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해운업계에서 불확실성은 일상이다. 그 대처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뉴 노멀(new normal)이 아니다. 해운시장구조가 보통 7년 주기로 반복된다고 밝히는 경제학자들도 이러한 주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왔다고 말한다.

향후 20년간의 건화물 해운시장의 건전성에 대해 전망하고자 한다면 "(이 전망은) 지진, 쓰나미, 허리케인, 홍수 등 대규모 자연 재해가 없을 경우에 해당하며 예기치 못한 정치적 혼란 등은 배제했다"라는 부연설명을 반드시 덧붙여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은 정치, 경제에 있어 늘 따라다니는 것이며 따라서 해운시장에도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노멀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의 실체를 간과하는 것이다.

현재 불확실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변화의 속도다. 해운 수급상황은 항상 변화해 왔지만 과거 수급상황의 변화 속도는 투자자들이 사양산업에서 활황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전환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시아 조선업체들이 다른 새로운 사업으로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간극은 신속하게 채워지고 기회 또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건화물선 시장은 극심한 과잉선복문제로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 지역의 신규 거래가 신조수요로 이어지기 보다는 기존 물량을 통해 소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화물선 시장에서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불확실성이 없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사실이다. 자연 재해나 정치적 혼란이 없다는 전제하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미래 동향을 전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일까, 아니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적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표면적인 확실성일까? 바로 이것이 건화물 해운시장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이는 ‘알 방법이 없다’라는 말로 간단히 귀결된다. 하지만 무지에 근거해 투자결정을 내릴 수는 없으므로 현재와 미래의 해운선단 규모 및 향후 화물 수요 분석을 통해 수급 동향을 예측하려는 대담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봤을 때, 전망은 좋지 않다. 최근 유럽에서 발표된 연구는 꾸준한 수익 회복에도 불구하고 건화물 시장은 2017년이 되어서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합리적인 전망이다.

운임 하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신조발주를 꺼리게 되었고, 기존 발주물량 중에서도 건화물선에서 탱커로 선종변경이 늘고 있다. 또한 자산 가치 하락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해체 매각되는 선박들이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즈음 건조된 벌크선의 해체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상선의 평균 수명인 25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편중국 건화물 시장의 성장 및 확대는 둔화됐고 인도 역시 중국을 제치고 시장을 주도할만한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철광석, 석탄, 곡물 및 기타 건화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충분해 물동량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화물 수요의 꾸준한 증가에 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건화물선이 2017년 초에 수익을 가져다 줄지, 아니면 2017년 말에 가져다 줄지는 확실치 않다. 2017년 말에 좋아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은 “건화물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2017년초에 수익이 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과거 및 미래 지표 분석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흐르면 가시적인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자들에게 예측(prediction)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에 반해 전망(forecast)은 부정확성을 내포할지라도 훨씬 유용하다. 현재로서는 이 정도가 확실하거나, 현재 맥락에서 보았을 경우, 덜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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