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1. 시황 개관
Capesize 용선시장의 호전에 힘입어 일시 상승곡선을 그리던 BDI가 한글날 직전 다시 1000 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곡물작황 덕택에 Panamax만 하락을 면하고 있을 뿐 벌크선 전분야가 하락하고 있다. 벌크 시장은 Steel 가격, 철광석의 가격 동향과 중국의 석탄 수입량 감소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롤러코스터 같은 등락을 보이고 있다. 철광석의 국제시세와 중국의 재고량이 연동돼 있는 한 일시적으로는 등락을 보이더라도 국제적으로 Steel의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가시적인 요율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Crude 탱커 역시 작년 이맘때 중국의 원유 비축량 확대 조치에 힘입어 중동발 아시아 기준 Spot 시장에서 일당 3만 달러에서 연말 5만 3천 달러대까지 상승하는가 싶더니 다시 하락해 현재는 1만 3400달러 수준으로 약세에 머물러 있다. Product 탱커는 약강을 유지한 상태, LPG 시장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등 선종별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침체를 반영하듯 신조와 중고선가는 하락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공급과잉상태가 지속되면서 정치적 리스크까지 해운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대치상태, IS 반란, 두 정부체제의 리비아 소요,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교전 등 불확실 요인들이 가중되고 있는가 하면 이란의 핵개발 계획,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중국의 지속적인 남지나해 공략 등이 해운시황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니 그나마 희소식이지만 아베 내각의 부양 정책 역시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고 남유럽국가발 침체상태가 북유럽국가들로 확대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해운시장이 어느 때 못지않게 정치, 경제적 리스크에 둘러 쌓여 있는 가운데 해운에서는 수요측보다 공급측이, 해운내적요인보다 외적요인이 더 큰 파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불투명한 시계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2. 부정적 징후 : 신조선가 하락과 발주 조짐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발주 붐에 힘입어 최근 선가는 연초 대비 약 4% 상승했다가 올해 3/4분기부터는 전 선종에서 발주가 감소하면서 다시 하락하고 있다. 현재까지 올해 발주량은 전년대비 약 36% 감소했으며 벌크선(40%)과 컨테이너선(43%)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신조선가 하락은 발주가 억제되고 있다는 의미로 시황 회복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가격하락이 새로운 투기자본을 자극해 제2의 발주 행렬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18개월에 걸친 대량 발주의 후폭풍으로 3/4분기부터 전체적인 발주행렬이 주춤하더니 최근 일부 선사를 중심으로 한 대량 발주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 스콜피오 최근 79척 신조 발주
최근 79척을 발주한 Scorpio는 “대량 발주가 수급관계를 악화시킬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원하는 배를 필요한 시기에 확보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본다. 시장이 나쁠 때는 선박이 너무 많지만 시황이 상승곡선을 그릴 때쯤이면 배가 없다. 선박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Quality와 Timing이며 이 두 가지를 우선해 발주하게 되면 내일 당장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애물 덩어리는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발주하려는 선주들의 공통된 해명일지도 모른다. 공급과잉을 부추긴다는 일부 선주들의 우려도 맞지만 지금이야말로 경쟁력있는 양질의 선박을 저가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2) Cosco 선대 개편 박차
호황기에 확보한 살인적 용선료 부담으로 누적적자가 발생하며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던 Cosco가 그동안 자제했던 신조선 발주에 나서고 있다. 벌크선 30척과 1만 45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 총 70여척의 발주 계획은 상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자국선대 강화라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의 소산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3) 머스크 2차 발주계획
2011년 T-E 20척 발주이후 추가 발주계획은 없다고 해왔던 머스크가 9월말, 또 다시 5연간 총 150억 달러를 투입해 1만teu급 Dual fuel Gas powered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하겠다고 발표했다. 타 발주가 벌크선/탱커 위주의 발주라면 머스크의 발주는 컨테이너선 중심이라는데 정기선 업계의 장래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T-E 20척을 확보한 선사가 현 선대만으로는 향후 시장 수요 충족하기 부족하며 동서항로에서 경쟁사간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한 차원에서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것이 발주의 변이다. T-E급 20척의 투자 규모가 36억 달러였음을 고려할 때 선가가 다소 하락한 현 시점에서 150억 달러의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 일지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4) 일본선사의 LNG선 대량 발주
그동안 LNG 시장은 비교적 주기를 타지 않는 부문으로 이해돼 왔으나 최근 LNG 시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촉발된 일본인들의 원전 혐오감으로 2012년 기준 전세계 LNG 물량의 약 40%를 일본이 점할 만큼 수요가 폭등하자 일본선사를 중심으로 대량 발주가 이어졌다.

