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1. 시장의 상황

2015년은 한마디로 Roller-coaster 시황이었다. 한쪽은 표정관리에 바쁠 정도의 Boom인데 다른 쪽은 Battle, Struggle로 표현할 정도다. Dry bulker 부문은 새해 업무가 시작되는 2016년 1월 5일 467 포인트였던 BDI가 8일에는 415로 추락하더니 13일에는 394 포인트 까지 떨어졌다. BDI 급락의 주범인 케이프사이즈의 경우 2014년 건조된 17만 dwt급의 기간 용선료가 일일 3813달러로 픽스되는가 하면 계선선박도 연초들어 급증하는 등 최악의 상황(battled)이다. 케이프 운임은 2007년 호황시절 한때 일일 운임이 23만 달러까지 갔었다.

컨테이너선 역시 상해-LA간 운임이 2014년말 feu당 2400달러에서 2015년말 900달러 까지 하락할 만큼 고전중(struggled)이다. 2011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며 지난 1년동안 순항했던 탱커마저도 몰려든 선주들의 발주행렬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만 VLCC 32척이 인도될 예정이고 2016년 상반기까지 대량 인도가 대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요율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연초부터 VLCC 요율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시장에 대한 전망이 나오곤 하는데 금년에도 회복시기를 두고 2017년부터 향후 5년까지 점치는 다양한 회복설이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운인들은 그 전망이 어떤 기대의 표현일 뿐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몇년을 살펴보더라도 전망이 별로 맞아 들어간 것 같지가 않고 그나마도 항상 단서가 붙어 있는 전망이었다.

간단하다. 선주들이 발주를 자제하고 해체량을 늘리면 선박의 물리적 수명덕택에 2~3년 안에 호전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런 단서의 실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수차례 해운불황을 겪으면서 확인된 사실은 불황을 심화시킨 주역은 항상 선주 자신들이었고(Shipping always kills the goose that laid the golden egg) 그 이면에는 절제하지 못한 선주들의 탐욕(Grid)이 있었다. 누군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선주들처럼 단합하기 어려운 상대가 없다고 할 정도로 공동을 위한 협력에는 소질이 없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번이라고 해서 과연 공급축소를 위해 선주들이 단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IMF, World Bank, OECD, WTO 등 국제기구들은 대체적으로 GDP나 무역량의 증가가 2015년보다 2016년이 조금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larkson Research는 전 세계 해상 하동량이 2015년 1.9% 증가했고 2016년에는 2.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이는 지난 2010~2014년의 평균 성장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앞서고 있어 시장이 바닥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처해있는 시장의 공급과잉 그리고 발주 규모를 살펴보면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2017년 회복설은 너무 낙관적이 아닌가 싶다. Drewry 발표에 따르면 정기선 해운의 경우 2015년 공급은 10% 증가한 170만teu가 늘어났는데 수요 증가율은 1% 대를 벗어나지 못했다하니 수급 격차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선주들의 혁신적인 인식의 전환과 함께 발주 억제, 대량 해체 등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시장은, 몇년전과 같은 호황은 아예 접어두고 지난 호황 때 선주들이 저질러 놓은 엄청난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혹자는 현재 업계가 겪고 있는 상황을 “It's like a snake that just ate a goat, We need some time to work through it!”라고 표현했다.

수급 균형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해야 한다. 해운산업의 경우 어느 편이 더 효과적이고 가능성이 큰가하고 물으면 누구나 공급 조절이라고 할 것이다. 발주량, 선복증가 추이 등을 살펴 볼 때 단기간 내 수급균형 회복은 기대난이지만 최근 발주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만큼 현역 선박의 해체가 가세한다면 수급균형의 개선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1~2년내 수지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낙관론 아닌가?

대규모 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선두주자들은 시장의 리스크에 노출된 크기가 타 경쟁선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소석율과 적정 운임회복은 그들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위해서 다방면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회복이 더딘 이유는 생각이 다른 선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되겠지만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강공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는 선주들의 고질만을 탓하기 보다는 그 이상의 계획된 의도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노후 비경제선의 퇴출 등 공급축소를 통한 시장회복이 어렵다면 고육지계로 ULCs를 주축으로 한 체력전을 통해 약체선사들로 해금 보유선복과 함께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내몰아 수급개선의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는 것이다.

