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운업 생각 없다고?”

강무현 회장 "자회사 만들면 생각달라질 것"
"포스코 은연중 해운업 진출 의지 보여"

2020-05-19     곽용신
▲ 한해총 강무현 회장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얘기하는데 물류자회사를 만들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지금도 은연중 해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데 물류자회사가 만들어지면 결국 해운업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 뻔하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강무현 회장은 19일 개최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기자회견’에서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강무현 회장 “최근 포스코 총괄 사장과 만나 왜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가를 물었는데 그룹내 나눠져 있는 물류기능을 통합해 물류통합회사를 만들면 효율성 제고는 물론 담당부서와 해운회사간 담합 행위 근절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강 회장은 “계열사별로 수행하고 있는 물류기능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포스코의 주장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물류 효율화가 목적이라면 굳이 조직을 밖으로 끌어내 자회사를 만들지 않더라도 그룹내 물류전담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룹내 물류전담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한데도 해운항만업계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의 속내는 결국은 해운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진하게 깔려 있다는 게 강무현 회장의 얘기다. 

강 회장은 “포스코측에 물류자회사를 만드는 목적이 DHL이나 페덱스와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로 키워서 한국 물류산업 발전에 일조하려는 데 있느냐 아니면 내부 물류효율화에 있느냐를 물었더니 전자는 아니라고 답하더라. 그러면서 지금은 미주나 구주로 철제품 운송을 나갔다가 빈배로 돌아오는데 거기에 곡물이나 다른 화물을 싣고 들어오면 효율성, 수익성 측면에서 좋은 것 아니냐는 답을 내놔서 깜짝 놀랐다. 이게 결국 해운업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강 회장은 "조직이라는 게 하나의 유기체다. 자회사가 만들어지면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사업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 포스코 물류자회사가 처음에는 물류주선업으로 시작하겠지만 결국은 해운업, 운송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무현 회장은 포스코가 5월 8일 이사회를 열고 가칭 '포스코GSP'라는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을 연내에 출범시키기로 결의했지만 해운항만업계의 요구를 묵살하고 당초 계획대로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포스코는 국민기업으로 탄생했고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한국해운항만업계와 동반 성장을 해왔다. 해운항만업계가 우려하는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물류 육성정책과도 전면 배치되는데도 과연 포스코가 무리하게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 회장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 표명은 일회성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각 협회단체는 단체대로, 노동조합들은 각 조합별로 지속적으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반대 입장을 각계 각층에 전달해 나갈 것이다. 또 우리의 힘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의 관련 부처들에 해운항만업계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등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을 완전히 중단할 때까지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