄형이나 하이브리드형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개방형 스크러버 장착을 선호해 왔는데 개방형 스크러버를 금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개방형 스크러버의 활용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는 곳을 보면 세계적인 벙크렁 허브인 싱가프로와 푸자이라를 비롯해 중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등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개방형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들중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에 입항하려면 VLSFO나 MGO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HSFO와 저유황유를 동시에 적재해야만 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스크러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퇴색했기 때문에 스크러버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스크러버를 장착할 선박이 운항할 항로와 기항지가 어떠한지, HSFO 수급은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