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항만공사는 항만의 경쟁력에 책임을 지는 기관이다. 항만공사는 항만의 새로운 핵심사업과 항만의 핵심능력을 파악해 이를 통한 항만의 성장 포지셔닝 전략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무역 및 해운환경에 따라 항만공사의 핵심능력과 성장 포지셔닝 전략도 선제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항만공사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핵심역량으로 삼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항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입항 수심 확보 및 생산성, 고품질의 항만배후부지 인프라 구축, 잘 구축되어 있는 항만 클러스터 혹은 항만 커뮤니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드는 동력은 혁신일 것이다.

혁신은 생산성도 향상시키고 새로운 분야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인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첨단 터미널 운영에 대한 혁신, 에너지 절감을 위한 혁신, 안전요구에 대한 혁신, 많은 자료를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내는 소위 기회공간(opportunity space)을 창출하는 일 등에서 혁신은 요구되는 것이다. 그 경쟁력은 항만이 어떤 혁신을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고, 항만공사도 이 혁신에 대해 적절한 투자를 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쟁력 향상 요인과 이를 해결하겠다는 방안들은 모두 항만공사의 시각이라는 점이다. 실제 항만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궁극적으로 화주이다. 따라서 항만을 이용하는 화주 입장에서 항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특정항만을 이용해서 수출입을 하는 경우, 다른 항만을 이용할 때 보다 가치(value)를 더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이를 감안해서 다시 항만공사의 향후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다. “항만혁신에 적절한 투자를 해 항만 이용 화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항만공사가 항만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일이다.”

호주의 로스 로빈슨(Ross Robinson) 교수는 그의 유명한 ‘항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논문에서 항만은 화주의 물류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항만의 미래 기능을 가치창출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항만은 개별기업의 공급사슬에 개입하는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자(3PL)이다. 둘째, 항만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수출입 공급사슬 기업 중 하나이다. 셋째, 항만은 이용 화주에게 우수한 가치를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항만은 단순한 항만간의 경쟁이 아니라 개별 항만이 포함된 공급사슬 간의 경쟁이다.

그러면 과연 화주에 대한 항만의 가치창출이란 무엇인가? 화주, 혹은 화주의 대리인들이 화물을 특정항만을 통해 수출입을 하면서 시장에서 비교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첫째 화주의 내륙운송비, 항만경유 해상운송비의 비용과 시간이 타 항만을 이용할 때보다 이익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둘째 항만배후지에서의 부가가치 활동을 통해 지체하는 시간과 비용보다 더 큰 이익, 즉 가치를 내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항만이 내륙이나 배후지와 연계되는 관문의 역할만 해서는 선사나 화주에게 선택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해상운송, 항만비용, 내륙운송비, 전체 운송의 비용, 질, 신뢰성에 의해 항만이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만, 컨테이너터미널, 선박회사, 그리고 복합운송업체의 최종 고객은 화주이다. 결국 화주의 물류사슬(logistic chain)상 총비용과 운송시간 단축요구, 그리고 항만 배후지에서 운송 중 부가가치 활동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항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호프스트라(Hofstra) 대학의 로드리그(Jean-Paul Rodrigue) 교수도 10월 초 2014 TOC America 회의에서 급변하는 해운환경 변화에서 항만 물류 연계망의 구축과 항만배후부지 전략만이 항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이나 항만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규모의 경제 효과에 대해 논의를 해오고 있지만, 앞으로 항만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초대형선 입항에 따른 항만의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 때문에 비용이 발생할 때, 항만이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만과의 물류연계망을 강화하고, 항만 배후부지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즉 향후 항만 경쟁력 강화의 핵심역할은 항만을 이용하는 화주에게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핵심역량이 항만 연계 물류망의 확충과 항만배후부지 활성화인 것이다. 이를 감안해 항만공사의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다. “항만과의 연계물류망을 확충하고, 항만 배후부지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항만혁신에 적절한 투자를 해 항만 이용 화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항만공사가 항만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일이다.”

한편 그동안 항만공사가 관심을 둔 생산성 향상은 항만장비, 시스템 등 선사에 대한 서비스 향상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사안은 터미널 운영사가 결정하는 상부시설과 크게 관련이 되어 있어 항만공사가 관여할 여지가 크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의 항만은 민간자금 활용을 통한 항만개발과 일정기간 민간에게 운영권을 이관(concession)하는 방식이 발달해 있다. 그러다 보니 항만의 소유구조가 다원화되고, 차입규모가 많아져, 항만이 점차 금융자산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 물동량 부족, 과당경쟁에 따른 사용료 하락 등으로 인해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것이 항만인지 투자액 회수 주체인지 모호한 경우를 보게 된다.

항만공사는 터미널 운영자들의 의사결정이 항만의 경쟁력 향상과 반대로 하거나, 혁신적 투자에 미흡할 경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즉 항만을 이용하는 화주에게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투자를 함과 동시에, 터미널 운영사들이 생산성 향상 등 기존 선사에 대한 서비스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도 만들어 가야 한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 항만공사의 앞으로의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항만공사의 역할은 터미널 운영사들이 항만생산성 향상을 통해 선사에게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항만 연계물류망을 확충하고, 항만 배후부지를 활성화시키는 혁신에 투자해 항만 이용 화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항만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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