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노련 뉴델리사무소 확인서 공개
상선연맹 확인서 위조 가능성 제기

노노간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과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상선연맹)이 국제운수노련(ITF)의 성명서 채택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해상노련이 “ITF가 해상노련 지지성명서를 채택했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상선연맹측이 “해상노련이 허위 보도자료를 냈다”며 성명서 원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하자 지난 9일 해상노련 염경두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ITF 뉴델리 사무소 명의의 성명 확인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상선연맹측은 성명 확인서 위조가능성을 제기하며 ITF 성명서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이 ITF 성명서 진위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상선연맹이 ITF에 입회 신청서를 접수하면서부터다. 해상노련은 상선노련이 ITF에 가입신청서를 접수하자 지난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ITF 아태지역위원회(ITF-APSRC)에 참석해 상선연맹의 ITF 가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채택을 요청했다.

해상노련은 ITF-APSRC에서 ITF 사무총장과 사무국이 “상선연맹의 ITF 가입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 해상노련의 내부갈등이며 한국의 유일한 ITF 가맹조직인 해상노련의 형제조직으로서 영원한 지지를 표하고 성명서를 채택했다”며 지난 2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상선연맹측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상노련이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 왜곡하고 있다. ITF가 해상노련의 성명서를 채택하지도 지지하도 않았다. 만약 ITF가 해상노련을 지지한다는 성명서가 있다면 원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상선연맹은 문제가 된 ITF-APSRC 회의 참석자들이 전하는 말을 전제로 “해상노련이 ITF-APSRC 회의에서 ‘상선연맹의 ITF 가입을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하려 했으나 ITF가 한국내 문제이므로 채택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해 상정조차 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해상노련이 성명서라도 제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상노련 염경두 위원장과 김혜경 국제본부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각국 참석자들이 해상노련의 성명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회의록에도 채택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ITF 뉴델리사무소가 발행한 성명서 확인서를 공개했다. 김혜경 본부장은 또 “해상노련은 당초 ITF-APSRC회의에서 성명서를 채택할 계획이 없었으나 ITF 사무총장이 제의해 긴급동의안 방식으로 채택이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상선연맹은 뉴델리사무소 확인서가 사실일지 모르나 첨부된 성명서 부분이 위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선연맹 관계자는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성명서가 채택(adopted)된 것이 아니라 기록(noted)된 것이 맞다. 단순 기록된 것을 채택됐다고 위조해 해상노련의 의견이 마치 ITF 전체의 의견인양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노련과 상선연맹이 ITF 성명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는 ITF 단체협약권 문제가 숨어있다. BBC나 BBCHP로 편의치적선을 용선하는 선사는 ITF와 단체협약체결을 통해 BC(Blue Cert.)나 GC(Green Cert.)를 발급 받아야지만 선박운항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ITF의 BC나 GC를 발행할 수 있는 조직은 해상노련이 유일하고 상선연맹이 ITF에 가입하게 될 경우 상선연맹도 ITF의 BC, GC 발행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해상노련은 상선연맹의 ITF 가입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하고 상선연맹은 ITF 가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ITF 성명서 진실공방도 결국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편 해상노련 염경두 위원장은 이날 “노조분열로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사용자단체다. 여러 오해들로 상선연맹과 조직이 갈라졌지만 언제라도 상선연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선연맹측은 “염경두 위원장 체제로 이미 너무나 많은 이들이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의 일에 대해 해명이나 사과 없이 무조건 다시 합치자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