2. 선박 대형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아시아-유럽항로는 1만 8000~2만teu급이, 태평양항로는 오는 5월 신파나마운하가 개통되면 1만 4천teu급이, 남북항로는 9000teu급이 주력 선형이 될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상위 20대 선사중 9개 선사가 1만 8000teu급을 이미 확보했거나 발주한 상태이고 하파그로이드 등 일부는 발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NYK나 양밍라인처럼 1만 4000teu급을 주력으로 선대를 개편하고 있는 선사도 있다.

태평양항로에 투입될 선형을 서안(USWC)과 동안(USEC)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동안은 파나마 운하의 제약 때문에 1만 4000teu급이 한계가 될 수밖에 없지만 USWC는 다르다. 지금까지 USWC에 기항한 최대선형은 1만 3000teu급이었으나 서안과 동안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좀 더 큰 선형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실제 지난해말 CMA CGM의 1만 8000teu급 Benjamin Franklin호가 LA와 오클랜드에 처녀기항을 무난히 마쳤다. 물론 만선 상태는 아니었지만(갑판적 10단중 7단까지 적재) 동급 ULCs를 수용하기에는 크레인을 제외하고(업그레이드 필요) 수심, 접근로, 선석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번 기항을 통해 검증됐다. 항만당국이 크레인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이제 문제는 인프라가 아니라 수요다. 유럽항로와 미서안항로까지 1만 8000teu급이 투입되고 유럽항로의 보완역할 및 미동안을 연결하는 주력으로 1만 4000teu급이 투입된다면 3대 간선항로(Trunk line)에 1만 8000teu급 취항이 실현될 수 있게 되고 현재까지 진행된 선대 개편 구도를 보더라도 간선항로에서 1만 8000teu급은 이제 더 이상 선주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선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가 어디까지 갈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상위 선두주자들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재편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1만 8000teu급 위주로 간선항로를 운영하다가 수요의 흐름에 따라 차세대 선박으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은 있다.

현재 1만 8000teu급에서 2만 1000teu급까지 선형은 대략 400m(L)×59m(B)×31m(D) 전후로 크기는 비슷하다. 기술적으로 기본설계는 거의 동일하나 선복량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Hold나 Deck상 stacking을 한단 더 올리거나 경우에 따라 Bay 하나를 더 삽입하게 되면 2만 2000teu 또는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2만 4000teu급 이상은 새로운 설계(New design)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효율을 위해 대형화를 선택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크면 클수록 그만큼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비례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나 규모의 경제 그 자체보다는 선박의 소석율이고 수요자의 반응이다.

2011년 머스크라인의 주도로 시장이 메가얼라이언스로 재편됐지만 그 시기는 머스크라인이 1만 8000teu급 T-E형을 대량(20척) 발주하고 Daily Maersk Service 개시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던 시기였다. 당시 머스크는 상위 3사간 ULCs 250여척을 동원한 대선단(P3)을 구성하고 체력전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려는 야심찬 전략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중국의 제동으로 P3가 2M으로 대체되면서 현재 시장은 4대 얼라이언스로 분할돼 있지만 여전히 바닥운임에 소석율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1만 8000teu급 ULCs가 아직 소기의 목적을 체 달성하지 못한 만큼 건조중인 ULCs들이 전량 인도되고 난 후 수년동안 현재의 ULCs급 위주로 체력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규제 당국들은 ULCs의 대량 인도와 함께 날로 커져가는 얼라이언스의 시장지배력이 경계수위에 근접해 있다고 보고 있고 하주들은 자신들의 재고관리 등을 이유로 1만 8000teu급 1척의 주 1회 기항보다는 6000teu급의 3회 기항을 더 선호하고 있다.

더구나 2015년초 미서안을 강타한 항만 스크라이크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미국 하주와 항만당국들은 그 단초를 노사분규에서 찾으려 하기보다는 ULCs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얼라이언스의 구조적 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ULCs 한척에서 대량화물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고 그 물량들이 얼라이언스 소속 회원사들의 터미널로 다시 분산 수용되는(LA, LB지역의 경우 13개 터미널로 분산) 과정에서 야기되는 도로, 항만의 폭주, 터미널에서의 지체, 뒤엉켜 버린 도로, 운송망 등으로 인한 불편과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자 ULCs 중심의 얼라이언스 체제가 하주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하주들은 얼라이언스에 대한 당국의 규제를 강화해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ULCs가 주력이었던 동서항로의 2014년 10월 기준 소석율(load factors)은 94%였으나 2015년 10월에는 85%로 하락했다(Drewry). 기술적으로는 추가적인 선형의 대형화가 2만 4000teu 또는 그 이상으로도 가능할지 모르나 부진한 수요의 증가 속도, 고객서비스, 소석율 차원에서 볼 때 더 이상의 대형화는 시황이 급격하게 호전되지 않는 한 향후 몇 년 동안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불황이 장기화되면 1만 4000teu급이 주력마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서비스 차별화, 현실성 있는가?

