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컨테이너 부문의 큰 손실에 직면한 일본의 3대 선사 MOL, K Line, NYK는 너무 많은 적자를 내기 전에 하나의 대형 정기선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11월 코이치 무토, 일본 MOL사의 대표가 한 말이다.

이와 같은 통합 필요성 주장의 배경은 2010년 하반기 이후 시황 하락과 유가 급등에 따른 이중고에서 정기선 사업이 일제히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2011년 말 당시 MOL과 K Line은 각각 5100만 달러, 3억 8400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됐고 NYK도 상반기 1억 5천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때다.

일본 3대 대형선사 정기선 통합의 명목상 목표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강력한 상위 3대 선사인 머스크, MSC, CMA CGM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일본 정기선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적인 목표는 일본 3대 선사의 당시 금융문제의 대안으로 컨테이너 부문 합병이 떠오른 것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2대 정기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논의도 선사의 금융불안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2011년 일본의 합병 논의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10월말 국내 경제지의 보도에 따르면 금융권이 현대그룹에 대해 현대상선에 대한 차입금 반환연기를 조건으로 회사를 매각할 것을 요청했다고 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매입선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자동차 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까지 하고 있다.

금년 들어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이 160척 이상 발주되어 2017년까지 공급과잉이 누적되는 반면, 물동량은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전년대비 3%가 줄어드는 등 침체 경향을 보임에 따라 시황은 그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해외 주요선사들이 경영효율에 의한 비용절감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즉 운임 침체 속에서 선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효율성을 통한 고강도의 비용절감 뿐이다. 머스크가 최근 4000명의 육상인력을 줄여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동안 주요국 정기선사들은 리먼사태 이후 감속운항에 의한 연비개선과 컨테이너 장비의 효율적인 운영, 화물의 채산성 관리 등 사업 효율화를 추진해 왔다. 특히 얼라이언스를 통한 선박공유협정으로 막대한 선박건조 및 용선비 투자를 줄여 왔다. 그러나 각 선사들이 자신의 마케팅 및 관리 작업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관리비 같은 경비는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확장도 하고 경비 지출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합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선사간 합병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도 자금조달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관리비 등 오버헤드 비용을 절감해서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원양 컨테이너선 업계가 선박과잉과 물동량 정체로 인​​한 글로벌 시황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먼저 정기선사의 재편논의가 나왔다. 중국 COSCO 컨테이너라인(COSCON)과 중국해운그룹(CSCL)의 합병 논의가 금년 8월에 보도됐다.

합병의 이유는 정부의 구조 조정 압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계끼리 소모전을 피하고, 국제 경쟁력있는 컨테이너 선사를 만들려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COSCON과 CSCL의 합병은 연내에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고 합병시기가 2017년이라는 구체적인 일시가 나오는 등 양사 합병의 신빙성이 더해가고 있다.

2011년 일본에 이어 금년말 중국과 우리나라도 정기선사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선대규모로 현재 9위의 한진해운과 16위의 현대상선이 합병되면 선대 점유율이 5.1%로 단숨에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대형선사에 이어 4위의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물론 중국의 COSCON과 CSCL이 합병하면 7.6%를 차지하게 되고, 일본 대형 3사의 정기선이 통합하면 역시 7.2%를 차지하게 된다.

만약 극동 3국이 각각의 정기선사를 모두 하나로 통합한다면 유럽의 1~3위에 이어 극동 3국이 4~6위를 차지하는 경쟁구도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최근 이들 3국의 정기선 통합 논의는 이미 유럽을 대표하는 선사로 정리된 3개 대형선사에 맞설 수 있도록 한중일 각국이 ‘1국 1선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비록 네트워크 확대, 비용절감 등 합병의 경제적 효과는 기대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중복 서비스를 조정해서 몸집을 가볍게 하는 일, 그리고 화주 서비스 개선을 획기적으로 하는 일, 2개 회사의 관리부문의 획기적인 구조조정으로 원가절감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일 등이다. 일본의 정기선 부문 통합논의가 무산된 것이 선사들이 각자 맺고 있는 기존의 얼라이언스를 유지하기 위한 개별 초대형선 용선계약 선호 때문이었던 것처럼, 기존 얼라이언스와의 협력관계를 여하히 조정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합병이 금융당국의 금융문제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것이 산업의 고유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미봉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즉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합병 이후 선사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운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그 많은 나라에서도 정기선사는 단 3개의 대표선사로 집약됐다. 이들 대형업체와 경쟁을 하려면 최소한 ‘1국 1선사’ 체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합병논의를 금융문제 해결책으로 치부하기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기선사를 육성하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수출입으로 국가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우리나라나 중국은 모두 대표 국적 컨테이너 선사를 안정적으로 육성하는 일에 정부가 관여할 당위성을 갖고 있다. ‘1국 1선사’ 정책이 글로벌 추세이고 이를 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 한 기재부나 해수부 등 정부가 전면에 나서 합병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합병과정이나 합병 이후에도 대표선사 육성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이 국적 대표선사가 안정적으로 우리의 상품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지속가능한 업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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