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itime and Trade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오는 7월 1일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따른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규정이 해상 운송을 통한 국제 무역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이 사안은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많은 데 비해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고, 또 해결 방안이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화물 운송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을 대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압박 또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 171개 회원국이 따라야 하는 이 규정에 의하면 화주는 컨테이너의 정확한 총 중량(verified gross mass, VGM)을 사전에 터미널과 선사에 신고해야 한다. 즉, VGM 정보가 없는 컨테이너를 선박에 적재하는 것은 불법이다. VGM 정보가 없는 컨테이너가 적발됐거나 VGM 정보가 없는 컨테이너를 선적했다가 발생하는 사고 또는 인명피해 발생시 선사와 터미널이 막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므로 이들이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APL/NOL의 론 위도우스(Ron Widdows) 전사장은 1월 말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알면서도 규칙을 무시했다고 당국에 해명할 선사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VGM 정보 없이 컨테이너 적재가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이러한 컨테이너를 터미널에 반입시키는 것은 가능하겠는가? 주요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내 11개 터미널은 안 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상황을 골치 아프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VGM 정보가 없는 모든 컨테이너는 선적 제외(exception) 대상으로 다른 컨테이너와 별도로 보관한 후 강제 반출돼야 한다. 이러한 선적 예외는 신용장이나 허가증이 불충분할 컨테이너 등에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 초대형선 화물 급증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터미널의 물동량 과잉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터미널이 중량 측정 서비스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터미널 장비 업계에게는 희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터미널내 장비 설치 장소가 부족하고, 장비 투자로 인해 새로운 수입을 기대하기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오히려 운영상 혼란만 초래해 주업무인 원활한 컨테이너 양적하와 반출입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터미널은 VGM 정보가 없는 컨테이너의 게이트 반입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전혀 없으나 이러한 방침을 고수할 경우, 선사와 선사의 고객인 실제 화주(beneficial cargo owner)와 자체적으로 선하증권을 화물을 운송하는 포워드 등에게 VGM 측정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터미널에 제공하는 VGM 측정 과정이 단순한 사안이라면 선사가 지금과 같이 터미널에 해당 작업을 미루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도우스 전 사장은 “터미널이 일단 컨테이너를 반입한후 VGM 정보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정보 부족을 근거로 반입을 거부할 것인가? 터미널 운영사의 방침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VGM 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은 여러모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터미널이 선적 대상 컨테이너를 구별하려면 VGM 정보가 전산화돼야 한다. 하지만 해운물류포털인 INTTRA에 따르면 선적 서류의 절반 정도가 아직도 전산화돼 있지 않다.

또한 SOLAS 규정상 허용되는 두 가지 방법 즉, 적재된 컨테이너 중량 측정이나 모든 개별 품목들의 중량을 측정한 뒤 컨테이너 자체 중량과 합산해 산출하는 방식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산출하든지, VGM 취득을 위한 실제 중량 측정을 하는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제조회사? 주선업자? 아니면 하주 자신? 또한 현장에서 해양경찰청의 무작위 검사 결과 측정된 VGM이 화주가 신고한 중량과 다를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차가 허용된다면 그 허용범위는 어떻게 되는가?

최근에는 이 규정을 강제화하는 문제 또한 대두하고 있다. 어느 한 국가의 수출업체는 VGM 대상이 되고, 다른 국가에 있는 경쟁사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과연 공정한 것일까? 이는 주요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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