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주 수요일 밤 11시 중국 천진(天津)항에서 초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천진 폭발사고로 소방관 등 114명이 숨지고 6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확인된 부상자도 7백여 명에 달해, 사상자가 천 명에 육박했다.

천진항은 중국 북부의 가장 큰 물류 항만이자 북경에서 남쪽으로 170Km 떨어진 관문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항만 중 하나인 천진항은 151개의 부두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안벽 규모가 31.9Km, 면적으로는 121평방 Km로 여의도 면적의 40배가 넘는 규모이다.

2014년 기준으로 천진항은 항만물동량 규모로 볼 때 세계 4위의 항만이다. 총 4억 4578만 톤을 처리했는데, 이중 2억 8,677만 톤이 철광석(1억 1050만 톤), 석탄(8885만 톤), 원유(1874만 톤) 등 벌크화물이다. 중국은 에틸렌 수입의 17%, 밀 수입의 15%, 철강수출의 30%를 이 항만에서 처리했다. 또한 천진항은 세계 10위의 컨테이너항으로 2014년에 1406만teu의 컨테이너화물을 처리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모토로라, 토요타, 네슬레, 허니웰, 코카콜라, 브리지스톤 등이 폭발지 인근에 큰 규모의 제조 및 유통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포춘지 500대 기업 중 285개사가 천진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등 한국 기업 1백여개사도 입주해 있는 경제 중심지이다.

중국 경찰에 따르면 폭발은 루이하이 국제로지스틱스사(Rui Hai International Logistics Co. Ltd.)가 운영하는 창고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위험물을 취급할 수 있는 특수기업으로 승인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창고는 극히 위험한 물질인 시안화나트륨(sodium cyanide)과 폭발성 물질인 질산나트륨(sodium nitrate), 질산칼륨(potassium nitrate)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유독성 화학물질 취급 인허가 절차와 취급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회사의 실소유주가 전직 천진항 공안국 국장의 아들이었다는 점, 시안화나트륨 24t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에 700t의 시안화나트륨을 보관 중이었다는 점, 그리고 대규모 유독 화학물질 창고를 주거지역이나 도로에서 1km 이내에 설치할 수 없지만 이 규정을 어겼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는 듯하다.

루이하이사는 화물이 적정한 방법으로 신고되고, 취급되고, 보관됐는지를 조사받을 것이고, 조사결과에 따라 폭발로 손상된 화물의 화주에 대한 배상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리고 이번 폭발로 항만장비, 항만 건물, 배후단지, 창고 등 해사관련 자산들이 피해를 입었고, 인근 주거건물, 도로, 철도 인프라시설 등 항만 이외 자산들도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폭발로 인해 소실됐거나 손상된 화물의 화주와 제조업체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의 상당부분은 보험 및 재보험사가 담당하겠될 것이다. 다만 항만운영을 담당하는 천진항만개발공사 및 관련 합작법인이 소유하거니 리스한 부지에 이 창고가 있었고, 임대에 따른 책임과 안전규정 여부에 따라 그 책임이 달라질 수도 있다.

폭발 장면 사진을 보면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폭발과 화재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 컨테이너들은 모두 여러 선사들, 혹은 컨테이너 리스사의 소유일 것이다. 이 컨테이너들이 적 컨테이너인지 공 컨테이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 컨테이너이라면 화주들은 주선인과 선사를 통해 피해 컨테이너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화물이 이번 폭발과 화재로 손상‧멸실됐는지도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시가 약 1억 3천만 달러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의 제니시스, 에쿠스 차량 4100여대와 르노, 토요타, 폭스바겐, 랜드로버 자동차 2700여대 등 총 8000여대의 자동차가 손상된 것으로 보도됐다. 벌크화물과 개품화물의 피해도 발생했을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번 폭발사고로 인한 보험사의 손실을 총 15억 달러(1조 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도 항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지역, 혹은 국가의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고, 항만배후부지에서 제조, 유통을 하는 다국적기업들의 공급사슬을 붕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사고의 경우 항만 내 제조 가공시설을 두고 있는 경우는 공급사슬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며, 천진항 내륙에 시설이 위치하고 있어도 천진항을 통해 수출입되던 공급사슬 화물이 다른 곳으로 이로 해야 한다면, 비용증가와 공급사슬에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게 된다.

몇몇 항만에 수출입이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심각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부산항 수역 내에 대형선박이 폭발해 좌초되기라도 한다면 그 선박을 인양‧해체할 때 까지 수개월동안 화물을 타 항만으로 이적해야하고, 거의 대부분의 수출입이 제때 이루어 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분 항만이 부두와 민간거주지가 인접해 있어 항만배후지에서의 폭발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

각국의 항만은 폭발물, 가스류, 방사성물질 등 위험물에 대해 국제해사기구가 정한 위험물 분류(IMO Class 1~9)에 따라 수출, 수입, 환적에 대한 통과 및 장치 관리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항만을 통해 수출입되는 위험물은 터미널뿐만 아니라 항만배후지의 위험물 보관 취급업체, 선박, 위험물 운송차량 등에서 모두 안전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천진항 폭발 후 5일째 되는 17일 부산 사상구의 화학물질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났다. 당시 공장 안에는 천진항 폭발사고 때 유출됐던 화학물질인 시안화나트륨도 저장돼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7월에는 울산항 4부두에 정박 중이던 1500톤급 케미컬운반선의 공기흡입밸브가 폭발하면서 황산과 질산혼합물이 유출돼 34명이 다쳤다.

천진항 폭발사고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항만안전에 유의하지 않으면 이번 폭발사고가 우리 항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선박, 터미널 위험물 취급 보관업체, 수송차량 등의 안전조치를 전수 점검해 기준미달 사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 항만안전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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