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운송계약 위주로 용선할 생각”

인터뷰/대한해운 김칠봉 신임사장

2013-12-27     한국해운신문

최근 대한해운이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4척을 신조 발주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선박들은 대형하주와의 장기운송계약 연장과 시장가격대비 경쟁력있는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신조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동안 회생절차 진행으로 위기에 몰려 있던 대한해운이 다시 기사회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이러한 대한해운을 현재 이끌고 있는 김칠봉 사장을 지난주(12월 18일)에 만나 신조 발주의 배경을 들어보고, 앞으로의 대한해운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김칠봉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향후 경영 방침에 대해 “매출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차근 차근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앞으로 용선을 하게 될 경우 운송계약 위주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칠봉 사장과의 인터뷰를 문답식으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매출에 연연않고 차근차근 내실 성장”

-대한해운을 인수한 SM그룹에 대해 해운업계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SM그룹은 어떤 기업이고 왜 대한해운을 인수하게됐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SM그룹은 삼라건설에서 출발해 소형 건설회사들을 인수하다가 대구에서 잘 알려진 우방건설을 인수하면서 중견건설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건설부문외에도 화학·섬유기업인 동국무역을 인수해 TK케미칼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운물류부문은 대한해운 인수를 통해 처음으로 진출했습니다. SM그룹은 요즈음 같은 건설 불경기에서도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적기에 투자해 건설 부지를 싸게 인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싼 가격에 분양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M그룹 우오현 회장님은 상당히 오랜기간 해운물류부문을 눈여겨 보아오셨다고 합니다. 해운은 건설과 같이 시황 변동이 심하지만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는 산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 회장님께서는 어떤 부분이 국가 산업에 영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오셨고 ‘에너지’와 ‘물류’에 관심을 갖고 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우 회장님은 앞으로 물류부문이 유망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해운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고 원자재를 수송해 국가경제의 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한해운이기 때문에 우 회장님께서는 그런 대한해운을 투명하고 건실하게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SM그룹내에서 물류부분은 대한해운을 독자적으로 키워 나가고 건설부문은 우방건설을 중심으로 통합해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우 회장님은 경영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무와 국가 경제에 대한 생각이 깊으시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이번에 케이프 4척을 발주할 때도 회장님께서는 반드시 국내조선소에 발주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내수시장도 어려운데 해외 발주는 안된다는 지적이셨습니다. 국내에 발주해 고용도 안정화시키고 일감도 확보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평소 회장님의 소신을 그대로 실천하신 것입니다.

-건조사인 대한조선에 문제는 없습니까? 대형 하주와의 장기용선계약 연장건도 완료가 안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조선이 워크아웃중이어서 걱정이 없지 않지만 산업은행 등 금융단의 지원과 대우조선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조선소들에게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규모면에서는 대형조선소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장기운송계약(COA) 연장건은 지금까지 기존 계약에 의한 운송기간 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무난히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케이프사이즈 4척도 발주한 것입니다. 현재 행정절차가 진행중이므로 섣불리 먼저 얘기를 할 수 없지만 계약 연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대한조선의 RG발행도 잘 이행돼 한달후면 건조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조선 4척을 인수받게 되면 전체 선대는 어떻게 되고 프리선(미계약선박)은 현재 몇척이나 있습니까?

=현재 대한해운의 총 선대는 24척입니다. 이중 LNG선이 4척, MR탱커가 2척이므로 순수한 벌크선은 18척인데 신조선 4척을 인수하게 되면 총선대는 28척, 벌크선은 22척이 됩니다. 현재 벌크선 18척 중 프리선은 수프라막스급 4척으로 국내선주에 용선을 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벌크선 14척은 모두 COA가 있은 선박으로 한국전력 전용선이 4척, 포스코 전용선이 9척 등입니다.

-현재와 같은 시황에서는 사실 선박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한해운의 신규투자나 향후 영업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선대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운용하고 용선 영업은 화물과 선박을 매칭하는 운송계약 위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아직까지 용선 영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화물은 먼저 잡고 용선하는 운송계약 위주의 용선영업을 차츰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황에서는 선박보다는 양질의 화물을 잡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 마켓에서 COA없이 선박을 신조 발주하거나 용선하는 것은 그야말로 투기라고 할 수 있고 금융사이드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국적선사들이 해운불황기에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선박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적선사들도 해운호황기에 여유자금을 유보했다가 그리스 선주들처럼 선가가 떨어질 때 신조 발주해 원가 경쟁력이 높은 선박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 확충계획이나 직원 사기진작 대책은?

=기업회상절차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이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진 경력직원과 신입사원을 현재 모집하고 있습니다. 경력사원은 영업, 기획쪽에 필요하고, 윤리경영 측면에서 변호사도 한분 모실까 생각중입니다.

우 회장님께서 남녀평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시고 해상직원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한마디로 선원가족도 모두 내 가족이라는 것이 회장님의 지론입니다. 어떤 경우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회장님의 지시사항입니다. 해상직원의 가족이 생일을 맞으면 해상직원을 대신해 회사가 축하해주라고 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해상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의 애경사를 챙기는 특별한 부서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부서이름을 직원복지과로할지 복지지원과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직원복지를 살피는 부서를 만들 계획입니다.

회장님께서는 방선 행사도 자주 하십니다. 직접 방선해 해상직원들과 대화하고 격려해 주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선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조직원들이 흥이 나서 일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생산성이 올라가야 돈을 벌게 되는데 돈을 벌어서 다시 조직을 늘리고 같이 향유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배가 들어오면 회장님뿐만 아니라 임원들도 방선해 선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고졸 여사원 가운데 대리 진급자가 3명이나 나왔습니다.

-향후 해운시황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제가 느끼기에 시장이 그렇게 녹녹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해운업종이 글로벌 경제에 민감해서 중국, 미국, 유럽의 축이 견실하게 성장해야 함께 성장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은 내년 경제가 2~3% 정도 저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선박의 수급상황인데 공급의 증가는 많이 해소 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수요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지의 해체도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요인들을 모두 감안하면 내년에 해운시황이 확 좋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보다 큰 프레임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운업계 현안이나 정부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결국은 해운업종 전체가 국가로 봐서는 전략산업이고 기간산업인데 해운업 자체가 고용창출이라는 면이 크지 않다고 보니까 조선에 항상 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해운업계 시설투자의 경우 자체자금이 부족해 금융기관에 빌려서 하게 되는데 그것이 어렵습니다. 설사 금융이 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10년 20년 장기적으로 금융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줘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정책적인 면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국가의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은 무너지고 그 결과는 국부의 유출과 엄청난 국가적인 손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