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브이쉽스㈜ 황진호 대표이사

▲ 한국브이쉽스 황진호 대표
지난해 9월 법인 설립, 1월부터 본격영업
“한국해기사 해외진출 발판 역할 하겠다”

관리 선박만 1100척이 넘는 세계 최대 선박관리회사인 브이쉽스(V.Ships)가 지난해 9월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브이쉽스㈜를 설립하고 한국에서도 드디어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브이쉽스는 지난해 9월 법인이 설립됐지만 사무실 마련과 직원 채용이 늦어져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1월부터다.

한국브이쉽스 황진호 대표는 전세계 70여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브이쉽스가 한국에 사무소가 아닌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이쉽스는 세계 5위의 선대와 우수한 해기인력, 선박금융, 조선소 등 우수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브이쉽스는 동북아시아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부로 한국을 활용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검토해왔고 이에 따라 한국에 현지법인 설립하게 됐습니다.”

한국브이쉽스는 앞으로 한국선주와 브이쉽스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한국선박관리산업이 한단계 발전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해내는 한편 우수한 한국해기사들이 브이쉽스를 통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브이쉽스는 한국 진출이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임을 잘 알고 있다. 우수한 해운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한국선주들은 아웃소싱이 아니라 선박관리 자회사를 통해 직접 선박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이쉽스는 서두르지 않고 한국선주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눈높이를 맞춰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52기 출신인 황진호 대표에게 한국브이쉽스의 운영을 맡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국에서 관리 선박 몇 척을 더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이쉽스의 진출로 한국선박관리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프론트라인, 차이나쉬핑 등 대형 해외선사들은 선박관리 자회사가 있지만 대형 메가 컨선 등 일부 선대를 브이쉽스에 맡겨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폐쇄적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던 한국선박관리업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이쉽스는 1984년 모나코에서 러시아선사의 선박관리자회사로 출발했지만 10년후 완전한 독립회사로 재탄생하면서 선박관리업에만 집중, 현재 관리선박 1100여척, 승선원만 2만 6천명에 달하며 연매출 5억 4천만 달러의 세계 최대 선박관리회사로 성장했다.

한국선박관리업이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브이쉽스를 벤치마킹하고 상호 경쟁하는 체제가 만들어지면 브이쉽스를 능가하는 한국선박관리사가 탄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황진호 대표의 생각이다.

브이쉽스가 한국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했지만 저가정책으로 시장을 흐리는 마케팅전략에는 관심이 없다. 한번 선박관리회사를 선정하면 관리회사 교체를 위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저가 마케팅을 구사해 볼만도 한데 비용과 관련해서는 요지부동이다.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득해 봤지만 본사 입장은 확고합니다. 한국시장 진출이 중요하므로 한국선박관리회사들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비용을 맞춰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정당한 선박관리비용을 내고 1100척의 선대를 맡겨준 고객들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퍼져 있는 ‘브이쉽스가 서비스질은 좋지만 비용이 비싸다’라는 편견에 대해서도 황진호 대표는 한국관리회사들과 비교해 관리비용이 높게 보일 수 있지만 보험료나 수리비, 윤활유, 선용품, 기부속 등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하면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브이쉽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브이쉽스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강력한 바게닝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100척이 넘는 선박을 관리하기 때문에 연간 계약을 통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윤활유, 기부속 등을 공급받을 수 있고 보험료와 선박수리 비용도 절감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브이쉽스는 씨텍(Seatec)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직접 선박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세계 70여개 사무소에 근무하는 감독 등을 통해 선반안전점검을 하기 때문에 선박사고와 PSC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사고처리도 신속하게 진행해 선주의 추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한 1600만 달러를 투자해 쉽슈어(Ship-Sure)라는 시스템을 개선해 웹을 통해 본선운항과 선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주에게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진호 대표는 한국브이쉽스의 관리 선박이 확대되면 추가로 한국인 감독과 엔지니어들을 채용해 서비스질을 더욱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분간은 매닝 부분은 제3자 관리회사를 통해 수급 받고 선박관리는 본사에서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일정 정도 선박이 늘어나면 한국인 감독과 엔지니어들을 채용해 별도의 조직을 갖춰 서비스 질을 높여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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