2016~17년도 인수예정으로 발주된 물량을 보면 NYK 33척, MOL 53척, K라인 20척 등으로(LLoyd's List Intelligence) 현시황에서 이들을 인수후 바로 이익실현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신용평가기관인 Moodys는 이들 3사의 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들 대량발주의 배경에는 일본의 수요와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2~3년내 궤도에 오를 경우 그 대상이 일본 등 아시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원전 복귀 움직임이 먹구름을 몰고 올 수 있다.

국제에너지 기구에 의하면 LNG 수요 증가는 년 2.2% 수준이며 2019년까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2014년 9월말 현재 LNG선의 발주량은 115척으로(현재 380척) 선복증가율이 27%에 이른다. 수요는 아직 미약한데 선복은 과잉상태다. 미국의 수출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100척 이상의 선복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수출 개시 시기다. 여러 가지 국내외 여건상 수출 규제가 풀리더라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Clarkson 발표에 따르면 8월 현재 전체 발주선가액(Value)은 3118억 달러로 전년 동기 2794억 달러보다 12% 증가했다. 전년 대비 선가 하락폭을 감안하더라도 발주가 15% 이상 증가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3. 변수

(1) 중국의 원자재 수입
최근 주요 벌크 선사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낙관적이었던 이유는 브라질의 Vale, 호주 광산회사들의 철광석 수출 증대 계획 때문이었다. 4대 광산업체들은 중국시장을 겨냥해 철광석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생산설비 증설과 수출항만시설 개선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Vale가 향후 5년에 걸쳐 수출물량을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호주 3사도 연간 10% 내외의 증산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최대 고객인 중국을 기쁘게 하고 있다.

중국은 약 8000여개 광산업체가 있으나 중국산 철분함량이 수입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재고도 아낄 겸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도 철강재 수출국(Net exporter)임을 감안한다면 내수와 국제시장의 철재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철광석의 국제가격 하락만으로 해운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할 수 없다.

현재의 수요증가는 톤당 80달러까지 하락한 국제시세에 힘입어 중국 업체들이 재고량을 확대했기 때문인데 이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 톤당 95~10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련 측면에서 중국의 재고 확보는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고 조절과 수요의 증가는 별개 문제다. 철강시장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중국의 철강재 수입증가는 가격과 연계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수요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선복 공급 증가가 문제다. 현재 벌크부문의 공급과잉은 14% 수준인데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과잉률은 정기입거, 사고, 체선 등을 감안하면 8% 정도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윈윈전략이라며 생산량 증가로 늘어날 수송수요를 수출자와 수입자들간 조용한 거래로 처리하려한다는 점이다.

(2) 중국의 국영선단 강화
초기에 Chinamax라고까지 명명됐던 Vale의 40만톤급 VLOC(발레막스) 선단 35척은 발주 당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와 달리 2012년초 ‘안전’을 이유로 중국항 입항을 불허한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배후에는 Cosco의 역할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며 이는 막대한 물량을 중국선박이 수송해야 할 것 아니냐는 나름의 자국화 자국선 정책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2년여에 걸친 로비와 협상 끝에 발레막스(발레막스) 선단의 일부를 중국에 양도했고 중국은 다시 20척의 동급 VLOC를 건조해 Vale의 물량 수송에 투입한다는 쪽으로 양보(?)하고 발레막스의 중국 기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그들의 윈윈거래를 보고 물량이 배가 되면 케이프사이즈 약 230여척의 추가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시 케이프 지수(BCI)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중국과 Vale가 사실상 나누어 먹기를 한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발레막스 거래에서 시작된 중국의 자국수요 충족을 위한 자국선대 강화 정책이 석탄수입, 원유수입부문에까지 확대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원유수송을 위해 최근 Cosco 등 국영선사가 합작으로 홍콩에 설립한 China VLCC Co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Nanjing 탱커의 VLCC를 인수하고 추가로 10여척을 발주, 전체 38척의 VLCC 선단을 구축, 중국 원유수입량의 70%를 점하고 있는 Sinopec 등 대하주의 물량을 수송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제1의 VLCC 선단은 이란의 NITC(37척), MOL(32척), NYK(29척) 순이다. 그동안 국적선사 일변도였던 일본 석유사들도 수송비 절감 차원에서 T/C 혹은 COA 보다 싼 spot market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에너지 다변화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일본 석유사들이 외국 선박을 이용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 여파로 세계 최대 VLCC 선단을 보유하며 제3위의 석유 수입대국인 일본선사들의 VLCC 선복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China VLCC가 불원 세계 제1의 VLCC 선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4. 국제 유가의 변수

