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그리스 해운선사 안젤리쿠시스(Angelicoussis) 그룹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시아 지역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대형 탱커의 매력적인 선가와 높은 용선료, 노후선의 해상비축용 활용 등을 보도했다.

어떤 애널리스트는 VLCC 가격에 변동이 없을 경우 “투자자들은 6.6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13.8년), 3500teu 컨테이너선(14년), LNG선(8.2년)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권위있는 금융관련 기관들이 이처럼 핵심에서 벗어난 정보들이 부각시키는 것을 보면 왜 해운업계 전 부문에 걸쳐 선박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수주에서 핵심은 대우조선해양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시피, 다른 무엇보다도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존 안젤리쿠시스(John Angelicoussis) 회장과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 간의 “각별한 인연”에 있다.

이들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런던을 자주 드나들던 안젤리쿠시스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처음으로 선박을 발주할 당시 런던 지사장이 바로 고 사장이었다. 물론 계약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조율이 오갔겠지만, 이번 수주 건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해운선사와 대형 조선사 간에 쌓아온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젤리쿠시스그룹은 1994년 대우조선과 첫 거래 이후 총 75척을 발주했다. 현재 19척은 거제 옥포 조선소와 루마니아의 망갈리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작년에도 VLCC 2척, 수에즈막스 탱커 4척, LNG선 6척 등 총 12척을 발주했다. 지금도 논의 중인 발주 건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실적 뒤에 안젤리쿠시스 회장의 투자금 조기 회수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고 사장이 고객들과 쌓아온 개인적인 친분이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읽었던 해운산업 관련 역사책들은 의례적인 악수로 시작해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파트너십으로 발전하는 “관계”에 대해 하나같이 상당 부분 할애했다. 이러한 관계는 미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서 발전되어 왔으며, 이 중 뿌리 깊고 영향력 있는 관계는 여러 지역에 걸쳐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올해 북미해상무역회의(Chamber of Marine Commerce)가 북미 해상무역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울 ‘해운 명예의 전당(Marine Hall of Excellence)’이 투자로 부를 축적한 기업가뿐 아니라 성공적인 사업의 토대를 마련한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조명하길 바란다.

일류 해운선사는 관계의 중요성을 높이 사지만, 투자수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 한 척당 가격이 9900만 달러인 VLCC 건조 계약은 가치가 상승하기 이전에 남들보다 먼저 포지셔닝하는 단기 투자자들을 빠르게 끌어 모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부문에서도 나타났는데, 공급량이 수요와 균형을 맞추지 못해 올해 운임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 해체 전문가들에 따르면, 저운임 및 과다 발주의 여파로 시장회복될 희망이 거의 없어 해체 예정이거나 논의 중인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이 10척에 이른다고 한다.

안젤리쿠시스 회장이 투자금 조기 회수를 이유로 유조선을 발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업에 정통한 그는 조선사와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왔으며, 후세대에 장기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향력, 즉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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