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100년 이상동안 해상운송비는 놀라울 정도로 절감되어 오면서 세계 무역을 신장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를 통해 해운은 실물 세계 교역을 견인해 왔다. 특히 해운은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 산업 경제의 발전을 견인했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광석 및 원자재의 개발 및 수송의 주역을 맡아 왔다. 또한 해운은 석유 및 가스 같은 모든 에너지 제품의 물동량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해운은 바다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는 소비자와 공급업자를 연결해주는 필수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역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생산하는 독특한 능력과 활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해운산업 경제 자체를 유리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마틴 스토포드는 자신의 해운경제학(Maritime Economics)책에서 해운경기 주기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1901~1909년까지의 시기와 1981~1987년을 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2008~2015년도 이에 버금가는 큰 장기불황이다. 1990년 남아공 전쟁으로 인해 많은 무역이 이루어지면서 해운 투자자들은 호황기를 맞아 선박을 발주했지만 이후 10년 동안 해운산업에서 가장 힘든 기간을 보내게 된다. 1900년에 호황기를 예측하고 선박을 과잉으로 건조했기 때문이다. 1902년에 영국의 80% 가량의 해운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 1909년까지 고통스러울 만치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합리화가 이루어졌던 1980년대 해운경기 침체기는 1930년대의 대공황시기 보다 해운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시기라 한다. 1978년 이후 급등한 건화물선 운임이 1981년 상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987년까지 중고선가가 해체선가 가격까지 하락하는 등 큰 폭의 운임하락이 지속된 경우이다.

그리고 1983년 이후 중국 특수에 의해 촉발된 소위 슈퍼사이클에 이어 2008년 하반기 터진 리먼사태로 끝없는 해운시황 추락을 경험했다. 2011년을 제외하면 이후 2015년까지 해운경기 장기 침체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15년 초 건화물선 해운경기는 발틱운임지수(BDI)로 볼 때 사상최저점을 기록한 것은 물론 500선이 위협받는 초유의 시황하락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세 경우 모두 단기간의 해운경기 하락이 가능했지만 해운경기 상승을 염두에 두고 발주한 선박 때문에 해운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장기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1901년 이후 해운경기가 침체됐지만,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1905~1906년에 신조발주를 크게 늘려, 결국 1909년까지 시황하락을 겪게 됐다. 또한 1980년대에도 1985년에 시장 회복을 예상한 선주들이 1983년에 대량으로 발주하는 등 경기 역행적 투자의사결정을 했다.

만약 일부선주들만 이 생각을 가졌다면 1985년에 무역량도 증가했고, 시황도 개선됐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주가 이러한 투자를 하면서 시황은 1987년까지 바닥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2011년 해운경기가 호전되자 2007~2008년의 해운경기 최고 상승기를 경험한 선주들이 나서 많은 신조선을 발주했다. 그리고 2013년 초 운임이 상승하자 시황회복의 조짐으로 보고 신조선가가 낮을 때 발주하자는 움직임이 일어 2013년에 전 세계에서 2000척 이상의 신조선이 발주됐고, 2014년에도 1700여척 이상이 발주됐다. 이 선박들이 준공되는 2015~2016년 시황이 다시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왜 해운은 이익을 내기 위해 고생해야 하며, 이익이 생긴다 해도 매우 짧은 기간에 그치고, 긴 고난의 시기가 이어지는 것일까? 다른 산업의 고정 자산과 달리, 해운의 선박은 그 소유자가 파산했다 해도 운항을 중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낮은 중고선가로 새로운 소유자에게 매각되고, 새로운 선박 소유자는 공급과잉을 유지한 채 더 낮은 운임으로 운항을 계속하는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는 고전적인 선주의 심리적 요인이다. 해운산업에 유입되는 신규 투자자는 호황기 때 그 끝을 보지 않고, 선박을 발주하기 때문이다. 호황기 이익은 수송수요가 선박공급을 상회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신조선박에 의해 공급이 늘어나면 이 상태는 다시 수급 불균형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향후 2년 내에 또 다시 3천여척의 선박이 인도될 예정이다. 현존 선박들의 평균 선령이 9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후선 해체도 크게 기대할 수가 없다. 결국 예상치 못한 고객의 수요증가가 없다면 상당기간 선박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이러한 선박과잉 현안에도 불구하고 향후 선대 확충을 계속해 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도 엄청난 선박건조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앞으로도 선대를 늘려 원자재 및 에너지 수입 운송비, 그리고 제조 상품의 수출 운송비를 통제하려할 것이다. 과거 일본이 70년대와 80년대에 해서 성공한 사례를 따라가려 할 것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건화물선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당장 건화물선 운영사 입장에서는 용선료 지불현금 확보가 가장 큰 과제이다. 건화물선 시황폭락에서 선주, 운영사, 선박금융기관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당장은 운영사의 용선료 채무 지불 부담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 선주와 선박금융기관의 선박 과잉투자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해결방안을 함께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주는 운영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용선료 재협상에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선박금융기관도 해운경기 변동에 따른 선박의 잠재가치 상승을 기다리는 긴 안목의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시황이 어렵다고 선주의 채권을 회수하려 하면 선주는 장부가 이하로 선박을 매각할 것이고, 선주와 금융기관 함께 손해 볼 수밖에 없다. 해운경기 사이클에 대한 잠재수익을 보고 기다리는 것이 슬기로운 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해운경기 사이클이 계획대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수요공급 등 예측할 수 없는 경제학적 요인의 변화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해운산업을 미래 우리경제의 번영의 기초라고 생각한다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 나가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경기변동과 수급분석에 능한 해운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선주, 운영선사(용선주), 선박금융기관의 입장에서 각각 고도의 해운 전문가들로 활약한다면 해운경기 불황의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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