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서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그리고 조선 3사에 대해서는 회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한 점이다.

그동안 항간에 회자되던 외항해운업체 중 한 곳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나, 2대 외항선사의 합병설, 3개 조선소를 2개 조선소로 축소한다는 등의 외형을 줄이는 구조조정설이 일축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채권단이 요구하는 조건이나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전제는 있지만, 그래도 세계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조선업이나 우리나라 무역을 수송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는 해운업이 경기순환 중 침체국면에 있다는 이유로 그 외형이 크게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덜게 되었다.

특히 긍정적인 면은 그동안 구조조정이 채권단, 금융기관의 채무조정 위주로 흘러가면서 해운업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구조조정의 방향을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겠다고 한 점이다.

그 첫 번째로 업계 이해도가 높은 해운전문가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하였다. 업계 전문가를 해운CEO를 선임하겠다는 의미는 특정한 개인의 교체나 선임을 의미한다기보다는 그동안 해운업체의 의사결정이 해운시장 보다는 그룹사의 일원으로 그룹의 비전문가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던 것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해운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아무리 어려운 시황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구조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경험이 많은 해운전문가가 해운사를 운영할 때 가능한 일이다. 가장 먼저 저렴한 원가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낮은 원가의 선박용선, 선박대형화, 낮은 선령의 선대구성이 그 것이다. 그 다음으로 채무원리금 상환 등 현금유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시장이 호황이 되면 수익자산을 매각해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 경기하락에 대비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쟁력 있는 선박 신조발주와 노후선박을 정리하는 선대개편을 통해 운임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사·화주간 협의체를 통한 장기운송 계약, 그리고 터미널 확보 등 해외 영업기반을 강화하여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해운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여 운영한다는 것은 수송원가를 줄일 수 있어 영업이익률 개선의 효과를 가져 오게 한다. 또한 해운·조선을 함께 살리기 위해선 일본처럼 국적선사 운송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해상운송에서 국적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1%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62%에 달했다. 일본해운이 불황에도 잘 견뎌내는 것은 화주와 선사간의 장기간의 신뢰구축으로 운임 때문에 외국선사로 이탈하는 일이 적기 때문인 것이다.

또한 그동안 단기적인 부채상환이라는 금융논리로 인해 해운업체의 재무상태가 나빠지면 국내외 컨테이너 터미널은 수익성이 있는 자산으로 매각 1순위가 되곤 했다. 2014년 10월에는 현대상선 재무개선 자구안 달성을 위해 미국 LA항과 타코마항의 운영터미널 지분 절반을 매각하였다. 해외 항만터미널은 해운선사의 영업 전초기지일 뿐 만 아니라, 해운사의 불황 시 현금유입 자산이 되는 경영다각화 자산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 해운, 물류를 연계하는 글로벌 물류기지인 것이다.

또한 부산신항만의 국내 터미널은 단순 수출입 터미널이 아니라 국적선사의 동북아 환적기지이다. 지난 4월말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이 현대부산신항만 지분을 싱가포르 PSA에 매각한 바 있다. 이제 국적선사가 중국물량을 부산항에서 환적하기 위해 해외업체가 운영하는 터미널에 기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라도 해운사의 영업기반 강화를 위해 주요 거점 터미널 확보를 지원한다고 밝힌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지만, 그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액션플랜이 뒤따라야 한다.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향후 10~20년 이후까지 정부 기본정책으로 유효한 해운·조선 산업과 항만·물류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정책 비전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

해운부문에서는 화주-해운-조선-은행 간의 선순환 구조와 경기 순환에 상호 완충역할을 하는 지속가능한 해운·조선 산업 구조에 대한 중장기 정책방향을 정립해, 경기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원양 정기선사는 무역업체와 항만물류업계를 위한 해상운송 인프라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선회에 대한 해운기업이나, 선박에 대한 규모의 비경제 효과도 예측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상선부문의 경우 해운경기 활성화 및 국제해사기구 등의 대기오염 규제에 다른 선박대체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전적으로 유가동향에 의존한다. 유가가 7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해양플랜트는 재 발주가 시작될 것이고 이미 20년이 도래하는 노후 해양플랜트의 대체수요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상선건조는 여전히 우리나라 조선소의 기술경쟁력이 뛰어나며, 해양플랜트 제조는 현재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해낼 수 있는 산업이다. 조선 3사의 경쟁보다는 사업 특화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제 값 받고 수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항만·물류부문에서는 다국적기업의 항만배후부지 유치, 세계화 시각에서 항만정책, 수출입 화주를 위한 물류경쟁력 강화정책을 통해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 수출입경쟁력 강화 등에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유무역지대 확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의 육성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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