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 耕海 김종길

글쓰기가 두렵다

수필공부를 한지 여섯 해다.

처음엔 겁도 없이 마구 써댔다. 주제에서 벗어나고, 사물을 제대로 파악치 않고, 사리에 어긋나고, 간결해야 할 문장을 메어치고 둘러쳐 엿가래처럼 길게 늘어뜨렸다. 지도교수나 문우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역겨웠을까?

그럼에도 지도교수가 가끔 용기를 북돋워 주려고 ‘잘 썼다’하면 덕담인 줄 모르고 우쭐했다.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착각했다. 무지가 오만을 낳는다고…지금 생각하면 낯이 붉어진다.

문학에 역사와 철학, 예술과 자연 등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이 스며 있다. 거기에 숙성된 인생체험이 첨가된다. 명예, 권력, 재력을 위해 아옹거렸던 체험은 아니다. 나이테도 아니다. 고난 속에서 삶을 깊이 관조한 인생체험이다. 물론 타고난 천재성도 있었겠지만, 문호(文豪)들은 그랬으리라.

고작 생활수필이나 쓰는 나로선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 그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노변정담으로 소박하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백자처럼 상큼하게 못 쓸망정, 밥도 국도 담는 막사발처럼 속살을 드러낸 소탈한 글을 쓰고 싶었다.

마음이 찡하거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치는 그런 글을… 존재나 실존 등의 어려운 용어를 빌려다 철학 에세이를 흉내 낸 듯 한 음산한 수필은 지겹다.

뱃속에서부터 시작해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모국어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물론 재능이나 글쓰기를 얼마나 연마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있겠지만. 사실을 가장하거나, 멋을 부리거나, 자신을 과시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런 글이 활자화되면 독자의 공감과 감동은 커녕 비웃음을 받는다.

하여, 글쓰기가 두렵다. 해서, 수업시간을 빼먹지 않는다. 메모해 두었던 소재를 끄집어내 거의 한 주에 한 편을 쓴다. 열 번 스무 번 다듬어 지도교수께 송고한다. 수업시간에 지도를 귀담아 듣는다. 문우들의 견해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담은 글 한 편 쓰기가 참 어렵다. 오류를 범할까봐 참 두렵다. 허나, 지성(至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글이 나에게 찾아오리라 믿어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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