하주들은 선사를 선택하는 요소로 항차수, 운송기간, 스케쥴에 대한 신뢰도(reliability) 등 이른바 서비스의 질(quality)을 거론하며 선사들에게 서비스 차별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2011년 9월 머스크라인이 아시아-유럽항로에 70척을 투입해 아시아에서는 Cut off time제를, 유럽에서는 도착시간을 보장하며 Pick-up에서 Delivery까지 운송시간에 대한 약속을 이행치 못하면 지연에 대해 보상한다는 이른바 Money-back guarantee까지 포함한 Daily service 에 착수, 경쟁선사들을 긴장케 했다. 하주들도 Daily service가 시행될 경우 Inventory가 50% 정도 감축될 수 있고 supply chain cost 또한 컨테이너당 500달러 정도 절감된다고 환영하고 이에 따른 추가 운임이 있다면 부담할 용의가 있다며 환영일색이었다.

이러한 하주들의 반응에 고무된 머스크라인은 경쟁선사들을 향해 ‘Daily service를 따라오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빠져라(Match us or drop it!)’라고 호언하며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머스크라인은 오래가지 않아 이서비스를 철회했다. 하주들이 처음과 달리 선사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지만 Quality service에 대한 보답은 실어주는 것으로 족하며 추가 운임을 부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4. 선사들의 가격정책은 실종

현재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가격 결정 주도권이 없다는 점이다. 교과서적인 가격정책은 생산원가와 판매원가에 약간의 이윤을 더해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며, 시장가격(운임)은 생산자의 원가와 소비자의 구매력 그리고 시장의 수급균형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해운에서는 이를 고정비, 변동비 혹은 hire base와 charter base로 분류해 채산을 관리하고 운임을 설정한다.

해운서비스 생산 원가중 절대적인 부분이 선가(건조가)이며 그 외의 고정비는 비중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과도한 고정비 감축은 오히려 회사의 체력(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감축 대상이 되더라도 회사의 사업규모의 감소에 따라 소폭 조정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현시장의 운임은 고정비는 고사하고 판매원가(운항비)를 보전하기에도 어려운 처지다. 이유는 하주의 구매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수준급 서비스는 선사의 기본 의무이고 선사 선택의 결정요소가 운임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하주들이 요구하는 운임에 바닥이 있을리 없다. 시장에서 가장 낮은 운임이 곧 그들의 구매력이며 해운회사의 채산악화는 그들의 관심 밖이다. 선사의 가격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고 배를 채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보니 하주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격정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5월 11일 EU 경쟁당국이 유럽에 취항하는 14개 주요선사들의 유럽사무실을 급습해서 자료를 수거해 갔다. 선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GRI를 시행하는 것은 상호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가능성(price signalling)이 있고 그 근거를 찾기 위함이었다. 작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선사들의 GRI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규제 당국이 새벽에 선사의 사무실을 기습하는 것도 불사하는 마당에 GRI가 정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순진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 최근 유럽경쟁당국은 선사들로 하여금 담합의 색깔을 배제할 수 없는 GRI 대신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운임(spot market rate)을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과 미주에서는 공동운임 설정(collective pricing)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하는 반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덤핑행위를 규제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컨테이너선사들은 운임회복을 향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샌드위치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맹시대에도 운임하락을 막지 못했는데 지금과 같이 하주 주도형 시장에서 운임방어가 가능하겠는가? 수차례에 걸친 유럽항로 GRI가 실패한 이유를 보라. 결국 메가 얼라이언스는 선사들간의 체력전을 위한 공동의 무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주와의 운임 방어전을 치르기 위함보다는 약자 퇴출의 수순일 뿐이다. 운임을 두고 과거에는 선사와 하주간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선사와 선사간 싸움이다. 메가 얼라이언스의 무대에서 살아남는 자가 결국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5. 얼라이언스 재편과 통합?

