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2015년 큰 불황을 겪었던 세계 컨테이너 해운과 건화물선 해운경기가 2016년에는 재 상승할 수 있을까? 주요국들의 경기회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정기선의 경우 2015년 초 2014년 물동량 증가로 인한 시황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물동량 감소와 선박량 증가로 수요 격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아시아-유럽항로 시황은 크게 하락했었다.

일본 NYK사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말 컨테이너선 취항 선박량은 전 세계적으로 5,240척, 1,968만 9,000 teu로 2014년에 비해 선박량 기준으로 8.5% 증가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5년의 연간 준공량은 257척, 190만 9,181 teu로 사상 최고치였던 2008년의 141만 9,006 teu를 상회하였다.

이에 비해 2015년 수요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클락슨사에 따르면 유럽항로의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이 3.8%나 감소할 것으로 보여 가장 큰 부진에 시달렸다. 줄곧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아시아 역내항로 물동량도 3.6% 증가에 그쳐 2014년의 6%에 비해 크게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원유 등 자원 가격하락에 의해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신흥국의 컨테이너 수입이 줄면서 남북항로도 물동량이 1.8% 증가에 그쳤다. 북미항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침체를 보였다.

이 결과 운임도 사상최저치로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상하이 발 북유럽 향 현물시장 운임은 2015년 초 20 피트 당 1,000-1,200 달러였지만, 4월말까지 300 달러 대로 3분의 1 이하로 하락한 후, 6월에는 205달러까지 하락,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고, 12월 초까지도 275달러에 머물러 운임이 아시아 근해항로 운임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유럽항로는 일년 내내 운임침체를 겪어야 했고, 정기선사들의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선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였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 조정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직원 2만 3,000명 중 4,000명을 2017년까지 감축하고, 1만 9,600 teu 형 신조선 발주 추가 옵션 6척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은 국유해운 대기업 2개사 (COSCON, CSCL)의 합병이 12월 11일자로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해운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실적 부진의 2개 정기선사를 국가 주도로 재편시키는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작년 가을이후 언론에 보도가 된 바 있다. 세계 정기선사들의 실적 부진을 계기로 정기선사의 재편이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2016년에는 신조 컨테이너선 준공에 따른 공급 확대가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NYK사에 따르면 2016년 준공 척수는 176척, 선복량 총 122만 4,587 teu로 전망하고 있다. 선박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4.7%로 예측해, 2015년의 증가율 8.5%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동향을 근거로 선사 관계자는 아시아-유럽항로 시황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2015년의 수요 침체가 러시아의 물동량 감소를 빼고는 유럽 측의 일시적인 재고 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점, 그리고 운항항로 감축을 계속하고 있는 각 얼라이언스의 공급 조절 가능성을 고려할 때 물동량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운임도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15년 건화물선 시황도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역사상 최저의 시황을 기록하였다. 2015년 BDI는 평균 723으로 전년 대비 34.5%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였던 1986년의 715를 제외하고는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2015년 케이프사이즈의 평균 현물시장 용선운임 (4개항로 평균, 17만 2000dwt급 기준)은 전년 대비 50%가 감소한 7,085달러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역사상 최악이었던 해인 2012년에 기록된 7,680달러를 밑돈 것이고, 선박 평균 원가인 2만 5천달러의 1/3에 불과한 것이었다.

2015년을 회고해 보면 중국과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수송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서도 2013년 발주된 선박들이 준공되어 신조선이 계속하여 시장에 유입되면서 수요와 공급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특히 중국 경기둔화로 물동량 증가율은 -0.3%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극심한 시황악화의 주 요인이 되었다.

2016년에도 물동량 증가율은 2% 내외에 그칠 전망이지만, 선박량 증가율은 2013~2014년 발주된 많은 신조 물량의 영향으로 최소 4% 이상이 될 전망이다. 시황이 더욱 악화되거나 개선될 기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상 최저점에 도달한 2015년 건화물선해운 시황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증가한 수주 잔량이 향후 시황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의 최악의 시황과 비교해서는 다소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은 선박 해체 활동이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 1990년대 중반에 건조된 선박들이 해체되고 있지만, 선령 15년 선박들까지 해체된다면 시황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체선박의 선령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체가 많이 진행되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에 신조발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발주잔량이 줄어들었는데 2016년에도 2015년에 비해 발주잔량이 더욱 낮아진다면 시황개선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석탄 수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2016년에도 철강소비 감소에 따라 석탄 수입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철광석과 석탄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중국의 철강산업 회복, 인도의 석탄수입증가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

여러 가지 구조적인 경제, 무역, 산업의 변화에 의해 해운이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운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주들의 집단적인 군중심리에 의한 투자의사결정이다. 2015년에 극심한 해운경기 불황을 겪었던 선주들이 2016년에는 신조선 발주증가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군중심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의 우려는 줄어든 셈이다. 이 또한 해운경기 반등의 주요한 시장정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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