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채무자 Y는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에 은행계좌를 개설해 그 계좌에 미화 1억 달러를 예치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채권자 X가 대한민국의 법원에 해당 예금 계좌에 대한 압류신청을 함으로써 미화 1억 달러가 압류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채권자 X의 채권회수에 엄청나게 유리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2014년 11월 27일 입장을 내놓았는데 그 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안은 시도상선(정확히는 Cido Car Carrier Services Ltd.)이 탈세했다고 보고 국세청이 국세징수법에 기하여 시도상선이 우리은행 홍콩지점에 가지고 있는 예금에 대해 1360억원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압류를 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은 외국에 소재하면서 본점이나 국내지점과는 달리 별도로 그 소재지인 외국의 법령에 따른 인가를 받아 그 외국의 은행으로 간주되고 은행업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외국의 법령에 따라 외국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을 받으며 국내은행 해외지점에서 이루어지는 예금거래에 대해서도 그 소재지인 외국의 법령이 적용됨이 일반적이다. 또한 국내은행 해외지점은 본점 및 국내지점과 전산망이 연결되어 있지 아니하고,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예치한 예금은 그 해외지점이 소재한 외국에서만 인출할 수 있을 뿐 이를 국내에서 처분하기 위해서는 다시 국내 송금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납세자에 대한 체납처분으로서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예치된 예금에 대한 반환채권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은 국세징수법에 따른 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재산에 대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이라고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13다205198 판결).

대법원이 제시한 이유는 첫째, 법 논리적인 문제로서 국내은행과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은 별개의 법적 주체로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고1) 둘째, 기술적인 문제로서 국내은행 해외지점은 본점 및 국내지점과 전산망이 연결되어 있지 아니하고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예치한 예금은 그 해외지점이 소재한 외국에서만 인출할 수 있을 뿐이므로 압류의 효과를 기술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는 물론 앞서 본 가상 사례에서와 같은 사법상의 강제집행에 있어서,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에 개설된 계좌에 있는 예금에 대한 우리나라에서의 강제집행도 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 경우 채권자 X는 그 해외의 법원에 강제집행 신청(혹은 압류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전적으로 가능하게 하여야 하는 전반적인 추세와 당위론에 비추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발전적으로 진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 이러한 이론을 독립된 실체의 이론(Separate Entity Doctrine)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창, “국내은행 해외지점 계좌 관련 예금채권에 대한 체납처분”, (홍익법학 제15권 제1호(2014)), 1013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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