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최근 중국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위안화를 절하하고, 자금을 풀어 유동성으로 시장을 인위적으로 유지시키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각종 제조업 생산지수나 수요지수가 모두 하락하고 있어, 중국경제성장이 당초 예상을 밑도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건화물 물동량을 주도해 온 중국경제가 보여주는 이러한 일련의 불안감은 향후 세계 건화물선 해운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와 다를 중국경제의 향방이 건화물선 해운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보자.

건화물선 시황은 2014년 말부터 급락해, 2015년 상반기에는 역대 최저수준까지 하락했다. 1일 용선료가 케이프사이즈 5천달러, 파나막스 4천달러, 핸디막스 6천달러 수준까지 하락해 건화물선 선주나 용선 운항사 모두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세계 주요 건화물선 운영사들은 금년 상반기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일부는 경영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8월 들어 케이프 주요 항로 평균 용선료가 2만 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주요 분석기관의 시황 전망, 각종 통계가 일제히 건화물선 시황의 장기 침체를 점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 신조선의 공급 압력을 근거로 해운 관계자 중에는 드라이 시황의 회복까지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계 주요 건화물선 선사들도 케이프, 파나막스, 핸디 등 선대 축소 방침을 밝히고 있다. 케이프, 석탄선의 일부는 장기계약 선박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주로 정기용선으로 운영선사가 운항하는 파나막스와 핸디는 정기용선 기간 만료와 함께 선주에게 반선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구조적으로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급증한 2004년 이후 2008년에 팽창시킨 선대가 감소되는 시기에 진입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2013년과 2014년 상반기까지 발주된 건화물선이 1억 5천만dwt에 이르면서 이 건화물선이 인도되는 2016년까지 공급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황도 2016년 말까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IHS의 수석연구원 리차드 클레이튼은 2013~2014년의 대량 발주에 대해 그 원인을 조선소와 금융기관으로 보고 있다. 일본, 한국, 중국의 조선소는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서 선박공급이 과잉상태에 있더라도 저가의 신조선 수주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기관은 조선소 신용으로 선주에게 자금을 계속 공급했고, 선주도 낮은 선가의 매력에 건화물선을 발주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건화물선 시황은 계속 공급과잉 상태에 머물게 되고, 금융기관에 상환할 부채만 남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올 상반기 전 세계 벌크선 발주량은 55척, 93만톤(CG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5척, 1162만톤)의 12분의 1로 급감했다. 여기에 건화물선 해체는 크게 증가하고 있어, 선대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2015년 벌크선 해체는 케이프가 1160만dwt로 연간으로 환산으로 전년 대비 3배, 파나막스는 420만dwt로 42%, 핸디막스 200만dwt로 5%, 핸디사이즈는 360만dwt로 35%가 각각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프는 신조선 공급 압력으로 최근 보였던 용선료 상승세는 지속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금년 하반기에는 1일 용선료가 1만 달러 내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17년에는 신조선 공급압력이 줄어들면서 시황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여튼 최근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 용선료가 2만 달러까지 상승했다는 것은 만약 2017년 시황저점을 지난 이후 벌크선 시황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국 경제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에서 보듯이 중국경제가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건화물선 시황침체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락슨은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과 중국의 해상 수입물동량 증가율의 비율로 중국경제의 성숙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 비율이 1 이상이면, 해상 수입량이 자국 산업생산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2000년에서 2003년까지 이 비율은 평균 1.6이었다. 2004~2012년에는 이 비율이 평균 0.9, 2012년 이후는 0.4까지 하락했고 금년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증가하지만 원자재 해상수입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도 이제 경제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개발 통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원자재 수입규모 감소세를 전형적인 무역 개발주기(trade development cycle) 모델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내구재 생산 증대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방대한 양의 원자재를 사용하지만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원자재 집약적 제품생산으로 변화하게 된다. 사십년 전 유럽과 일본도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발전했다. 1965년과 1973년 사이 일본은 중국처럼 세계 건화물 교역의 3분의 2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철강수요가 1973년 최대를 기록한 이후 정체됐다.

1993년 9천만 톤이었던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2001년 1억 5900만 톤으로 증가, 당시 유럽의 생산수준에 근접했다. 이후에도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2013년 중국의 철강생산은 8억 1500만 톤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철강생산수준은 2013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20년만에 처음으로 정체국면을 맞고 있다.

이제 과거처럼 중국경제가 세계 건화물 해상물동량을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철광석이나 석탄 수요가 급증해 케이프 운임이 폭등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을 대신할 인도가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경제성장을 위해 향후 석탄,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을 크게 늘리는 정책을 펴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도의 원자재 수요는 건화물선 시장에 또 다른 수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좀 극적으로 표현하면 원자재 수입면에서 보면 “중국시대는 저물고, 인도시대가 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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