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관 ODDI 원장(KMI 前부원장, 경영학박사)

▲ 임종관 원장
<향후 정기선 시황을 전망하는 관점>

선사들의 공급자 함정 심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극초대형 선박 발주 이유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현재 컨테이너선 항로는 공급자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물동량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선박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선박의 수익성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신조선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다고 판단하는 선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익성 확보논리를 바꾸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신조선가의 폭락이다. 지금까지는 선박대형화가 진행되어 왔어도 TEU당 건조가격이 대체로 1만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의 조선 메이저들이 경쟁적으로 선가를 낮춤으로써 컨테이너선박의 건조가격이 TEU당 8천 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이처럼 신조선가가 폭락하자 선사들의 2만TEU급 극초대형 선박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TEU당 8천달러 미만의 극초대형 선박들이 주도하는 시황에서 TEU당 1만 달러를 초과했던 기존 선박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기존 선박을 포기하는 심정에서 신조선 발주를 증가시키는 공급자함정이 심화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조선소 통폐합이 지연될수록 심화될 것이다.

파나마운하 확장·미국 항만 확장

2016년에 새로운 파나마운하가 확장된다. 1만 4천TEU급 컨테이너선이 통과할 수 있는 제3갑문이 2016년 4월 개통된다. 이에 대비에 미국의 주요 항만들이 대형선박을 접안시킬 수 있는 수로 및 부두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파나마운하 확장은 그동안 극동/유럽 항로에 투입되던 포스트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이 세계일주항로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정기선항로의 구조개편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변화일뿐 만 아니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2만TEU급 선박 발주를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즉, 선박공급자 함정이 심화되는 여건이 되기도 한다.

포스트 차이나 시장-동남아·인도

중국의 수출입 컨테이너물동량 증가율이 2004~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는 선사나 분석가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스트 차이나 시장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지금처럼 2만TEU급 극초대형선박의 발주를 증가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시장통합과 인도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해야 극초대형선박의 발주가 가능하다.

향후 1~2년이 고비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 유가 급등 가능성, 미국·중국·EU의 온실가스 연대규제 강화 등은 공급자함정의 강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수들이 동시에 발생하면 시황의 수급상황 악화분만 아니라 공포지수까지 고조시킴으로써 공급자함정이 향후 길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리더쉽이 잘 발휘돼 이러한 변수들이 잘 통제되고, 중국경제가 연착륙되고, 인도 및 동남아 경제의 성장이 본격화되면 정기선시황의 공급자 함정이 1~2년 내에 매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