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관세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이기병 박사
이기병 박사

설거지를 하던 중 문득 알았다. 친환경 수세미였다. 환경은 어느덧 일상이고 삶이었다. 그런 환경이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고 맞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환경은 중요해졌고 먹고, 입고, 놀고, 쓰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환경 부담을 제로(Zero)로 만드는 ‘필(必) 환경’이 부각하고 있다. ‘반드시 필(必)’과 환경이 합쳐지다 보니 환경은 이젠 정말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그러다 보니 물류 산업도 이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역량 강화와 에너지 인프라 기술 고도화, 협력을 통한 탄소 중립에 힘쓰면서 ‘친환경 물류’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 물류란 무엇일까? 원재료 탐색에서 소비자까지의 전 과정과 사용 후 재활용·재사용·폐기에 이르는 모든 물류 단계의 환경 유해 요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최소화하는 물류 활동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기업에 탄소배출 감량과 공급망 전반에 걸쳐 친환경을 압박하고 겁박하고 있다.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친환경적으로 기획·생산하고 협력 업체 선정시 온실가스 배출량, 유해 물질 사용 여부, 에너지 사용량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는 역사상 전례 없는 친환경 공급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촌도 바빠졌다. 국제연합(UN) 산하 해운·조선에 관한 국제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국제해사기구(IMO)는 넷제로(Net-zero)를 채택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로 한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해운업의 탈탄소화는 시작했고 2027년 5월부터는 선박이 내뿜는 온실가스에 탄소세가 부과되는 중과 조치를 시행한다. 좋든 싫든 선택의 여지 없이 무탄소 또는 저탄소 대체 연료를 사용하거나 탄소세를 지급해야 해운업을 영위 할 수 있다.

탄소 감축 움직임으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한 번에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액체이산화탄소 운반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창 압력 조절이 잘 안되면 드라이아이스가 형성돼 선박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대형화가 어렵다. 선박용 대체 연료로는 메탄올·암모니아가 제시되고 있다. 이를 친환경 연료로 활용하기 위해선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과 연계한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자면 운항 환경과 시스템 설비의 용량 증가, 네트워크 전원 장치 및 배전 계통 전기 설비 성능을 향상해야 한다. 에너지의 간헐성도 보완하며 현존하는 시스템보다 활용 범위가 넓은 ESS를 장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 최대 200년까지 머문다. 이산화탄소를 빼내고 탄소가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기 전 잡아 채워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을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이라 한다. 기존 선박을 활용하려면 대체 연료 엔진 개조와 선상 탄소 포집 설비인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를 장착하는 방안이 필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2050년 국제 해운 탄소 중립을 표방한 만큼 액체이산화탄소 운반선과 ESS, CCS의 경쟁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탄소 중립 및 무탄소 선박이 수출입 업자의 탄소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선사의 다채로운 연료 요구를 맞춰 줄 수 있어 향후 이러한 선대를 구축하는 조선·해운사들이 향후 미래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조선업과 해운·물류업, 선박 기자재 등 관련 업계의 동반 발전을 성원한다.

바다도 분주하지만, 육상도 그렇다. 「대기권리권역의 대기 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하여 시민의 건강을 대기오염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택배차, 어린이 통학차 등 특정 용도의 차량을 경유차로 신규등록 할 수 없게 됐다.

한진. 쿠팡 등 국내 업체들도 경유차를 밀어내고 전기차를 배송 차량으로 구매하고 다량의 짐을 자전거로 적재한 채 도로를 달리는 ‘카고바이트(Cargo Bike)’ 시범사업 시행과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카고바이크는 자전거 타기 좋은 생활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고바이크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트럭이 진입하기 힘든 보행자 구역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배송 수단이다. 시장의 성장으로 DHL은 뉴욕에서 전기 카고바이크를 운행하고 UPS도 독일을 시작으로 30여 개 국가에서 배송 모빌리티(mobility) 활용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빠른 배송’에만 주력했던 물류 업체들이 전기차를 통해 친환경 배송으로 전환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규제를 회피하고 비용도 절감하며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기도 하다.

아직까진 전기차 배송이 주력이지만 장거리 배송의 기술적인 면에선 중량 대비 주행 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수소차가 유리하다. 배터리를 많이 달면 적재 용량이 줄어들고 충천 속도가 느린 전기차와 세계 최초로 수소 법을 시행하는 우리나라에서 가격이 비싸 당장 보급이 쉽지 않은 수소차. 모두 친환경 물류의 배송을 실현하는 핵심도구들이다. 이들의 기술적 도약을 응원한다.

물류 업계는 친환경 전환에 다양한 힘을 쏟고 있다. 전기·수소차 운송 차량 전환을 확대하고 재활용 포장재와 친환경 파렛트를 사용해 자연 선순환에 앞장서며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타업종과의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친환경 물류는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어 친환경에 속도를 내는 것이 오늘날의 물류업체 들이다.

우리나라 물류 기업은 전반적으로 영세하고 자사의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활용해 운영되지 않는다. 발주처와 선진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해 서비스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좇다 보니 친환경 전략을 발휘한 형편이 안되는 산업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물류 기업 특성상 혼자만의 힘으로 혁신하기 힘들므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친환경 전환 비용을 투자해주는 세제 혜택과 온실가스 저감, 탄소 배출 교육 등 기업의 환경 혁신 역량을 강화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물류 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시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그 성과를 창출하는데 달렸다.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를 고려하고 환경과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시장과 고객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왔다.

스님이 제 머리를 못 깎듯, 후방 산업인 물류 특성상 경제활동에 필요한 원자재, 시설, 장비 등을 생산하고 이를 혼자 힘으로 발주하고 공급망으로 연계할 수 없다.

친환경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공급망 내에서 배제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화주는 공급망 전 과정에서 친환경을 실현하기에 이를 쫓아가지 못하면 쫓겨날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기존 협력기업뿐만 아니라 신규 업체에도 갈수록 친환경을 중요한 선정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이러다 보니 친환경을 실현하지 못하는 물류 기업은 협력 업체로 선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합리적 추측에서 점차 기정 ‘사실’로 굳어진다. 이는 정말 밥줄이 끊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마주한다.

친환경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 재무적, 비재무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친환경 물류 활동을 통해 사업 확대와 시장 확장이란 더 큰 수요의 문을 열 수 있다.

AI가 99% 분석해도 결국 1% 결정은 사람이 한다. 내 몫과 내 몫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맑은 눈을 가져야 한다. 친환경 물류의 결정, 결국 자신의 몫이다. 설거지를 끝냈더니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날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쓰레기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저 많은 쓰레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지구는 독수리 5형제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지구인인 우리가 같이 살아가고 살아가야 할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위해 지켜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해결해야 할 절실한 현재의 문제이고 미래의 고민거리다.

세상에 배울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던가? 쓰레기 투기 금지의 경고문이 넘쳐나고 구석구석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환경파괴로 망가지는 지구의 대가는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삶에는 죽음이 있고 지구에도 삶이 있다. 유치원 이상의 배움을 가진 우리가, 영원한 것은 영원히 없는 세상에 지구의 삶만큼은 영원히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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