① 얼라이언스의 역할 : 상위 20대 선사중 4대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는 16개 선사가 3대 간선항로에 취항하고 있으나 Zim, 함부르크수드, PIL 등은 선박을 직접투입하지 않고 얼라이언스 선사로부터 일정 space를 빌려 간선항로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남북항로가 주력인 10위의 함부르크수드가 불원 Ocean3에 참여해 동서항로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취하기 위해 대형화 길을 택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소석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형화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와 소석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얼라이언스를 결성한 것이다. 만일 20대 선사들이 현운임 상황에서 단독운항체제를 유지했더라면 우열이 쉽게 판가름 나면서 시장이 조기에 재편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라이언스를 통해 상위선사들은 소석율에 대한 큰 우려없이 ULCs를 소유ㆍ운항할 수 있었고 체질이 허약한 하위선사들도 얼라이언스를 통한 선복의 공동사용 덕택에 서비스의 질적 차이 없이 주요간선항로에 취항할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보면 얼라이언스가 하위선사들에게는 득이 됐지만 상위선사들에게는 도태돼야 할 약체 선사들로 시장에 남아있도록 함으로서 오히려 경쟁상대를 보호해주는 결과를 초래해 시장의 재편과 회복을 지연시켰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② 재편요인 : 지난해말 APL이 CMA CGM에 흡수된데 이어 중국의 양대 컨테이너선사(Cosco+CSCL)의 합병이 진행 중이다. APL은 G6에, CMA CGM(3위)과 CSCL(7위)은 Ocean3에, Cosco(6위)는 CKYHE에 가입돼 있는 만큼, 합병의 영향권밖에 있는 2M을 제외하고 G6, Ocean3, CKYHE 등 3대 얼라이언스 재편은 기정사실이 됐고 그 시기는 APL의 실질적인 인수시기, 중국 선사 통합의 진행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PL을 합한 Ocean3의 시장점유율이 규제당국이 정하고 있는 30%에 달하지 않는 한(오션3 16.6%, APL 2.6%), APL이 Ocean3로 가는 것 이외의 재편움직임은 중국 양대선사의 합병 이후에 나타날 것이다.

특정선사가 소속 얼라이언스를 떠나려면 사전 통지를 해야 할 기간이 얼라이언스별로 정해져 있다. 현재 얼라이언스의 존속기한을 보면 2M은 10년, G6 2년, CKYHE는 1년, Ocean3는 3년으로 돼 있으나(반대가 없는 한 자동연장) 2M을 제외한 3대 얼라이언스는 회원사 아닌 타선사와의 협력관계를 인정할 뿐 아니라(2M은 불허) 사전 통지를 하고 떠날 수 있는 결속력이 느슨한 얼라이언스이기 때문에 기존의 합의가 재편에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얼라이언스가 3대 간선 항로를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EU, FMC, 중국 등 3대 규제당국 중 어느 한쪽에서 제동이 걸리면 해당 얼라이언스는 규제의 문턱에 맞게 선복량을 조절해야 한다. 규제를 통과하더라도 얼라이언스 전선단의 네트워크 재조정, 참여 선박의 배선과 전배, 그에 준한 기항지별 선석과 터미널의 재협상, 고객과 협력업체들에 대한 안내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전 정비에 요하는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얼라이언스의 재편이 개시되더라도 2016년내 완결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③ 얼라이언스의 선택 : 얼라이언스의 재편에 가장 큰 변수는 규제의 문턱(시장점유율 30% 한도)과 얼라이언스가 운영하려는 서비스 네트워크의 규모와 선대구성이다. 얼라이언스가 배선하려는 간선항로에서 각 항로별로 계획하고 있는 주간 항차 수(frequency)를 충족할 수 있는 선형과 필요 척수(척수/string×주당 항차수)의 확보가 가능하고 주요 기항지 터미널의 구도, Feeder와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망 등에서 회원사간 상충요소보다는 보완효과가 커야 하며 가능하다면 지배구조와 기업문화 측면에서 대동소이한 특성을 갖고 있다면 전략적 컨센서스를 이루는데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 주력항로인 아시아-유럽항로는 1만 8000teu급만으로 Daily service를 유지하기는 시장 여건이나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력 선박은 1만 8000teu급으로 하되 1만 4000teu급 전후의 선박을 합해서 혼성 선단을 구성하고 있다. 그간 상위 16개 선사들 가운데 1만 8000teu급 ULCs를 발주한 선사들의 발주 내용을 보면 단일 선사의 발주 규모가 11~12척 이거나 6척 단위였다. 이는 얼라이언스가 재편될 경우에 대비 아시아-유럽항로에서 독자적으로 혹은 2사가 합해서 최소한 독자적으로 1 string의 선단(11척 전후)을 구성하기 위한 것으로 필요시 얼라이언스에 자신이 기여해야할 몫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만일 5개사가 참여한 얼라이언스가 아시아-유럽항로에서 1만 8000teu급으로 3회, 1만 4000teu급으로 3회 등 주간 6회의 빈도를 목표로 할 경우 1만 8000teu급과 1만 4000teu급을 각 30~33척 확보해야 하며 각사는 1만 8000teu급과 1만 4000teu급을 각 6척 정도 보유해야 한다. 물론 모든 선사가 할당된 선복을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얼라이언스의 목적이 ULCs의 투입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고 그러한 리스크가 장래에 긍정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 하에서 특정선사가 할당된 몫을 기여하지 못할 경우 다른 회원사가 그 리스크를 안고 추가로 선복을 제공하기에는 현 시장의 수급이나 전망이 그렇게 밝지 못하다. 더구나 할당량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선사가 대기하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중국 양대선사를 합병한 Cosco-China Shipping Group(CCSG)이 안착할 가능성은 CKYHE와 Ocean3중 Cosco가 소속돼 있는 CKYHE쪽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얼라이언스의 주요 결정사안을 두고 CCSG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이다. 만일 CCKYHE가 된다면 이 얼라이언스는 아시아권 특히 중화권 선사 위주가 될 것이며 그룹중 주역은 1만 8000teu급을 확보 할 수 있는 CCSG(점유율 8.5%)와 에버그린(5%)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한진해운(3.3%), 양망라인(2.9%), K라인(2.2%)은 조역의 역할을 할 것이 예상된다(2015년말 기준, Cosco 1만 9000~2만teu급 11척 발주, CSCL 현역 5척에 11척의 추가 발주논의).