최근 해운시황이 침체 원인중 하나는 운항비 절반에 육박하는 고연료비 부담이었으며 해운계가 유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유가 동향이 시장의 회복시기를 좌우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유류 상승은 침체에 몰린 해운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관계를 살펴보면 대략 전세계의 하루 수요는 9천만 배럴이고 그중 2/3인 6천만 배럴을 비산유국이, 나머지 3천만 배럴을 산유국이 생산한다. 이중 비Opec의 산유분은 자국 혹은 역내 수요의 충족에 할당되고 그 외 부족분은 Opec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Opec의 산유량에 따라 국제 유가가 등락해 왔다. 이에 따라 국제 해상수송 루트 역시 중동을 중심으로 한 산유국에서 미국,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로 연결되는 원거리 수송이 주를 이루어 왔다. 유가 동향은 Opec 산유국중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의 가격 통제에 따라 좌우돼 왔다. 타 Opec 회원국에 비해 산유량도 클 뿐 만 아니라 가격에 연동해 산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잉여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 체제에 변화가 발생했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재제, 이라크‧리비아의 정정불안 등으로 산유량이 통제의 한계를 벗어나게 됐고 최대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세일 오일 발굴로 수출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변곡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절제돼 왔던 Opec의 산유량이 최근 정정불안 등으로 사우디의 통제권 밖에서 Opec 산유량은 최근 2년만에 최대치에 도달했다. Opec의 9월 평균 공급량 30.96m bpd로(8월 30.15m bpd) 2012년 11월(31.06m bpd) 이후 최대치에 달했고 결국 지난 6월, 배럴당 115달러였던 유가가 9월말 현재 배럴당 97달러로 하락했다.

최근 미국의 산유량이 불원 사우디를 앞지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어 미국의 증산분만 가지고도 Opec의 감산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문제는 이들 증산분이 전량 수출로 이어질지, 이라크 사태가 더 확산되지 않을지, 리비아의 정정불안이 해소될 것인지, 최근 이란과 서방간의 해빙무드 등의 변수를 종합할 때 전체적으로 유가 전망은 나쁘지 않다. 우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 9월 텍사스발 컨덴세이트(초 경질유) 40만 배럴에 이어 알래스카의 Valdez항에서 출발한 70만 배럴이 여수에 도착예정(10월 10일)으로 원유 수입의 다변화를 통해 과도한 중동 의존도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유가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가등락이 단순히 수요와 공급 균형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석유 시장의 가격 동향은 사우디 통제 역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즉 통제가 가능할 시에는 가격 통제목표치가 있어 예측이 가능하지만 불가 시에는 공급 조절이 불가해지며 유가도 불안정해진다. 과거 사우디의 통제 목표는 1990년대 배럴당 20달러, 2006~2008년 85달러, 현재는 100달러 수준이다. 사우디가 최초로 통제력을 상실했던 2008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고 두 번째인 2011년에는 미국의 증산덕택에 가격 목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우디의 가격 목표와 무관하게 오일 메이져들이 석유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투자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석유회사들이 주주들에게 적정 배당을 행하고 또 자본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BEP)이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공급이 증가한다고 해서 증가한 만큼 유가가 전기한 BEP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미국 Shale oil의 영향으로 공급에 여유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나 향후 수출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몇년후의 일이고 메어져 석유사들의 BEP가 충족돼야만 생산이 가능할 것인 바 공급과다가 가격을 결정한다기 보다는(하락) 고유가 현상이 공급의 증가를 유도할 것이라는 점에서 유가는 인위적인 통제가 작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유가가 하락한 상태이지만 일부 증산국가들의 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지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의 가격통제 기능이 회복되면서 유가는 2020년까지 배럴당 120달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해운계가 고유가의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시기상조인 것 같다.

