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국제 해상수송량은 세계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980년의 37억 톤에서 2012년에는 92억 톤으로 약 30년간 2.5배 증가했다. 특히 세계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은 같은 기간 3700만teu에서 6억 200만teu로 16배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또한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도 눈부시다. 80년대 초반에는 최대 2000teu 형이었던 것이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에 잇따라 1만 9000teu 형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

각국의 컨테이너 항만은 이 급증하는 물동량과 대형화하는 선박을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설 확충이나 터미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의 이노우에(井上聰史) 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를 세계 항만들이 지탱해 온 것”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항만은 선사와 터미널 운영업체에 대해 교섭력을 잃어 가고 있다. 주요 3개 대형선사(mega carrier)가 세계 컨테이너 선박량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주요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GTO) 5개사가 세계 컨테이너 취급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선사 및 터미널 운영자는 거대화, 과점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항만은 대형선사나 글로벌 터미널운영사의 선택을 받아야만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중국의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크게 약진하고 있어 그 의미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려 한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는 2012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PSA International, 홍콩의 Huchison Port Holdings, 덴마크의 APM Termnals, 두바이의 DP World사가 4강 체제를 구축했고 이들 4개사의 전세계 터미널 처리량은 무려 1억 6300만teu에 달했다.

그러나 2013년에 중국의 CMHI그룹이 3.6%의 시장을 점유하는 5위의 GTO로 부상했다. 여기에 COSCO Pacific사가 6위, 그리고 China Shipping Terminal Development사가 8위에 올라 있어 세계 GTO는 기존 4강 체제와 함께 이 세 개 중국 국영회사들이 합세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CMHI(China Merchants Holdings International)그룹은 2012년 기준 세계 6위의 GTO였던 CMA CGM의 터미널 운영사인 Terminal Link사의 지분 49%를 5억 3480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일약 5위의 GTO로 부상했다. CMHI그룹은 중국 국영회사 China Merchants Group과 골드만삭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1992년에 설립됐고 중국의 10대 컨테이너항 10곳 중 7곳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

또한 COSCO Pacific사는 중국 국영 COSCO Group의 계열사로 2012년에는 2.7%의 시장을 점유해 5위였으나 2013년에는 CMHI에 이어 6위의 GTO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GTO인 COSCO Pacific사는 터미널 운영으로 2014년 이익이 전년대비 13.6% 증가한 5억 1699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그리스 피레우스 터미널(Piraeus Terminal)의 수익 증대가 큰 몫을 했다고 한다. 2010년 6월 COSCO Pacific사는 피레우스항에 약 2억 유로 규모를 투자해 COSCO 항만 물류단지를 건설했다. 이 투자로 중국 COSCO는 향후 35년간의 개발권을 획득했다. COSCO 피레우스 터미널은 유럽과 지중해 지역에서 중국기업이 투자한 가장 성공적인 터미널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2006년에 거의 동시에 그리스 피레우스 항만 개발에 관심을 두었었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그리스 방문시 이 문제를 논의했고 중국도 COSCO 사장이 직접 그리스 수상에게 항만개발을 제안했다. 결과는 중국 COSCO Pacific사가 개발권을 따냈다.

중국은 그리스와 스리랑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까지 항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3년 아프리카의 해상 요충지인 예멘의 모카항과 유럽 및 아프리카, 중동을 잇는 아덴항의 운영권을 확보한 중국은 파나마 운하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니카라과 운하 개발권도 따냈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과 방글라데시 치타항, 미얀마의 시트웨항, 탄자니아의 바가모요항도 중국의 자금이 투자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거대 인프라 개발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있다. ‘일대(One Belt)’는 중국 서북지역에서 중앙아시아, 동유럽,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육상 무역 통로를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일로(One Road)’는 동남아시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한진해운만이 GTO로서 세계 10위에 랭크돼 있다. 2012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1.3%로 세계 8위 GTO였으나 부채상환을 위해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을 매각하면서 그 순위가 더 떨어졌다. 2014년 10월 현대상선도 미국 LA항과 타코마항의 터미널 지분을 1억 4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선사가 재무상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쉽게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인 터미널을 매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전 세계 물류거점을 확보하자는 정책 기조는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은 중국은 국영회사가 나서 글로벌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선사의 영역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물류정책 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육성은 글로벌 물류거점을 확보해 자국 화주 및 물류기업의 글로벌 물류를 지원하는 공공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입장에서 보더라도 항만투자는 수익성이 좋은 해외 투자사업이다. 항만투자의 새로운 추세가 골드만삭스, 하이스타 캐피탈 같은 투자은행이나 호주의 투자그룹 멕퀴리사뿐만 아니라, 온타리오 교원연금(OTPF)같은 곳도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으로 항만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학계나 연구소에서 금융기관이나 연기금이 수익성 좋은 해외 항만투자에 나설 수 있는 정보를 분석하고 정부도 이러한 미래 글로벌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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