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범한판토스 인수 문제는 없나?> 

대형 하주의 물류기업 인수 막아야 한다 

LG상사가 LG그룹 물량을 기반으로 커 온 범한판토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현재 LG상사가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하고 있어서 11월중으로는 확실한 윤곽이 밝혀질 것이라고 하는데, 인수가격은 5000억원에서 9000억원 사이가 될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가 LG그룹내의 물류부문을 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고 그에 따라 범한판토스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뛰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사태진전에 대해 전혀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하주기업의 물류회사 인수와 그로 인한 1자물류, 2자물류의 고착화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 정부의 제3자 물류 확대 정책과도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대형 하주기업에 의한 직접적인 물류시장 진출은 주변의 선량한 중소 물류업체들의 생존권을 박탈해 갈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에 의해서 물류산업 자체의 성장기반을 무너트리게 된다는 점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만약에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재벌그룹의 후계 상속 혹은 후계 구도 획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국민적인 저항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범한판토스의 경우 그 주인이 범 LG가의 패밀리이고, 사실상 LG그룹에 의존하여 성장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범한판토스는 사실상 LG그룹의 계열회사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기 때문에 “독립하여 운영하던 회사를 LG그룹에 다시 흡수한다고 해서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을 할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자기가 분리독립 시켜 키워온 회사를 필요에 의해 다시 그룹의 일원으로 병합하겠다는데 뭔 잔소리냐고 주장하면 사실 딱히 반박재료도 많지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정말로 우려스럽고 곤란한 결정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범한판토스의 발전이나 LG그룹 물류의 발전, 더 나가 우리나라의 물류산업 전반의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 하주기업이 물류기업을 인수하여 발전시켜 온 예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모두들 잘 아는 것처럼 세계의 물류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선진국 대형 물류회사들은 모두다 소위 ‘3자물류 기업’이다. 선진국의 대형하주들은 직접 물류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고, 물류는 전문 물류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통례이고 관행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실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3자 물류업체에 대한 지원 확대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글로벌 물류기업이 바로 ‘범한판토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봐도 범한판토스의 깃발과 사무실은 있다. 범한은 이제 세계적인 글로벌 물류회사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단계에 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매년 꾸준히 성장하여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정통 물류기업이 됐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닏다. 물류업계가 침체됐던 지난해의 경우도 매출 2조 400억원에 영업이익 592억원 기록하는 좋은 경영성과를 거뒀으며, 과거 60%가 넘던 LG그룹 의존도도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어 그야말로 제3자물류 회사로 탈바꿈을 시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범한판토스를 LG그룹에서 빼앗아(?) 간다고 했을 때 필시 독립경영 때보다도 결과가 좋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는 짐작을 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대기업 계열로 흡수될 경우 경쟁제한으로 인한 안이한 경영과 임직원들의 관료화 등으로 인해 실패하는 사례를 우리는 여럿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주대기업인 포항제철이 사실상 설립하여 직접 자기 선박으로 자기 화물을 나르는 소위 ‘인더스트리얼 캐리어’를 운영했던 거양해운이 한진해운을 거쳐 종당에는 멸망하고만 것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주기업 자체가 망해서 함께 망한 것이지만 대우그룹이나 율산그룹의 물류회사들도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없다는 점도 생각해 볼일이다. 솔직히 우리는 LG그룹이라고 해서 전혀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LG그룹의 범한판토스 인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오히려 중소 물류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범한판토스 보다는 LG그룹의 물류회사가 전문성이 떨어져 결국 LG그룹 물량이 제3자 물류시장으로 흘러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생각해 보면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LG그룹이 3자 물류기업으로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기화물은 그대로 고수하면서 3자물류 시장의 화물 확보에 더 열을 올리게 된다면 주변의 여타 중소물류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정부당국은 이번 LG그룹 범한판토스 인수건에 대해서 분명히 견제를 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3자물류 업체 육성으로 통한 대형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도를 해야만 한다고 본다. 또 하나, 대형 하주들이 물류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소물류기업들이 입는 피해를 생각해서라도 중소물류기업을 보호하고, 대형 하주들의 공정거래 위반행위를 강력하게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범부처적으로 강구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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