현재 3대 간선항로에서 얼라이언스는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곧 시장에서의 철수를 의미한다. 얼라이언스가 취약한 체질의 하위선사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해 연명케 함으로서 오히려 시장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얼라이언스는 동맹시대의 공동운항에서 조금씩 탈바꿈을 해온 것으로 주력 선형이 어느 날 갑자기 1만 8000teu급으로 대형화됐다기 보다는 단계 단계 업그레이드하다보니 오늘에 이른 것이다. 선두주자들이 시장의 재편을 위해 약자를 퇴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상황은 상위 하위 구분없이 문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구조 조정을 목전에 두고 있고 자의든 타의든 얼라이언스를 재편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양대 국적선사가 소속해 있는 두 얼라이언스(G6, CKYHE)의 재편 가능성은 매우 높은데 비해 필요 선단의 확보 전망은 매우 변수가 많다. 국적선사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한 이유다.

6. 정기선 선사 M&A, 어디까지?

그동안 해운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정기선 시장 구도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제할 때 해운대국의 경우 정기선사 1개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이른바 「National champion」의 출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덴마크 컨설팅회사인 SeaIntel은 지난 2012년, 10년 안에 Global Carrier의 수가 10개 이하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SeaIntel은 차별화돼지 않은 동일한 상품을 놓고 Price setter(선사)가 너무 많아 결국 출혈 경쟁을 초래했고 그 결과 2011년 한해동안 Global carrier들이 잃어버린 운임의 규모가 114억 달러에 상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2년 당시의 불황이 그대로 지속되는 한 당장은 통합의 실익이 없지만 2~3년 불황이 더 심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JOC's Trans Pacific Maritime conference에서).

2011년 이후 시장은 줄곧 공급과잉하에서 메가컨테이너선이 주도하는 가격전쟁과 케스케이딩의 파장으로 전 항로에 걸쳐 체력전이 펼쳐지고 있으며 수년내 회복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2년 당시 20대 선사가 현재 18개 선사로 됐고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8개 선사가 어떤 형태로든 2020년 이전에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현재 20대 선사를 보면 유럽의 경우 선사의 규모, 재정상태, 자본조달 능력, 실적 등을 고려할 때 덴마크(머스크라인), 스위스(MSC), 프랑스(CMA CGM)가 이미 1국 1사로 재편됐으며 독자 생존능력도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간선항로에 취항중인 복수의 컨테이너 정기선사가 존재하는 곳은 중국(2사), 일본(3사), 한국(2사), 독일(2사), 대만(2사) 등이다.