5. Blame culture : 경제 탓인가?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철광석은 56%, 석탄은 41.7%, 곡물은 20.2% 늘었음에도 선주들의 투기적 발주로 수요의 성장을 즐기지 못했다. 2008년 이후에도 세계 경제는 17%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세계 선대는 45% 늘었다. 2010년 반짝 경기를 잘못 받아들인 선주들이 다시 발주 행렬에 나섰지만 착시임을 확인한 선주들이 2011년 들어 발주를 자제해 2013년에 신조선의 출시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 감소현상을 확인한 선주들이 수급균형이 금방이라도 개선될 것처럼 기대해 다시 발주가 시작됐고 빗나간 기대에 힘입어 지난 18개월 동안 저질러진 과잉 발주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한때 가까워 보였던 터널의 끝이 훨씬 멀어지게 된다면 이것도 경제의 탓이고 시황의 탓인가?

현재와 같은 발주현상이 지속되면 시장회복은 물 건너가기 싶상이다. 수주에 목말라하는 조선업계의 손짓에 싼 배 잡으러 나간 사람이 누구인가? 그럼에도 선주들은 시황 탓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6. Major 얼라이언스와 시장 재편

중국 당국이 P3를 불허한 이유는 Cosco 등 자국선사들에 대한 위협 가능성 때문이다. P3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P3 프로젝트는 이미 시장에 상당한 파장과 함께 구도의 개편을 촉진했다. 중국을 자극해 대량 발주를 결심하게 했고 타얼라이언스들이 ULCs의 발주를 앞당기게 했다는 점이다.

머스크가 P3에서 2M으로 전환한 것은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아시아-유럽항로의 머스크 물량은 주간 5만 5천teu에 이른다. 데일리 머스크 체제에서 T-E 선단을 독자 운영할 경우 소석율의 한계로 대형화 효과를 기할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만teu급 이상의 출현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른다. 대형화의 한계가 2만teu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4대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 주력마로서 T-E급 ULCs의 효율이 검증되고 시장의 재편을 초래할 만큼 20대 선사간 명암이 가려지지 않는다면 2만teu 초과 ULCs의 출현은 향후 2~3년내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의 2M 승인에 이어 중국이 아직 변수로 남아있지만 현재는 정기선 시장의 사각 Ring 주위에 100% 아시아 중심의 얼라이언스(CKYHE)와 순수 유럽계(2M), 동서의 혼성팀(G6, O3) 등 4그룹의 선수들이 포진하는 윤곽이 거의 갖추어졌다. 이들간 차이는 선수 각각의 기량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끼고 있는 글러브가 한쪽은 1만 8000teu급, 다른 쪽은 1만 4000teu급이라는 차이일 뿐이다.

1만 8천teu급과 1만 4천teu급의 대결 결과는 아직 예측 불허이나 최적과 중용을 선호하는 순수 동양계 얼라이언스와 규모의 경제, 시장경제이론으로 공격적인 지구전, 소모전을 추구하는 서구형 얼라이언스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화와 얼라이언스를 통한 4대 그룹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정기선 분야의 경쟁 수단은 항해수와 항로별 캐퍼의 확대, 직기항지 확대, 트랜짓타임의 단축, 간선-지선간 연계 시스템의 최적화로 요약되고 있다. 이는 결국 공급과잉상태에서 과열경쟁을 유발시키고 운임회복을 더디게 하면서 몇차례 GRI에도 불구하고 운임은 3월 이후 최저선에 도달했고 하락현상이 간선루트 전항로에 걸쳐 퍼지고 있다.

대형화가 곧 Scale merit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침체된 시장하에서도 머스크는 지난 2연간 흑자를 시현하면서 타 경쟁선사들을 압도했지만 그 원인이 대형화를 통한 Scale merit 만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대형화에 더해 소석률 제고, 연계선대의 효율적 운항 즉 간선과 지선의 최적 조합을 포함한 원가관리 테크닉에서 찾고 있다.

사선과 용선의 최적 균형 및 배선(deploying capacity in a disciplined way), 엄선된 투자(avoiding unnecessary investment)가 핵심이다. 특히 선대에 관해서는 1만teu급 이상은 신조선으로, 그 이하는 시장에서 싼 가격으로 단기간 용선하는 방식으로 운용한 것이다. 선속 관리 역시 일률적이 아니었고 편도항해는 증속하고 복항은 저속으로 유지하는 등 Time-sensitive한 화물이 많은 항차에는 Customer service 차원에서 수송기간 단축에 우선을 둔 것이다.

