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철도운송은 대량화물 및 장거리 운송에 있어서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철도운송은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이며 속도 면에서도 선박은 물론 트럭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운송수단과 달리 악천후에도 별 영향 없이 정시성을 유지할 수 있어 서비스의 신뢰성을 기할 수 있다. 또한 철도는 자동차, 비행기에 비하여 톤킬로미터 당 에너지 소모량이 훨씬 적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저공해성으로 인해 환경 친화적인 운송수단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자체의 수송 완결성이 부족하여 운송시간, 운송 빈도 면에서 도로운송에 비해 편리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철도운송서비스는 이러한 비용체감형 서비스이므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철도부문에 대한 투자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진입을 규제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공익서비스로 간주하여 운임에 대한 규제도 엄격히 행해지고 있다. 그 결과 철도운송서비스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효율적인 운송과 유통시스템의 발전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오늘날 모든 운송수단이 철도와 연계를 통한 복합운송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물류는 컨테이너선이나 항공기에 의한 장거리 수송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과 항공기(Sea & Air), 컨테이너선과 철도(Sea & Rail), 또한 컨테이너​​선과 항공기 및 철도의 조합에 의한 육해공 국제복합일관수송이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국제복합일관수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Sea & Rail 수송 방식으로 북미횡단철도(MLB),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유라시아 횡단철도(ELB) 아시아 횡단철도(TAR)의 각 국제화물 열차는 국제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국의 철도복합운송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륙횡단 운송시장에서 트럭으로부터 철도로 화물운송을 전환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도 철도시스템의 자유화를 추진해 철도의 소유 및 운영에 있어서 더 많은 민간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복합운송관련업체간에 보다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수출입 컨테이너의 규격과 일본 내에서 사용되는 철도 컨테이너 규격이 상이한 제약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철도 수송은 소량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구 철도부(현 국유기업 중국철도총공사)가 나서 철도 컨테이너 수송과 Sea & Rail 복합운송을 발전시키기 위해 상해, 청도, 대련, 정주, 서안, 성도, 중경, 곤명, 무한 등 전국 18개소의 컨테이너역 건설을 계획하고 2006년부터 순차적으로 정비하고 있어, 향후 중국 철도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의 핵심 거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 들어 "유라시아는 사람, 자원, 상품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창조의 대륙'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을 관통해 대륙으로 이어지는 물류·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하고자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국제 복합운송의 랜드브리지(Land Bridge)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유라시아대륙의 한쪽 끝을 담당하는 Sea & Rail 국제복합운송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통일 이전에는 북한을 통과하는 한반도 종단열차가 국제공동 투자사업으로 추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항만이 Sea-Rail 복합운송을 위해 철도선 인입과 항만 및 주요 철도역의 철도 복합운송 장비 및 야드 확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항만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 수출입운송에서 철도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더라도 미래를 내다본다는 차원에서 Sea & Rail 복합운송을 착실히 진행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EU의 복합운송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복합운송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600km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한다. 남북종단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국토 길이를 볼 때 철도를 이용한 Sea & Rail 복합운송이 트럭운송에 비해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나라의 철도화물운송은 도로운송에 비해 수송 점유율이 크게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철도운송은 계절, 혹은 월말, 주말 등 물동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운송수요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주말에서 주초까지는 컨테이너운송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도로운송에 운송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주중에 운송수요가 증가하면서 화물자동차의 공급 부족하게 되면 철도수송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코레일이 2014년 4월부터 컨테이너 블록트레인(BT, 전세형 화물열차)을 운송사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만년 적자 기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이 새로운 방식으로 코레일은 2014년에 9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 블록트레인 판매방식으로 철도 컨테이너 물동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4년 철도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 94만 4,693개로 지난해 109만 7,492teu와 비교해 13.9%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연간 철도 수송량은 100만teu를 상회해 왔으나, 2014년 들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감소의 원인은 블록트레인 판매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운송사들이 그나마 보조적으로 활용했던 철도운송을 줄였기 때문이다. 즉 수출물량이 많은 하행 열차는 계약화차만큼 채울 수 있었지만 상행 열차는 하행열차의 반도 못 채우는 상황에 놓이면서 운송사가 그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되면서, 철송을 회피하게 만든 것이다. 왕복운행의 부담이 큰 지선 구간의 화물은 육상운송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의 블록트레인 판매에 의한 철도운송은 하행선 적자분을 운송사에게 부담시키는 방안이 된 것이다.

국토부가 도로운송의 폐해를 줄이려는 모달시프트(modal shift) 정책을 주요정책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코레일의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오히려 코레일은 남북종단철도가 연결될 것이라는 중장기적인 기대를 갖고, 철도를 이용한 컨테이너 수송활성화 투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터미널 운영자, 화주, 선사, 육상운송업체 등이 꼽고 있는 컨테이너터미널과 연계된 철도연계 운송의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철도운송의 운송 빈도가 낮아 도로와 철도의 적시 연계운송이 곤란한 점, 그리고 터미널과 연계된 철송 하역시설, 야적장의 부족, 각 항만에서의 화차운행 회수의 증편을 위한 철도기반 시설의 확충, 그리고 대형 컨테이너운송사에 의해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철도CY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영 CY의 신설 확대에 투자를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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