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운송계약 조건이 F.O.(Free Out)로 돼 있어서 소위 선상도 같이 보이는 사건에서 최근 대법원은 다시 한번 소위 “중첩적임치계약이론”을 적용한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 회사인 에이스스틸(“수입자”)이 수입한 철강코일 등 화물에 관해 수입자의 의뢰에 따라 ㈜평택당진항만(“보세창고업자”)이 양하작업을 한 뒤, 평택당진항만이 설영하는 영업용 창고에 보관시켰다가, 수입자가 화물의 반출을 요청하자, 수입자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지 못했음에도 화물을 인도해 수입자가 이를 임의 소비한 사건이다.

사고일자는 2011년 3월 14일이다. 신용장개설은행으로 위 화물에 대한 선하증권 원본을 소지하고 있던 우리은행(“선하증권 소지인”)이 보세창고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는데, 1심은 청구를 인용했고,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선상도가 발생돼, 화물의 인도가 선상에서 이미 발생됐으므로, 그 이후에 보관을 하게 된 보세창고업자는 해상운송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화물을 창고에서 반출할 때 선하증권을 회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세창고업자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서울고등법원 2012. 11. 8. 선고 2012나21722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4월 23일, 2012다115847 판결(이 판결은 공간되지 않았고, 해양한국 2015년 9월호에 소개됐음)에서 “해상운송화물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그 소지인에게 인도돼야 하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이 적법하게 반출될 수는 없으므로,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못해 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지 못한 통지처에게 화물을 인도하면 그 화물이 무단 반출돼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화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했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라고 판시하면서 선상도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보세창고업자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해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이미 확립한 바 있는 “중첩적임치계약이론”을 그대로 적용해 판결을 내렸다1). 그런데 대법원은 일찍이 2004년 10월 15일 선고 2004다2173 판결에서 선상도임을 이유로 해상운송인의 부두운영회사(하역 작업을 수행했고, 화물이 일시 야적돼 있던 부두를 지배하고 있던 회사)에 대한 부두운영회사의 화물불법반출을 이유로 한 구상청구에서 선상도가 이미 발생했음을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한 바 있는데, 이 판결(당시 운송 선박이 애큐리트호였음으로 애큐리트호 사건이라 하겠음)과 에이스스틸의 이번 사건과 어떻게 구별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2)

요컨대 2013년에 발생된 태영상선 운항의 SS WIN호가 운송한 deformed bar 불법반출 사건이 발생해 중첩적임치계약이론에 입각해 운송인의 책임이 부당하게 인정되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대법원에서 또 중첩적임치계약이론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보세창고업자가 부당하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해상운송인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보세창고업자가 화물불법반출을 하지 않게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고(물론 이러한 조치에 한계가 있는 것이지만), 영업용 보세창고업자는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를 징구한 후가 아니면 화물반출을(가사 자신을 창고로 선임했고 창고료도 지급한 수입자가 요청하더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 필자는 대법원의 중첩적임치계약이론은 부당한 것이며, 시급히 폐기돼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추후 적당한 자리에서 밝히고자 한다.

2) 문광명 변호사는 “FIO 특약과 선상도”(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 2007년 4월)에서 선상도인 경우 자가장치장으로 이동된 경우와 영업용보세창고(일반보세장치장)로 이동된 경우를 구별하고 전자의 경우는 선상에서 인도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후자는 중첩적임치계약이론에 의거해 영업용보세창고(일반보세장치장)로 이동되고 입고된 후에도 여전히 해상운송인의 지배 아래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상에서 인도가 발생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인도시점과 관련해 선상도라는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조차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선상도는 관세법상의 통관시점과의 혼동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어느 경우에나 선박에서 화물이 아직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굳이 인도시점을 앞 당길 실질적인 이유도 없다고 본다. 이점 역시 다른 적당한 자리에서 상세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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