메가십이 곧바로 저원가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머스크의 평균선형은 업계 평균치 수준이다. 전체 593척에 280만teu를 운항하고 있지만 평균 크기는 상위 20개 선사중 15위다. 즉 선형이 크다고 바로 원가가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

7. 해운의 주기론

해운시황은 가격 하락→붕괴→침체→반등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이어지지만 하락 조짐은 현장에서 피부로 실감을 할 수 있으나 붕괴는 부지불식간에 진행된다. 이 주기의 주요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짐들을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⑴ 붕괴(collapse)
우선 ①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하락세를 거쳐 급락하며 ②Spot market에 나와 있는 선박이 주요 항구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③운임은 떨어지고 감속운항, 대기선박이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은 ④선가 하락을 인정하지 않아 선박매매가 이루어 지지 않으며 ⑤peak가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1973년, 1979년 두차례 오일쇼크와 같이 해운시황과 경제 사이클이 일치하게 되면 시장의 붕괴현상은 가속화 된다.

⑵ 침체(Trough)
시장은 ①연료절감을 위한 감속운항, 선적항에 줄을 선 대기행렬 등 공급과잉의 조짐이 표면화되고 ②운임이 저효율선의 운항원가 수준으로 하락 후 계선으로 이어지면서 ③신용경색, 운영자금 부족, 재정난 등으로 악화돼 위험수준에 근접한다.

⑶ 최악의 상황(Extreme cycles)
①Wait & see 자세를 유지하던 금융기관이 담보권 행사에 착수(foreclose)하면서 결국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조선, 우수선을 급매물로 처분하기 시작하며 ②노후선 선가가 해체가격 수준으로 하락, 해체시장이 활성화되면서 ③시장 회복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다.

⑷ 과도기 현상
버티던 선주들은 자력갱생을 위한 노력 등 시장 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중동의 상황이 한동안 지속된다. 해운업계의 현 위치는 과도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중동 기간이 얼마인가에 따라 선사간 체력의 차이가 존폐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수(index)로 본 해운주기
1980년대에서 지금까지 30년에 걸친 해운주기를 Clarkson Index(탱커, 벌크선, Container 선 등 상선들의 평균 일당 가득액을 계량해 금액으로 나타낸 것으로 당시의 전체시황을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지수로 업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로 살펴보면 <표1>과 같다.

<표1>

1980년대 평균

1990년대 평균

2000~2008년 평균

US$ 8,500/day

US$12,023/day

US$23,453/day

2007년 12월 4일(Peak)

2009년대 평균

2009년 4월 10일(최저)

US$50,702/day

US$11,407/day

US$ 7,535/day

2011년 평균

2012년 평균

2013년 평균

US$12,463/day

US$ 9,586/day

US$11,335/day


 시황이 정점이었던 2007년 12월 4일 이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시장은 급격히 추락해 2009년 평균치는 1990년대보다 더낮은 수준까지 하락, 2009년 4월 10일 최저점에 이른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시황은 각국의 부양정책과 억제됐던 국제교역이 재개되면서 완만한 호황으로 반전했으나 시장을 이끌기에는 부양정책만으로는 역부족으로 2011년 초부터 시장은 다시 심각한 침체에 빠지게 된다. 침체와 함께 선박투자가 감소하면서 2013년초에는 수급이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듯 보이며 2013년 하반기에 들어 탱커와 벌크선 분야가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2013년 중반부터 시작된 성급한 선주들의 발주 열병이 또 다시 재발하면서 거의 18개월에 걸친 발주 행렬이 2014년 3/4분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2014년 1월 현재 지수는 일일 1만 1541달러로 정체상태에 머물다가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평균치가 아직 생산되지 않았지만 시황의 흐름에 비추어 유추컨대 현재의 지수는 30년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짐작된다. 30년에 걸친 인플레이, 물가인상 등의 영향을 감안할 때 실질 운임수준은 30년에 걸쳐 계속하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 터널 끝이 보이는가?

