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국제물류기업 육성의 과제>

국제물류 관할권 확실히 하고 과감한 지원을

지난 2008년 9월 이후 불어닥친 해운불황의 여파로 해운 관련 모든 업체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업종이 바로 국제포워더로 대표되는 국제물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국제물류기업도 세계적인 대형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운위되어 왔지만 작금의 상황은 이런 논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제라도 세계적인 국제물류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시급히 새로 수립하여 시행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지난 11월 21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글로벌 물류기업 CEO포럼’에서 초빙연사로 나온 에딘버그 내피어 대학의 송동욱교수는 "글로벌물류 시장에서 독일계와 스위스계가 가장 큰 마켓세어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50위권에 드는 회사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글로벌 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 마저 이제는 LG그룹의 물류 자회사가 될판이니 우리 물류기업들의 국제적인 위상은 앞으로 더욱 쇠퇴할 것이 염려되는 오늘이다.

국제포워더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제3자 물류기업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류기업으로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대형 국제포워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역입국이다, 수출의존 국가다 하여 무역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그 수단이 되는 국제물류에 대해서는 등한시 하거나 종속적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식은 국정과제로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가 지난 이후에 더욱 고착화 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하주들을 중심으로 물류비 절감에 대한 의식은 매우 높아지고 있어서 이것 또한 큰 문제이다. 원가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입에 있어서 발생하는 토탈 코스트 중에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유일하게 물류 부문이기 때문에, 물류비는 무조건 줄이고 또 줄여야만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싼 물류비만을 고집하다 보니, 물류회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외국회사든, 부실한 회사든 싼 곳만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반화 되다시피 했다.

특히 웬만한 대기업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 물류회사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제물류업을 아주 망치고 있다. 소위 재벌그룹들은 모두들 직접 국제물류회사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중형이상의 해외건설업체들도 대부분 물류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더더욱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제는 유행처럼 번져서 더 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게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제3자물류기업들은 이래저래 시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정부내에서 국제물류에 대한 담당부처가 명확하지 않고, 그에 따라 국제물류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미미한 실정인 것도 문제 중의 하나이다. 해양수산부에서 국제물류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시장조사를 하는 것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국제물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글로벌 물류기업 CEO 포럼에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단체인 통합물류협회 관계자(회장)가 참가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사정을 증명한다.

이렇게 정부의 관할권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국제물류업계를 이끌고 나가야 할 한국국제물류협회가 사각지대에 놓여서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협회는 협회 운영을 특정인 몇 명이서 농단하고 있다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왔으며, 회원사들이 바라지도 않는 부회장제의 도입과 퇴직 임원들의 연장근무 등으로 해마다 인건비 비중을 높여감으로써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이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서 종사자 교육이나 창고 운영을 하면서도 그 회계 관계를 투명하게 하지 않아 누군가 편취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등 전근대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정이니 우리나라의 대형 국제물류업체들을 양성하는 문제나 대형 하주와 제3자 물류업체를 공생 발전시키는 문제에 대한 정책 개발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국제물류업계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국제물류 관할권을 어디로 할 것인지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국제물류업 육성 지원 계획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따라 세계적인 국제물류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할 수 있어야 하며 제3자물류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도 마련 되어야 한다.

또한 하주들, 특히 대형 하주들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국제물류에 대한 아웃소싱이 훨씬 더 하주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아웃소싱 물량을 늘려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국국제물류협회는 인적쇄신을 통해 국제물류에 대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노력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회원사들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회원사들은 협회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제물류 육성에 있어 한국국제물류협회가 중심세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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