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HON FACTORY writer(前부산세관 옴부즈만, 수필가ㆍ시인)

▲ 팬스타 부산항 원나잇크루즈에서 열린 선상 포장마차.
 예기치 못한 ‘메리스’라는 역병 때문에 온 국민들의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하여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했고, 경기침체와 더불어 관광 등 여러 분야에 직격탄을 날려버렸다.

산과 들엔 짙푸른 신록이 펼쳐내는 생명의 빛깔로 향기로우며, 흰 파도와 함께 넘실거리는 여름바다 또한 시원하다. 오랜 가뭄 끝에 6월의 장마가 시작됐다. 아마도 소서小暑를 앞두고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몇 해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해운대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초가을 밤은 낮선 이국적인 맛이 있었다. 잠을 어디에서 자는 가에 따라 그 때의 기분이 사뭇 다르다는 점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이번엔 ‘해상호텔’이라 불리는 크루즈여행으로 해상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바다가 주는 평온함 또한 하늘과 같이 넓고도 깊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지치고 여유가 없을지라도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산과 들로 여행을 떠난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크루즈여행을 떠나 한밤을 배안에서 지내는 것도 재미있고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팬스타 ‘원나잇크루즈’를 타기 위해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평소 하루에 3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주말크루즈나 일본여행을 다녀오는 길목이다.

오후 2시에 발권수속을 마치고 함께 가는 지인들과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동안 3층 해봄비라는 곳에서 시원한 음료 한잔씩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간단한 짐들을 x-ray에 통과한 후 긴 통로를 걸어가서 램프에 이르고 다시 승강기를 타고 로비에 이르니 음악과 함께 승무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한다.

데스크에서 키를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가니 여기가 바로 해상호텔이로구나! 잠시 침대에 누었다가 탑 브릿지로 올라갔다. 밧줄을 풀고 180도 회전하여 서서히 부산항을 빠져나오는 드림호는 석양빛을 받으면서 부산대교를 지난다. 등대를 지나 태종대 앞바다를 지날 때는 바람이 상당히 불어서 약간의 롤링이 있었고 배는 오륙도 앞까지 항해하다 다시 광안대교 안으로 들어와서 닻을 내리고 한밤을 지세운다.

출렁이는 파도 가운데 검푸른 바다위에서 즐기는 선내 레스토랑 디너 뷔페는 너무나도 풍성하고 맛있었다. 저녁식사 후 카페유메(夢)에서 통기타 가수의 7080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었다.

해운대 시가지 밤하늘과 광안대교의 야경을 배경으로 탑 브리지에서 쏘아올린 선상불꽃 쇼는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바로 머리위에서 형형색색으로 터지면서 쏟아져 내리는 불꽃은 가슴 속을 뻥 뚫어 놓은 것 같았다. 더 파라다이스 라운지에서 의자 안마도 받고 차도 한잔 마시면서 해변의 밤하늘을 감상하는 일도 대단한 힐링이 됐다.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팬스타 주말 메인 공연이 있어 고객이 참여하는 노래자랑과 리믹스 댄스 등 승무원 환영공연에 참여했다. 모두들 흥겹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한 사람씩 각자의 방으로 올라갔다. 테이블 위에는 술병들이 어지럽게 놓여있고 직원들은 이를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탑 브릿지 포차로 발길을 향했다. 나는 처음엔 이런 선상에서 어떻게 포장마차가 가능할까?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브릿지에 임시 수족관이 있고 그 안에 조개며 산 낙지가 꿈틀거리며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포차의 메뉴로는 곰장어, 조개구이, 해물탕, 닭발구이 등이 서비스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세 개의 테이블위에 조개구이와 소주 몇 병을 시켜놓고 즐겼고 브릿지를 가득 매운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섹소폰 연주자는 신청곡을 받아 능수능란하게 불러댔다. 때마침 흘러나온 ‘해변의 여인은’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 더욱 흥겨웠다. 부르스 음악에 맞추어 남녀 간 춤을 추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해상의 밤하늘은 달빛 고요하고 낭만이 넘쳐흘렀다.

지금 오염된 육지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불안해 하지만 맑은 해풍 속에서 크루즈를 즐기고 있는 드림호의 선내 모든 사람들은 ‘메르스’ 걱정 없이 스트레스를 풀고 선상 힐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처럼 이국적인 행복감을 안겨준 주말 크루즈가 퍽 인상적이다.

늦은 밤까지 이를 위해 수고하는 선상 직원들의 손길에 감사한다. 

2105년 6월 27일 팬스타 원나잇 크루즈를 즐기며...

▲ 김형수 HON FACTORY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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