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시추시스템 시험평가의 의미

▲ 김경신 KMI 해양연구본부 전문연구원

김경신 KMI 해양연구본부 전문연구원

포항에서 약 90㎞ 떨어져 수면 1,800m에 잠자고 있던 주작이 그 날개를 활짝 펴 동해 하늘로 비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여 머스크드릴링사에 인도한 해양플랜트 시추선 ‘머스크 벤쳐러(Maersk Venturer)’호가 9월 30일 해양 시추 시험평가를 위해 주작-1로 출항했다. 주작-1은 가스나 석유가 존재하지 않는 폐 유정으로 동해 심해에 묻혀 있다가 이번 시험평가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날아 오른 것이다. 이 유정은 시추종료 후 가스누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밀폐작업이 완료되어 심해 시추 시험평가에 적합한 최적의 수심과 상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탐사, 시추·평가, 설계, 건조·제작, 설치·시운전, 운영·관리로 구성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산업은 세계 제1위의 조선 기술을 기반으로 건조와 제작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경제적 효과가 높은 설계와 설치 시운전 분야는 취약하다. 그 원인은 이미 외국 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국내 기업의 진출이 용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기술 개발과 시험 기반 구축, 전문 인력의 부재가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 동안 정부는 해양플랜트 전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종합 산업으로의 완성도를 높이고 전후방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가치사슬 단계 중 설치 시운전에 해당되는 해양시추분야와 해양시운전분야의 엔지니어링, 이들 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험평가 구축이 그 핵심이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데, 이번 시험평가 사업에는 주작-1의 정두(Well Head)에 폭발방치장치(BOP)를 결합하고 분리하는 테스트 등 실제 해역 시추에 필요한 여러 가지 테스트를 실시하게 된다. 또한 향후 해양 시추시스템 시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두를 포함한 주작-1의 건전성 평가와 유지보수에 관한 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 시험사업은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과 국가 정책에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건조와 제작 분야에 집중된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이 탐사와 시운전, 운영을 아우르는 해양플랜트 종합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본 사업에 투입된 시추선에 관련 국내 산업체와 연구소의 전문가가 승선하여 해양시추시스템 시험 평가 전 과정을 모니터링 함으로써 시추 관련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 축적, 이를 통한 전문 인력 교육과 훈련의 현장 적용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조선사는 해외 경쟁 업체와의 수주 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이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소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의 시장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 선사가 시험사업에 참여하여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게 되어 외화 획득에 기여할 수 있으며, 해양플랜트 시추 시험평가를 포함한 시운전 분야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1개월 이상 소요되는 이번 시험평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큰 시장으로의 진출과 산업 확대를 위해 차근차근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작-1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 및 기술적 방안도 뒷받침되어야 하며, 해양시추 시험사업의 해외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 이 사업과 연계된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 업계의 지혜도 모아져야 한다.

아울러, 해외 선사가 요구하고 있는 추가 테스트베드 설치·운영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해양시추 시험평가의 적지로 확인된 주작-1 외에 회자되고 있는 유정, 해외 선사가 요구하는 테스트 베드 등을 포함한 ‘해양시추 시험평가단지’ 조성·지정에 관한 구상도 그려볼 만 한 일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