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선급 박범식 회장

▲ KR 박범식 회장
세계 신조선 입급 점유율 6.7% 달성
해양플랜트 제3자 검사시장 진출 추진

한국선급(KR) 첫 민간 출신 회장으로 만 1년의 임기를 채운 박범식 회장은 앞으로 2년차 임기를 신기술개발과 신시장 진출을 통해 KR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KR의 구원투수로 나선 박범식 회장은 사상 최악의 해운‧조선불황이라는 지난해 ‘해상에서의 안전확보’라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조직으로 KR을 탈바꿈 시키면서 세계 신조선 시장 점유율 6.7%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1년차 임기에서 조직의 안정화,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박범식 회장은 2년차 임기에서는 KR의 미래를 그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조선소‧조선기자재업체들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한편 합작투자법인인 KR브르나이를 통해 해양플랜트 제3자 검사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신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R 박범식 회장은 지난 2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KR의 성과와 향후 사업계획에 대해 소상히 털어놨다.

-지난해 사업실적은 어떠했나?
=해사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영업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발굴과 R/D사업 등에 열심히 노력한 결과,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380만gt 신조선 입급을 유치, 세계 신조선 시장 점유율을 약 6.7%로 확대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 KR의 신조선 점유율이 5.6%였다는 점과 지난해 신조선 발주가 급감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미있는 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주요 사업계획은?
=일단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입 및 사업 목표치를 세웠는데 현재 해사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욕적인 수치다. 그러나 해상에서 안전을 확보한다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KR은 그동안 축적해온 해사지식과 기술을 기초로 선진 규칙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상의 기술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에 힘쓰는 한편 미래 기술을 조기에 발굴해 기술선도적인 선급으로 한단계 도약해나가겠다.

-새로운 시장 진출 전략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설립한 KR 브로나이 합작투자 법인을 통해 석유가스분야 제3자 검사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KR 브로나이 법인을 시작으로 아시안 국가중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신규시장을 비롯해 전략시장을 개발하고 진입 전략을 수립해 KR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제고해 나가려고 한다.

-선박평형수관리(BWM)협약도 호재 아닌가?
=새로운 시장이 나타났다는 측면에서 호재인 것은 맞다. 그러나 BWM 협약 발효후 5년내 수천척의 선박들이 BWM 처리장치를 장착하고 협약증서를 승인해 줘야하기 때문에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다.

KR 입급선박 3000여척중에서 약 2200여척이 BWM협약 대상선박들인데 5년내 2200여척에 BWM을 장착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신조선은 설계부터 BWM를 고려돼 큰 문제가 없지만 현존선은 드라이도크를 잡아야하고 선박의 특성에 맞는 BWM처리장치를 설치해야만 한다. 결국 BWM 업무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KR 입장에서는 선사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검사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문제가 있다.

-BWM협약은 언제 발효될 것으로 보나?
=지난해 선복량 0.44% 부족으로 BWM협약이 비준되지 못했는데 최근 벨기에 마틸드 여왕이 협약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비준이 완료되고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R은 그동안 BWM협약에 대비해 BWM처리장치 형식승인과 입급 선박에 대한 BWM협약 인증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BWM에 대한 선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협약의 비준과 발효가 늦어지고 있고 IMO의 BWM협약보다 더 강제화된 USCG의 형식승인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채택된 협약의 비준과 발효가 늦어지다 보면 채택된 협약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BWM협약의 비준과 발효가 돼야한다.

-BWM, 에코십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이 중요한데…
=선박에 대한 친환경 규제들이 점점 강제화되고 있는데 규제가 만들어지면 결국은 선사들에게 비용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BWM장치가 거의 50만 달러, 유럽에서 먼저 강화하고 나선 SOx규제를 위해서는 150만 달러 이상의 장비를 장착해야한다. 지금처럼 불황인 상황에서 선사들에게 이러한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다. KR은 이러한 규제들에 대해 고객인 선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적기에 필요한 장비를 장착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남아있던 100여명의 R/D팀들이 모두 부산으로 내려온 것도 R/D기능을 더욱 활성화해 신기술 개발에 나서기 위한 조치였다. R/D팀들은 인근에 위치한 조선소, 조선기자재업체들과 협력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군산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에코십 기자재 시험 인증 시설인 ‘친환경선박기술 시험인증센터(TCC)’를 설립했다. TCC는 선박에 실제 장착되는 메인엔진 3기가 설치돼 배기가스 실험을 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로 대형 선박용엔진 1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KR은 DNV‧GL에 이어 세계로 2번째로 USCG의 형식승인 시험기관(IL)로 등록됐는데 USCG의 BWM 형식승인을 원활히 테스트하기 위해 KOMERI와 협력해 총 20억원을 투입해 시험용 탱크 6기를 제작했다. USCG의 BWM 형식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18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BWM제작사들을 위해 테스트 설비를 대폭 확충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계신 해양산업 클러스터 구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해운, 조선, 해양산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상호 협조하지 않으면 상호 발전할 수가 없다. KR 부산이전을 시작으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금융종합센터 등 많은 해사기관들이 부산으로 집중되면서 해양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동반성장과 상생기반을 마련하자는 논의들이 시작됐다.

이런 논의들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11월 조선, 항만, 해운, 기자재, 금융, 연계산업 간 상생과 협력의 구심점이 되는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Mac-Net)’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현재 부산시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고 한국선급이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 Mac-Net이 제대로 활성화되면 부산이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부산중심으로 해양클러스터가 구축되는 것 아닌가?
=지역적으로 부산은 해운과 조선, 항만물류가 가장 집적돼 있어 통합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는 최상의 지리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부산에서 논의가 시작됐을 뿐이다.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는 열려있는 조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해양산업과 관련된 많은 기관들이 아직 Mac-Net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든지 가입해 서로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으로 R/D를 추진할 수 있다. 향후 Mac-Net을 전국 단위 조직으로 확산시키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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