중국의 개혁‧개방은 2003년 이후 2008년에 이르는 사상 최대 해운호황을,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은 LNG 수요 폭등을 초래했다. 미국의 풍작과 러시아의 흉작은 국제곡물의 수송수요를 증대시켰고 미국의 세일가스 혁명은 탱커 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하고 있으며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 중동의 정정 불안은 유가의 불확실성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해운시장은 공급의 흐름, 경제회복의 속도, 정치적 갈등, 지역적 소요 등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1) 시장은 관대하지 않다
어느 학자는 조물주가 선주였을 것이라고 했다. 각종 원자재와 소비재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원거리에 위치하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톤-마일 수요를 확대시켜 해운산업에 유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는 강점을 부여받았는지 모르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해운시장에서 보면 병주고 약도 주었던 중국의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그저 경제성장속도의 둔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강 산업과 같은 중공업분야에 이르기까지 설비확장을 억제하고 있는가 하면 환경규제의 강화와 함께 국기차별 정책이 표면화되면서 자국 조선‧해운산업의 부활을 위해 그동안 말로만 그쳐왔던 선복대체와 확충작업을 국가 전략적 과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한다. 예상을 초과하는 수요의 폭등이 초래한 산의 높이만큼 기대치에 못미치는 수요의 감소는 그만큼 깊은 골이 파이게 했다. 더구나 2006년 이후에 행해진 대량 발주로 인해 이미 시장의 거품이 꺼져버린 2008년 이후에 기존 선대의 규모에 맞먹는 대규모 신조선이 시장에 유입됐다. 둔화된 성장세와 이를 앞서는 공급과잉의 틈새에 끼어 있는 것은 벌크선 뿐만 아니라 LNG Product 탱커는 물론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였던 VLCC 시장까지 내리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년전 촉발된 사상 최대의 호황과 2008년 국제 금융시장의 붕괴에서 시작된 침체가 6년을 경과하고 있다. Boom & Bust 10년 동안 선박금융시장은 해운산업이 타 어느 분야보다 이익률이 낮고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것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은행들이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면서 그 공백을 사모펀드들이 메워왔다. 그러나 사모펀드 자체가 단기적 수익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일시적 부침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최근 우리주변에서 보듯이 그들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약체선사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발등에 떨어진 유동성 위기를 담보로 수익이 보장된 선단만을 spin-off 형식으로 인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인수가 장기적으로 해운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단기 차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 그들은 출구를 찾으려할 것이다. 혹자는 노후 비경제선의 처분까지도 국부의 해외 유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Spin-off을 통한 국내 우량선단(COA 등 원가가 보장된)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이다. 결국 전통 전업 해운회사들의 체질 약화를 초래해 사실상 재기 불능의 사태로까지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IMF 직후 모선사의 자동차 부문을 떼어내어 외국 기업에 양도함으로서 한국의 Car carrier 분야가 사실상 뿌리채 뽑혀 나간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지금이 정상이다
경기회복이 기대치보다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이머징 시장의 성장세가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금융대란 이전까지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였으나 현재는 5%로 하락했고 이 하락이 선진경제국(developed)의 발목을 잡으며 성장률의 감소(-0.5%)를 초래했다.

2003년 하반기 이후 벌크 부문에서 비롯됐던 사상최대 호황의 근원도 바로 이들 이머징 마켓 특히 중국의 두자리 숫자에 이르는 성장률이었다. 5연간 지속된 호황의 Peak시에는 중국당국 스스로가 놀랄 만큼 예상치를 앞서는 성장률로 인해 해운업계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급격히 초과하는 기현상으로 케이프 하루 수익이 23만 달러까지 달하는 대란(?)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정기선은 지난 10년 동안 운임이 매년 2% 하락했으며 선사의 생존전략은 마른 수건을 쥐어 짜는데 비유할 정도의 힘든 원가 절감이었다. 절감의 첫걸음은 선박의 대형화로 계략적으로 크기를 배로 늘리면 단위 건조비용은 25%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너나없이 대형화로 나서다 보니 지난 10년간 선대는 매년 11% 정도 증가했지만 동 기간 수요의 증가는 8%에 그쳐 심각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지금의 시황이 일시적 현상인가? 조금 참으면 시장이 수년전처럼 호전될 것인가? 해운외적 요인을 종합해보면 현 시장의 침체가 어느 날 일시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것 아닌가? 지금이 정상시황이고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지구전, 소모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해운시장 침체가 6년을 지나 2014년 마지막 분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2010년 일시 반짝경기가 있었지만 이는 시장의 회복이라기 보다는 2003년 이후 계속됐던 사상 최대 호황의 꿀맛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선주들에게 착시 현상을 초래해 다시 대량 발주에 나서게 되면서 침체의 장기화를 가져왔다.