독일의 경우 하파그로이드와 함부르크수드간 두 차례 합병이 추진된 바 있었지만 합병 직전 단계에서 합병된 회사의 지배구조를 두고 대주주간 의견차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주들과 지자체 등에서 합병을 강력히 권하고 있는 만큼 통합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일본은 3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과거 2011년 11월 MOL의 CEO가 시황의 추이를 고려할 때 필요시 컨테이너 부문의 합병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입장을 밝히자 NYK에서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화답하면서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과거 일본 해운업계의 통폐합 사례를 보면 그 이면에는 Sumitomo, Kawasaki, Mitsubishi 등의 기업집단이 있었으며 금융권이 조정역할을 하면서 통합을 성사시켰다. 일본 3사들은 해운사 자신은 물론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에 바탕을 둔 이른바 ‘주식회사 일본(Japan Inc)’의 정신이 그들이 맥없이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컨테이너 3사의 경영이 특정 대주주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기 보다는 전문 경영진 중심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통합의 실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본 정기선분야에서 National champion이 출현할 가능성의 항상 열려있다고 본다.

그 다음은 중화권 선사들이다. 대만에 양대 선사인 에버그린과 양밍, 홍콩의 OOCL 그리고 중국의 양대선사(합병중)를 합해 4개 선사가 있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과 각사의 실적을 고려할 때 중국의 양대 선사의 합병이 끝나면 가까운 시일안에 중화권 선사간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APL의 매각, 중국선사의 합병으로 16개 간선항로 선사가 14개 선사로 재편되고 나면 현 시장의 상황으로 볼 때 금년 하반기에는 제 2라운드 합병이 수면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7. 한국에서 National champion의 출현 가능성은?

중국의 경우 Cosco, China Shipping Group, China merchant's Group, Sinotrans & CSC 등 이른바 4대 국영선사 합병은 기대효과 여부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Cosco와 CSCL의 합병내용을 보면 Container, Tanker, Bulker, Ports & Logistics의 4개 부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크게 3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1단계로는 양사 합병에 대한 밑그림을 도출하기 위한 지주회사(holding company)를 설립해서 합병을 주도하며 다음 단계에서는 부문별로 통합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자산의 실질적인 통합을 추진하는 마무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중국이 국영해운사의 통합을 추진하는 목표는 보다 강하고(Stronger), 우수하며(Better), 대형화(Bigger)된 조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경제의 글로벌화에 초석을 두는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중국 해운기업의 구도가 백화점식 만물상 형태였다면 현재 통폐합의 지향점은 부문별 특화 전략으로 중복되는 사업부문은 통합하고 각사가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합병을 통해 상호 보완하는 것, 즉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자는데 있다. 중국 정부는 4대 국영선사 그룹에 산재해있는 부문들을 부문중심으로 통합해 1차적으로 현재 4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적선의 자국화물 적취율을 합병을 통해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차피 국영해운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분산되느냐 창구를 단순화하는 문제일 뿐, 국영기업의 주도하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정책물자가 있고 합병으로 인해 정부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고 최소한 잃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당국에서는 부인했지만 한때 한국에서도 National champion의 출현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었다. 총론상으로 보면 일견 검토해볼 가치가 있어 보이나 각론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경우 지배구조상 중국과는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과연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양대선사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통합의 대상이 되는 사업부문이 다각화 돼있지 않고 사실상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부문으로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지니고 있는 취약한 항로 또는 고객층을 합병을 통해 상호 보완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시장의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고선가의 선박에 선형이나 선령이 비슷하고 경제성이나 효율성면에서도 경쟁력이 없다면 Market power나 Bargaining power가 강화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공급과잉상황에서 고효율, 친환경, 저선가 선박으로 무장한 선두주자들이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이미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항로가 겹치고 고객층도 겹친다면 통합을 하더라도 1+1=2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쩌면 효과가 2 이하로 위축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Small+Small해도 Small에서 그친다면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이라도 경쟁력있는 선단으로 개편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이는 엄청난 투자를 요하는 것이고 현재 상황을 보건데 외부의 도움이 없는 한 자력으로 현재 선단을 경쟁력있는 선단으로 개편하는 것도 기대난이다. 더욱이 현재 정기선 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ULCs의 대량 유입, 얼라이언스의 재편 가능성, 악화되는 수급균형 등을 감안할 때 2016년이 정기선사들의 향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임계점이 될 가능성이 큰 마당에 시간 여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중국에서 국영선사의 합병설이 나온 것은 작년 여름이고 Cosco와 CSCL의 주식거래가 정지된 것이 작년 8월 10일이다. 곧 양사의 합병을 주도할 조직이 가동했고 이제 1단계로 겨우 합병의 밑그림이 완성됐지만 중국 당국은 예상보다 느린 합병작업에 대해 질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같은 통제사회하에서 그것도 국영기업을 통합하는데도 진행이 느리다고 정부가 불만을 드러낼 정도로 통합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하물며 민간 기업이 어떤 계기로 합병을 할 경우 우선 양사에 대한 자산 평가, 채권, 부채 등에 대한 실사를 거쳐 합병의 틀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순탄한 것도 아니다. 예측불허이지만 National champion의 필요성을 기정사실로 하더라도 이런 저런 현실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합의를 통해 실기하지 않고 합병조직이 탄생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시간은 한국해운계의 편이 아니다.

