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인력ㆍ설비 활용방안 발표…현실성 떨어진다는 비판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며 조선업 구조조정을 부르짖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유휴 인력과 설비를 해양레저산업 육성을 통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크루즈선 건조를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레저선박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융ㆍ복합된 해양레저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선 강국으로 우수한 인력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고, 지구둘레 1/3에 달하는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해양관광 환경도 우수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전경련은 제안서를 통해 레저선박 제조 과정이 가공, 용접, 페인트 등 상선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전환 교육만 실시하면 조선분야의 우수 인력들을 레저선박 제조분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 중소조선소가 강선(steel ship) 생산을 위한 제조시설인 선대와 도크를 갖추고 있어 대형요트를 제작하고 수리하는 설비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레저선박 산업을 육성해 성공한 해외 사례도 제시됐다. 전경련은 레저선박 제조 중심지로 떠오른 이탈리아 비아레지오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성공가능성을 검토했다. 이탈리아 비아레지오는 상선 조선소인 세크(SEC)가 2002년 도산한 이후, 12개 요트업체가 이를 인수해 레저선박 제조시설로 전환시킨 사례가 있다. 이후 30여개 레저선박 제조업체와 1천개의 부품생산업체가 밀집한 클러스터가 형성됐고, 전 세계 슈퍼요트의 22%를 생산하는 레저선박제조 중심지로 성장했다. 전경련은 제조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변경, 선체 수리ㆍ보수, 부품 교체 등 수리ㆍ유지보수 물량을 세계 각국에서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저선박제조 불모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적인 제조국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남아공은 국가 전략적으로 레저선박 제조업을 육성해 2001년 관련 협회를 설립하고 인력, 기술, 자본 등을 적극 지원해 왔다. 노력의 결과 2013년 기준으로 멀티헐 생산량의 30%를 책임지는 세계 2위 제조국으로 성장했다.

전경련은 이탈리아와 남아공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제주 올레길과 같은 해양레저코스 ‘바닷길’을 만들고, 해양레저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외국 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가 가진 조선업 경쟁력을 해양레저산업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우수한 해양 환경과 조선 기술을 적극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인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경련의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수출 주력산업을 구조조정하고 그 대가로 내놓은 대안이 해양레저산업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ㆍ보트 시장이 상선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크고, 전남 서남권에서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요ㆍ보트 시장이 기술력이 중요한 상선시장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급형 시장에서는 유럽에 밀리고,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력을 갖췄다고 해서 선뜻 크루즈선 건조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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