특히 올해 3/4분기에 들어와 조금씩 개선될 조짐을 보이며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비경제선을 털어내고 수익성 있는 선단만으로 탈바꿈한 일부 선사가 흑자로 전환하자 업계는 또 다시 바닥을 탈출했다거나 침체에서 벗어난 것처럼 장밋빛 기대와 전망들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과거 예로 볼 때 선주들이나 Broker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망을 낙관하는 경향이 있지만 IMF 등 국제기구들의 경제전망치, 해운시장의 수급현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금융권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까지 그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시장의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 주관적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 각분야에서 부정적인 조짐보다는 긍정적인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운 시장은 수급이 최적 균형을 이룰 때 안정되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가격은 상승무드로 전환된다. 지난 수연간 지속돼왔던 중국발 특수와 같은 예외적인 폭등장세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요와 공급이 교대로 등락해가며 해운시장을 이끌어 왔다. 그래서 우리는 해운을 사이클 비즈니스라고 한다. 역사상 6년 전 시작된 침체를 24번째 불황이라고 한다.

9. 나가며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들어 선박의 발주가 주춤해 지면서 시장에는 다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최근 시장에 나타난 조짐을 보면 ‘발주가 정점을 지나갔다, 선주들의 자제 분위기 확산되고 있다, 2013년 해체선복량이 Peak에 달했다, 세계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조짐과 그 영향으로 유럽도 침체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등이다.

또한 선복량은 2016 후반이후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고 2~3년안에 미국의 세일 혁명의 긍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것 등 낙관을 뒷밭침할 만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고 그동안 지루한 신경전을 거쳐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의 구도도 4대 얼라이언스 체제로의 재편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특별한 돌발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유가도 당분간 105달러 전후에서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선주들이 욕심을 자제할 수 있다면 해운경기는 2016년 후반부터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컨테이너 부문은 어차피 당분간 체력전을 통한 제2의 경쟁라운드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 아직 1만 8천teu급 ULCs를 발주하지 않은 그룹들의 향배에 따라 경쟁의 체감온도가 달라질 것이고 라운드의 기간이 앞 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08년 이전까지 정기선시장은 운임동맹을 바탕으로 한 선주 주도형 시장이었다면 장래는 중단없는 경쟁을 유도하는 하주, 환경규제와 경쟁법의 준수를 요구하는 정부의 감시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결국 하주의 가격인하 요구와 법 규제 이행을 위한 추가부담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묘책을 강구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가격(운임)을 선주가 정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하주가 정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전업 해운회사가 주도하는 시장보다는 하주가 원하고 주도하는 선하주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시장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최근 그리스 해운계의 예처럼 전통 해운사들은 최근 낮은 선가를 활용해 해체와 신조를 통한 수혈과 체질강화가 지속될 것이며 강자가 약자를 흡수하는 기업합병형식의 재편보다는 S&P 시장을 통한 개별 인수(piecemeal)식 재편이 이루어 질 것이 중론이다. 결국 선대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한 선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선주들이 자초한 공급과잉 가능성이다. 2008년 해운시장의 붕괴로 위기에 처했던 조선업계가 비장의 카드로 내놓았던 것은 Eco-ship이었으며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고유가에 힘입어 조선업계를 되살리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이제 Eco-ship 라운드가 2016년경이면 그 열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들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카드를 마련하지 못하면 올해 하반기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발주의 영향으로 조선업계는 새로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해 조선업계는 해운시황의 수급과는 별개로 또 다른 카드를 마련해 침체되려는 발주의 불씨를 살리려 할 것이며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카드로는 LNG 겸용선, 평형수을 싣고 다닐 필요가 없는 선박이라고 한다.

2006/7년도의 대량 발주를 욕심이 주도한 부문별한 발주였다면 2011년도에 되살아난 발주 행렬은 시장을 오판한 착시현상으로 인한 실수라고 할 수 있겠으나 2014년 하반기에 윤곽을 드러낸 소수에 의한 대량발주는 계산된 전략에 의한 발주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아시아 경제는 완만하지만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발전을 계속하는 한 문제는 공급측면에 있고 과잉공급을 유발하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선주 자신들이며 모처럼 훈기가 돌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해운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다름 아닌 선주 자신들이다.

‘Shipping always kills the goose that laid the golden egg’라거나 ‘Shipping has a dreadful reputation for never working together’라는 평가가 왜 나오는지 선주들 스스로가 자문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겨울이 길고 온도가 떨어지게 되면 약체 선사들은 뼈 속까지 한기를 느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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