8. 결언

구체적인 통계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현재 해운시장, 특히 Dry Bulk와 Container 부문은 심각한 상황이고 버티는 힘도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Pool, Revenue sharing agreement, 얼라이언스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시장이 모든 선사들을 다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① 얼라이언스, 선두주자들의 중간기착지 : 2008년 유럽운임동맹이 해체됐고 머스크라인 등 최상위 3대 선사가 주도한 P3는 중국에 의해 무산됐다. 그동안 해운산업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왔던 독금법도 점차 폐지되거나 약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4대 얼라이언스가 가동한지 2년에 접어들지만 기대와 달리 전 항로에서 운임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고 소석율도 떨어지고 있다. 얼라이언스를 구축했음에도 공급과잉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ULCs의 도입으로 더 악화됐고 Price setter의 수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선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동안 얼라이언스가 초래한 변화는 무엇인가? 대답은 한마디로 ‘Nothing at all’이다. 얼라이언스는 어차피 선두주자들의 필요에 의한 중간 기착지일 뿐 정기선업계가 지향하는 종점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해상에서 규모의 경제는 결실을 보지 못했고 원가를 절감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Inland Operation의 통합뿐이다. 그러나 규제당국은 해상에서의 얼라이언스는 허용하되 육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P3가 무산되고 곧 이어 3주만에 결성된 2M이 어렵사리 중국의 규제를 통과한 이면에는 통합 Capacity의 규모도 있지만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 터미널, Feeder, 육상운송 등에 대해 얼라이언스 명의로 공동계약하는지 여부도 작용했다. FMC나 중국은 항만이나 도로부문에서 개별선사단위로 협력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얼라이언스 명의로 공동계약이 이루어 질 경우 막강한 Bargaining power가 초래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얼라이언스를 통해 원가를 더 절감할 수 있는 길은 육해상 운영의 전면적인 통합뿐이라고 하지만 하주들의 동의와 규제당국의 청신호가 없이는 그 길마저도 막혀 있다. 결국 시장의 주도권이 하주에게 넘어가 있다는 반증이다. 상황설명이 없더라도 특단의 처방이 없는 한 한국해운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차제에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해당 기업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는지 그리고 벼랑 끝에 서있는 한국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없는지 살펴보고 현실에 바탕을 둔 대응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② 해운기업의 한계 : 수요의 창출은 해운기업의 영역이 아니므로 할 수 있는 것은 공급을 줄이는 길 밖에 없다. 발주는 억제하고 기존 건조 계약은 취소 혹은 연기하며, 비경제선, 잉여선박은 계선하고 해체한다. 운항선박은 감속운항하고 경우에 따라 서비스도 축소한다. 용선 운항중인 선박은 반선하거나 재협상해서 요율을 낮춘다. 그리고 선대를 친환경, 고효율선박으로 대체한다. 선주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다 포함된 것 같고 정책당국에서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해운기업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돈이 될 만한 것은 자금조달을 위해 설사 그 자산이 해운활동에 필수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매각했고 Overhaead를 줄이는 조치도 수면하에서 병행하고 있다. 이제는 더 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도, 영역도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③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 이 부분은 정부에 대해 해운기업이 요청하고 있는 지원책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우선 재정란 해소를 위해 해운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해 달라, 조선산업에 편향된 지원을 줄이고 해운기업에 대해 가시적이고 실현 가능한 지원을 해 달라, 규제를 중단 또는 완화해 달라, 정책물자를 집중 배정해 달라 등등이다.

지난 연말 정부는 조선과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 2천억원을 조성해서 선박건조 자금으로 배정, 1만 4000teu급을 신조해서 BBC 형태로 선사에 빌려 줄 계획이고 필요에 따라 증액도 하겠다고 했다. 부연해 공적기금 사용의 기본 원칙을 Market based solution임을 강조하고 개별회사가 상응하는 책임의 몫을 수행하지 않는 한 그런 회사를 구제하기 위해 공적기금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쟁력있는 선박의 확보가 절실한 해운계로서는 일단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마른수건까지 다 쥐어짜고 이제 거의 탈진 상태에 있는 해운계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인 것 같다.

