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외국선사만 혜택, 이래도 되나?>

외국선사 금융지원 물꼬 국적선사로 틀어라

죽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해운산업은 한계점에 도달하여 소리를 지를 힘마저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절박하고 힘든 상황인데도 권부의 그 누구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 이제는 그야말로 마지막의 위기감만이 엄습해올 뿐이다. 내년도에도 해운경기에 강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더욱 막막하기만 ‘해운 빙하시대’이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청와대에, 정부당국에 호소를 하고 싶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국민경제의 생명줄인 해운산업을 영영 잃게 될 것이니, 지금이라도 주사를 놓든 수술을 하든, 우리의 해운산업을 살려놓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렵고 힘들지라도 우리의 해운기업들이 살아남아서 다음 호황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해운산업만 어려우냐 하고, 딴전 부리지 말고 한번 꼼꼼히 해운산업의 실태를 점검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을 때라고 부르짖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금융이 국적 외항선사들의 경쟁 상대인 외국선사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고, 앞으로도 지원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해운인들의 슬픔을 분노로 변하게 한다. 물론 지원 명분이야 수출금융 지원이니,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이니 하여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국적선사에게는 아주 인색한 선박금융을 외국선사들에게는 퍼주기 식으로 지원해주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연고로 우리는 수출입은행이 외국선사들의 신조선 발주시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는데 대해 계속하여 문제제기를 해왔었다. 그런데 이번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각각 1조원씩을 조성하여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해사산업 지원을 위한 선박펀드의 지원 대상에 외국선사가 발주하는 선박도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이어서 우리 해운인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해운 관련산업인 조선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선사에게 다시금 선박금융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되풀이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조선소 일감 확보 차원에서 우리의 정책금융을 외국선사 신조발주 선박에 지원하게 되면 국적선사들은 2중, 3중의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적선사들의 정책금융 이용폭이 좁아질 뿐만 아니라, 에코쉽으로 무장한 외국선사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벌어져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국적선사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한국수출입은행은 약 60억달러를 외국선사의 신조선 건조에 지원함으로써 외국선사들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머스크 라인 같은 거대 컨테이너선사들을 지원하여 어려운 재정 상태에 있는 우리의 원양 정기선사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번의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선박펀드도 구실만 한국 해운산업 지원용이지 실질적인 내용은 한국조선소 지원용이라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듯 싶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대해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으나, 그 결과로 해운산업에 타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왕에 해운관련 산업을 지원 하는 것이라면 국적선사도 살고 우리 조선소도 살 수 있는 상부상조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해운과 조선업 간의 상생협력의 필요성은 업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금융관계자, 정책 당국자 등등이 모두 공유하여 양 산업을 고르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최상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하는 산업 육성방안이라면 중장기적으로는 공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아마 조선소 입장에서는 국적 외항선사에게 수주를 하고 싶어도 워낙 국적선사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아서 발주를 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어쩌란 말이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일부 그런 측면이 있기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국해운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순간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적 외항선사들에 대한 신용보증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과감한 금융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신용도가 부족한 국적 외항선사의 신용도를 정부에서 보증한다는 것은 한 산업 부문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정책자금에 기댄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외항해운업계는 그에 상응하는 사전적인 자구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선대의 재편이나 업체들간의 통폐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당국은 앞의 내용을 포함하여 향후 해운산업의 정책 마스터플랜을 정확히 그리고 지금 바로 이순간에 해야 할 조치들을 하나씩 재빨리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단추는 정책적인 선박금융의 물꼬를 외국선사에서 국적선사로 트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돼야만 한다. 과거 한국해운의 성장기에 우리가 도입했던 계획조선제도 처럼, 한국선사와 한국조선소가 상생 협력할 때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빨리 전환이 해야 한다. 신조선 건조를 위한 자금 여력이 없는 국적선사들이지만 하루 빨리 에코쉽 등의 경제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점차 멸망해 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외국선사들의 에코쉽과 초대형선이 세계항로를 주름잡고 있는 상황이므로 우리 국적선사의 신조선을 위한 자금지원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정부당국은 지금이라도 해운업을 살릴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을 다시 짜고 중장기적으로 국적선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경쟁력 확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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