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회생 방안은 없는가?>

세월호 촛불 너머 희망의 큰 등불 달자 

등불이나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것들이다. 캄캄한 세상을 밝게 함으로써 인간의 인지기능이 순조롭게 작동하도록 해준다. 어둠 속에서 이러한 불을 만나 주위가 밝아지면 우리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희열을 느끼기까지 한다.

해운 불황의 터널은 이제 만 6년이라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일 뿐만 아니라, 소위 ‘빙하시대’라고 불리는 얼어붙은 세상이 지금의 해운업계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말이다. 좀처럼 볕이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불현듯 앞날을 밝혀줄 거대한 등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해운업계는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인해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나고 말았다. 엎어지고 넘어져 크게 다쳐 있는 상황에서 다시 바위덩어리 같은 것이 내려앉아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피해보상은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도 못하고 있고, 10월 중순에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장은 온통 세월호 사건을 따지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지배해 버렸다. 세월호 사건이 아닌, 침몰돼 가고 있는 해운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으니 이 어찌 통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세월호 사고가 난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에 온 국민이 함몰되어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얘기다.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우리 해운인들도 이제는 세월호 사건을 넘어서서 살아남아 있는 자들이 제대로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소위 民生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결코 세월호 사건을 잊어버리자든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그만두자는 말이 아니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촛불을 넘어서서(그것은 정치권에 맡기고) 침몰해 가는 우리 경제, 그 중에서도 사경을 헤매는 한국 해운산업을 살려낼 큰 희망의 등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해운산업의 ‘희망의 등불’ 찾기는 해운업의 ‘새판짜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다고 우리는 본다. 아쉽게도 정부당국이 계속해서 거의 방관자적인 입장에 서는 바람에 우리 해운업계는 2008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해운불황이라는 어둠의 늪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나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전제되지 않는 선사들 스스로의 ‘자구책’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6년 불황의 세월이었다.

그동안 많은 외항선사들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들이 소유했던 배들은 여기저기 시장에 남아서 불황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일부 선사는 명판만 바꿔 새로 출범하는 바람에 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의 간판 해운회사들이 줄줄이 문제가 생기면서 법정관리가 되거나 극도의 경영난으로 문 닫기 일보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당국은 “소위 5대 외항선사만은 정부가 살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나, 재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실기하는 바람에 5대선사는 현재 모두들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좋지 않은 점은 향후에 대비한 대책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은 ‘해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업계의 재편을 유도하는 ‘새판짜기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이러한 조치가 아직까지 살아남아서 우리나라 해운의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는 선사들에게 그나마 희망을 주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해운업계의 일부 희생을 바탕으로 해야하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새판짜기라는 명목으로 대량화물 하주들의 해운업 진출을 용인해서는 결과적으로 희망의 등불을 끄는 일이 될 것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해운업의 희망 찾기는 타산업과의 상생기반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금융과 조선, 무역 등과 상생하지 않고는 해운업 스스로의 독자 생존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금융업계와의 협력, 조선업계와의 협력, 하주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당국은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하여 타산업과 해운업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또한 해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유경쟁 입찰을 제한하는 조치라든가,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조치를 위해 부처간의 협조를 얻어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해운업계의 재편을 전제로 하는 얘기들이다.

결국 우리의 해운산업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은 해운업계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 의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운보증기금 등을 통한 지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업계입장에서는 불투명한 미래를 한가하게 기다리고 있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새판짜기이든 업계 재편이든 해운업계가 재빨리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고 정부는 거기에 물을 주고 비료를 주어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해운업계가 빙하시대의 암흑기에 갇혀 옴싹달싹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 보면 해운산업의 패망으로 연결될 뿐이다. 이제라도 해운업계와 정부당국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큰 희망의 등불을 높이 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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