명분을 찾기 위해서 구조조정, 부채비율 상한선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이 어떻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구노력에 혼신의 힘을 다해왔지만 부채비율이 907%와 1113%(2015년 9월 기준)인 회사를 상대로 부채비율 400%의 문턱을 넘어와야만 지원의 손을 내밀겠다고 하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보도에 의하면 지원형식이 자금지원 형태가 아니라 기금을 동원해 1만 4000teu급을 건조해 관련사에 BBC 형태로 제공한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BBC 용선되는 선박의 소유권은 BBC 선주에게 있을 것이고 BBC 계약을 통해 BBC 선주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보호될 것으로 본다. 혹시 용선료 채무 불이행의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인지 몰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BBC 선주가 BBC charterer에게 부채비율의 개선 등 자구계획을 요구하는 전례는 보지 못했다. 신조대상이라고 알려진 1만 4000teu급 선형 10척이 과연 현제 시장에서 한국해운선사가 우선 확보해야 할 선형인지, 그리고 업계에서도 동의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④ 리스크 당사자는 누구? : 어떤 과제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잘 될 가능성과 그 반대의 가능성의 양면을 다 내포하고 있을 경우 우리는 리스크가 있다고 한다. 리스크를 잘 관리하면 그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이고 잘못 관리하면 바라지 않는 쪽의 동전면이 튀어 오르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체, 즉 리스크 taker의 인식이고 리스크 주체(편의상 주인이라고 칭하자)가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느냐 이다.

한국해운 시장이 넓지 않아서인지 대부분 회사의 리스크 주체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동안 전면에 나서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은 대리인인 경우가 많았다. 한국해운의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해운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리스크 주체의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고 정책당국을 향한 지원요청은 해운관련 단체의 이름으로 나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업계의 처지가 비슷하기 때문에 각자의 이름으로 하는 것보다 단체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편리해서 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모두가 상황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기업별 상황에 따라 리스크의 강도(impact)가 다르며 리스크의 향방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처지에 직면해 있는 리스크 주체의 상황인식과 한발 비켜서 있는 관련 단체의 인식간에는 그 절박감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에 대해, 정부에 대해 호소한다면 누구의 목소리가 더 호소력이 있겠는가?

정부의 입장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명분과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해운산업의 국가적 의미에 대해 그동안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해운계 스스로 십분 자성을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이력이자 장래에 개선해야 할 과제이고 중요한 것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정기해운산업을 살리는 것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고 그 실천이다.

해운산업이 점하고 있는 국가적 의의(national significance)에 대해 숙지하고 있다면 해운산업을 이대로 둘 경우 어떤 사태가 도래할지도 우리 모두가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해운호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하고 물으면 어떤 답변이 나올지 궁금하다. 해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의 해운산업을 살려야 한다는데 공감을 하더라도 그것이 각론에 들어가면 상황이 그렇게 간단해 질 수가 없다. 항상 악마는 각론에 있다고 했던가? 한국해운호의 길잡이가 반드시 홍길동이라야 하며 박문수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을 수 없고 그런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재편과 관련한 정책당국의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희생을 최소화하고 한국해운호의 재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실효성이나 실천가능성이 없는 지원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각자도생하라고 선을 그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장에서 생존의 길을 찾으라고 선언하는 것이 어떨까?

약체기업이 강자에게 잠식되는 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으로 경쟁력(Competitiveness), 수익성(Profitability) 그리고 자본조달능력(Access to capital)의 부재를 들고 있다. 한국해운호의 실상은 어떤가? 경쟁력을 갖춘 ULCs도 없다. 수년간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재정난에 대해서는 현 상황이 잘 대변하고 있다. 얼라이언스에서의 탈락은 곧 시장에서의 철수를 의미한다. 얼라이언스가 가까운 시일내 재편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선단 구성에 기여할 능력도 없다. 과연 National champion의 태동이 가능한가? 말이 쉬워서 합병이지 지배구조 때문에 그것이 쉬운가? 그러면 현재의 지배 구조하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벽오동 심은 뜻을 민초들이 알리없지만 기업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리스크 주체, 금융권 그리고 주무부처에서는 국적 컨테이너 정기해운사가 없는 한국 해운의 위상을 고려해 그 대비책 수립에 부심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