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수석 애널리스트
부산항을 글로벌 허브 항만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경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화물 중 절반 이상이 환적화물이었다는 점에서, 부산항은 환적화물 처리량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목표는 환적화물 처리량을 2020년까지 1300만teu로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북항이 중심인 컨테이너 처리 기능을 서쪽으로 25km 거리에 있는 신항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산항이 앞으로 환적물량을 크게 확대해 나가는 일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얼마 전에 만난 부산항만공사의 박호철 국제협력팀장에 의하면 일본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연 1~2%의 자국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속도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7~8%에 달하는 중국은 15~16%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수출물량 중 부산항에서 환적되는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발 부산항 환적물량 비율보다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일본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일본발 환적물량이 현재 수준에서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부산항은 일본 화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컨테이너항이라는, 일본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내륙운송은 매우 비싸다. 이 때문에 운송회사들은 더 저렴한 운송방식으로 해상 운송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특히 비용 면에서 자국 항만보다는 부산항을 선호한다. 이는 일본의 항만과 터미널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부산항보다 자국 항만에서 수출물량이 환적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도쿄-요코하마항과 고베-오사카항 등 두 개 항만을 어떻게 집중적으로 육성할지에 대한 고민은 차후의 문제인 것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된 환적화물의 절반이(상해항 등 중국 항만 대신 부산항을 선택한) 중국발 화물이었다. 이런 점에서 현지 로컬화물이 95%에 달하고 환적화물은 고작 5%에 그치는 상해항이 당장 큰 위협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상해항이 부산항에 비해 환적화물 처리 비용이 크게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상해항의 화물수출 처리비용은 부산항보다 20~30% 높지만 환적화물 처리 비용은 더 낮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비록 부산항이 일본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 사업을 억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부산항 발전 계획 수립시 일본의 경기침체와 중국 항만의 잠재된 환적 가격 경쟁력이란 위협적 요소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부산항의 또 다른 고민은 전체 물량의 절반에 이르는 한국기업의 화물 중 연안운송으로 환적되는 양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수출입화물의 92%는 트럭을 통해, 나머지 6~7%는 철도를 통해 운송되고 있다. 고작 1%에 그치는 화물만이 연안운송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환적화물은 부산항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연안운송은 부산항에는 매력적인 대안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선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은 홍콩항, 싱가포르항과 함께 동북아 주요 환적항으로서 자리 잡았고, 상해항, 심천항, 닝보항과 같은 수출입항과 함께 동북아 주요 컨테이너항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동북아시아 환적 허브가 되기 위한 부산항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 상황만큼이나 정책적으로 더 큰 선박을 처리하기 위한 수심과 선석을 추가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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