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항만하역 계열사 현대부산신항만 주식 160만 1주를 800억 5만원에 5월 11일자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4월 말에 공시했다. 현대상선이 보유해 온 50%+1주의 현대부산신항만 지분을 10%만 남기고 싱가포르의 항만운영회사인 PSA 등에 매각하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3월 25일 PSA에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계약했다고 공시했지만, 3월 31일 현대증권이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1조원 규모로 매각되면서 혹시 현대부산신항만 터미널 매각하기로 한 것을 재검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 보았다. 그러나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매각해야 했고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현실에서, 미래자산가치는 따져 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을 것이다. 계획대로 컨테이너 터미널은 매각될 전망이다.

현대부산신항만 부두가 PSA에 매각되면 부산신항 21개 선석 중 한진터미널 4개 선석을 제외하고 17개 선석을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에 의해 운영되는 항만이 된다. 부산신항에서 30년 정도 운영권을 갖게 되는 외국계 항만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외국계 항만하역사들이 하역비 인상을 추진할 경우 이를 견제할 수가 없게 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부산신항의 하역비 인상요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나라 수출입업체의 하역비, 물류비 증가요인이 될 수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현대부산신항만 터미널을 외국계 항만사로 매각하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이유다.

부채상환이라는 작은 것을 탐하다가 우리나라 수출입업체의 경쟁력을 망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심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항만하역산업이 해운업체의 재무상태가 나빠지면 수익성이 있는 자산으로 매각 1순위가 되는 대접밖에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2002년에도 현대상선의 자금위기 때 부산 자성대 부두를 허치슨에 매각했으며, 2014년 10월에는 현대상선 재무개선 자구안 달성을 위해 미국 LA항과 타코마항의 운영터미널 지분 절반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단기적이고 상업적인 금융논리로 해운, 항만산업을 매각하고, 조정하는 일이 큰 문제다.

세계 5위의 항만위상의 내실을 구현하고 2000만teu 이상을 처리하는 허브항만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이에 걸 맛은 대형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의 육성이 필요한데 이미 확보하고 있는 국내외 터미널을 해외에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단기적인 금융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 맞는 항만운영사 육성 정책을 세워나가야 하겠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GTO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GTO를 육성하자는 논의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된 얘기이다. GTO 육성의 정책적 의지와 실행을 위한 자금, 그리고 실행 주체의 구체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GTO를 육성해서 해외 여러 터미널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자체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욱 큰 이유는 해외에 우리의 물류거점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세계 최대 정기선사인 머스크라인,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APM Terminals, 그리고 물류 컨설팅기업인 Damco는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APM Terminals가 개도국 등에 항만인프라인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운영하고, Damco는 이 항만 건설 이후 기항하는 머스크라인 선박을 이용해 세계 표준의 제품이나 부품을 수송하는 공급사슬전략을 컨설팅한다.

이후 이 기업들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머스크라인의 충성스런 고객이 된다. 머스크그룹으로 보면 해외 항만 투자 및 운영이 단순히 항만수입을 벌어들이는 투자가 아니라 그 나라 경제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해서 궁극적으로는 자국 해운항만 및 물류산업의 거점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포화상태인 국내 하역시장에서 하역업체간 경쟁을 세계로 진출시켜 완화시키자는 목적도 있다. 부산항의 경우 터미널 운영사의 과다로 인해 요율경쟁이 치열하다. 북항과 신항간, 북항과 신항내 터미널 운영사간에 전개되고 있는 요율경쟁이 확대돼 일부 터미널 운영사는 적자경영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항만인 부산항의 많은 터미널을 운영해 온 우리 터미널 운영사들도 이제부터는 좁은 북항, 신항에 머물지 말고 그 노하우를 갖고 전 세계 터미널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을 완화시킬 수도 있고, 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5대 GTO를 살펴보면 국영기업이 3곳에 달하고 나머지 APM Terminals도 친 정부기업임을 감안하면 세계적인 GTO를 육성하는 일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항만공사가 GTO로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일 수 있다. 공기업의 장점을 살려 각종 투자 재원조달의 이점을 가질 뿐 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정부지원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06년에 항만공사법 개정을 통해 BPA는 국내 항만의 관리·운영에 그쳤던 사업범위를 외국 항만의 조성 및 관리·운영까지 확대한 바 있다. BPA가 주축이 되어 기존 부산항 터미널 운영업체를 참여시켜 대형 터미널 운영사를 새롭게 설립하는 것도 가능한 안이다.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그 와중에 국내 터미널을 해외 운영사에 매각하는 것도 당연한 경영정상화의 과정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배고프다고 매번 씨암탉을 잡아먹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성장성이 높은 알토란같은 자산을 모두 매각한다면 해운사는 구조조정 후 무엇으로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으며, 또한 우리 항만하역업은 향후 항만에서 어떤 성장기반을 가질 수가 있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미래 성장산업인 글로벌터미널운영사 육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항만 인프라 투자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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